(양평=뉴스1) 정유진 기자 = "벌써 15년이라는 세월이 흘렀네. 하늘나라에서 동생 (최)진영이 하고도 잘 보내고 있겠지? 사랑하고 사랑해…진실아. 너무 고마워. 보고싶어."
딸의 이름을 부르는 노모의 울음 소리는 한동안 계속됐다. 15년이라는 세월이 흘렀지만, 어머니는 세상을 먼저 떠난 자식들에 대한 그리움이 여전히 생생하다고 했다.
2일 경기 양평군 서종면 갑산공원에 위치한 고 최진실의 묘소에서 최진실의 아들 최환희(활동명 지플랫)와 모친 정옥숙씨, 그밖의 지인 및 팬들이 참석한 조촐한 추도식이 열렸다. 이날은 최진실의 사망 15주기가 되는 날. 고인은 지난 2008년 10월2일 40세의 나이로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나 안타까움을 줬다.
고 최진실은 '만인의 연인'이라는 수식어로 기억되는 전설적인 여배우다. 지난 1988년 MBC 특채 탤런트로 데뷔해 드라마 '질투'(1992) '별은 내 가슴에'(1997) '그대 그리고 나'(1997) 등 드라마와 '나의 사랑 나의 신부'(1990) '수잔 브링크의 아리랑'(1991) '마누라 죽이기'(1994) 등 영화에 출연하며 90년대 청춘 스타로 많은 사랑을 받아왔다. 이어 2000년대에도 '장밋빛 인생' '내 생애 마지막 스캔들' 등 인기 작품을 통해 '국민 배우'의 자리를 지켰다. 야구선수 출신인 고 조성민과 사이에 최환희, 최준희 등 1남1녀를 뒀다.
◇ 여전히 잊지 않은 팬들 "그곳에선 항상 행복했으면"
가족들이 도착하기 전인 오전10시께부터 지인 및 팬들이 묘소를 찾아 고인을 기렸다. 이들은 묘소 주변을 장식한 생전 최진실의 사진들을 바라보며 추억에 잠기는가 하면, 오래된 화분을 교체하고 묘소 주변에 소주를 뿌리며 고인의 넋을 위로했다.
최진실의 팬카페 '진실바라기'의 회원인 플로라(가명)씨도 또 다른 회원과 함께 묘소를 찾았다. 플로라씨는 "15년 동안, 처음에는 가슴 아프게, 힘들게 다녔고 어느 시점 지나서는 그냥 소풍 오는 느낌으로 오고 있다, 처음에는 우리들(팬클럽) 인원이 좀 많았다, 그렇게 오면 실컷 언니 얘기하고 뭐가 좋았는지 그런 것들을 얘기했었다"고 말했다.
'진실바라기' 회원들은 최진실을 기억하기 위해 사진전도 준비했다. 최진실의 사진전 '그 시절, 우리가 사랑했던 배우 최진실'은 이날부터 오는 15일까지 마포구 갤러리 알지비큐브 서울에서 열릴 예정. "우리 아버지 산소보다 더 자주 오는 것 같다"면서 애틋한 마음을 드러냈던 플로라씨는 기운이 있는 때까지는 계속 최진실의 묘소를 찾아 관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최진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느냐고 묻자 "언니, 언제나 기억하고 있다, 항상 이곳에서 만큼의 영화를 그곳에서 누리기를 바란다, 그곳에서는 항상 행복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최진실의 지인들도 일찍 묘소를 찾았다. 한 지인은 "세상을 떠났을 때 만으로 채 마흔이 안 된 나이였다, 너무 일찍 세상을 떠났다, 아까운 사람이다"라고 최진실을 추억했다. 이어 그는 "매년 이날은 날씨가 참 좋다, 15년간 날씨가 좋지 않았던 적이 거의 없는 것 같다"며 고인의 미소만큼이나 밝고 화창한 하늘을 올려다 봤다.
◇ 최진실 아들 최준희(지플랫) "매년 찾아와주셔서 감사"
보통 가족들이 찾는 추도식은 오전 10시께 진행됐었다. 하지만 이날 최환희와 정옥숙씨는 평소보다 늦은 오후 1시쯤 묘소에 도착했다. 자동차에서 내려 묘소를 향해 오는 정옥숙씨는 발에 깁스를 한 상태였다. 지난 7월 교통사고를 당해 팔목과 발목에 부상을 입었다고 했다.
묘지 앞에 화분을 올려둔 뒤 정옥숙씨는 주변에 흩어져 있던 고인의 지인 및 팬들을 불러 기도를 했다. 이어 딸과 아들에게 돌아가며 하고싶은 말들을 쏟아내던 그는 한동안 딸과 아들의 이름을 부르며 목놓아 울기도 했다.
아들 최환희는 뉴스1 취재진과 만나 "항상 그렇지만, 이제 어머니가 떠나신 지도 벌써 15년이라는 세월이 지났다"라며 "계속 이렇게 찾아와 주시고 계속 기억해 주시는 등 저희 어머니를 아직까지도 많이 좋아해 주시는 팬분들이나 지인분들한테 너무 감사하다"고 인사했다.
이어 "나는 아들인데도 15년이 지나니 가끔 까먹을 때도 있고 '벌써 이렇게 됐네' 할 때도 있다"라며 "그런데 이렇게 매년 찾아와 주시니까 너무 감사하다"면서 다시 한 번 고마움을 표했다.
최환희는 이번 추석은 외조모가 아파 함께 많은 시간을 보내지는 못했다고 했다. 그는 "할머니가 최근에 발 수술도 하시고 그러셔서 제가 집에 몇 번 왔다갔다 하고, 약을 갖다 드렸다, 추석 때 계속 갈비찜을 해오신다는 걸 괜찮다고 괜찮다고 했었다"고 밝혔다.
최환희의 동생 최준희는 따로 성묘를 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최환희는 동생 최준희에 대해서는 "동생과 따로 연락을 하지는 않았는데 현재 지방에 있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 최진실 모친 정옥숙씨 "홍진경·이영자 등에 감사…내 잘못 용서해주길"
정옥숙씨는 묘소 입구에서부터 취재진에 연신 "잊지 않고 찾아와줘서 고맙다"며 인사를 전했다. 정씨는 "세월도 많이 흐르고 벌써 이렇게 15년이라는 세월이 흘렀다, 우리 애들이 떠난 날은 엊그제 같고, (자식들에 대한 기억이) 항상 생생하고, 늘 보고 싶고 아직도 애들 이름을 부르면 집에 막 들어오는 것 같다, 그런데 이렇게 눈 깜빡할 사이에 15년이란 세월이 흘렀다는 게 정말 실감이 안 난다"고 지난 시간을 돌아봤다.
그러면서 "세월이 가면 다 잊힐 줄 알았는데 세월이 갈수록 더 새록새록 생각이 많이 나고 너무 보고 싶다"고 애끊는 마음을 표했다.
정옥숙씨는 주변인들에게 고마움과 미안한 마음을 드러내기도 했다. 그는 "주위에 이모들, 지인들이 다 걱정해주고 늘 기도해주고 많이 도움을 줬다, (홍)진경이, (이)영자 등등 애들(최진실의 지인들)에게 너무 감사하다"며 "이들을 비롯한 주위의 이모들이 아이들을 많이 보살펴줬다, 생일이나 명절이나 빠지지 않고 꼭 선물을 보내주고 아이들에게 맛있는 것도 사주고 그렇게 잘 도와줘서 너무 감사하다, 그렇게 해줘서 우리 아이들(손주들)이 건강하게 잘 컸다"고 말했다.
더불어 "자식들이 떠나고 나서 너무나 큰 상처가 있었다, 그게 가슴에 쌓이니까 나도 사람인지라 때로는 내가 내 정신으로 산 것 같지가 않다, 어떨 때는 내가 왜 이렇게 강할까, 그냥 차라리 내가 미쳐버렸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할 때도 있고, 어떤 때는 욱해서 불쑥 행동을 이상하게 할 때도 있었던 것 같다"며 "15년을 뒤돌아 보니 내가 내 정신을 갖고 산 게 얼마 안 된 것 같다, 그 사이 내가 잘못한 게 있다면 다 용서해주시면 좋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우리 아이들한테도 앞으로도 계속 호감을 가지시고 좀 잘 도와달라, 내가 이 다음에 없더라도 우리 애들을 좀 잘 부탁한다, 자식같이 생각하고 도와주시면 감사하겠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 손녀 최준희와 갈등 겪었던 정옥숙씨 "가족이니까…또 볼 것"
최근 정옥숙씨는 손녀인 최준희와의 갈등으로 인해 논란의 중심에 섰다. 지난 7월 최준희가 정옥숙씨를 주거침입으로 신고했던 사실이 언론을 통해 알려졌던 것. 당시 기사에 따르면 정씨는 서울 서초구 한 아파트에 살고 있는 손자 최환희로부터 해외 일정으로 집을 비우면서 고양이를 돌봐달라는 부탁을 받고 그의 집에 머물렀다. 하지만 이후 최준희가 들어와 집에 있는 정씨를 주거침입으로 신고했다.
이후 최준희는 한 유튜브 채널을 통해 "할머니가 저 때문에 상처받으시고 힘들어하시는 것에 대해서 너무 섣부른 선택인 것 같아 마음이 안 좋다"면서 후회의 뜻을 전한 바 있다. 또한 "앞으로 안 좋은 이슈(쟁점)와 가정불화로 많은 분께 걱정을 끼치지 않도록 바르고 열심히 살아가도록 하겠다, 죄송하다"며 고개를 숙였다.
이날 정씨는 "이제 애들도 다 성인이 돼서 이제 각자 자기 생활들을 잘 하고 저도 독립해서 혼자서 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손녀 최준희에 대해서는 "가족이니까 이제 또 보게 될 것"이라고 말을 아꼈다.
더불어 정씨는 "보면 자꾸 눈물이 난다, (최)환희가 할머니 걱정도 많이 해주고 주위에서 (동생이나 가족에 대해) 얘기하면 '할머니 걱정하지 말라고, 가족이니까 자기가 잘 달래고 말하겠다'고 한다, 할머니한테도 잘 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너무 걱정 말라고 얘기를 하고 그래서 감사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