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개월 딸' 숨지자 유기한 16세 엄마와 20대 동거남의 최후

입력 2023.09.28 08:53수정 2023.09.28 11:22
'2개월 딸' 숨지자 유기한 16세 엄마와 20대 동거남의 최후
기사와 무관한 자료 사진. pixabay

[파이낸셜뉴스] 전 남자친구와의 사이에서 태어난 신생아가 2개월 만에 숨지자 시신을 땅에 묻어 유기한 10대 엄마와 20대 동거남이 각각 소년부 송치와 집행유예 선고를 받았다.

28일 춘천지법 영월지원 형사1단독 김시원 판사는 시체유기 혐의로 기소된 A씨(24)에 대해 징역 1년 6개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미성년자인 B양(16·여)은 소년부로 송치됐다.

공소장 등에 따르면 A씨, B양은 연인 사이로 동거 중 B양이 지난해 8월 전 남자친구와의 사이에서 생긴 영아(0·여)를 출산했다. 이후 출생신고를 하지 않고 함께 양육했다.

그러던 중 생후 2개월 여 만인 같은 해 10월 28일 영아가 불상의 이유로 사망했다. 이들은 여아가 사망한 걸 발견하자 이튿날인 10월 29일 오전 2시경 영아 시신을 스티로폼 박스에 넣어 지역의 한 교량으로 이동한 뒤 땅을 파 상자째로 묻어 유기했다.

수사기관의 수사를 통해 영아 시신 유기가 드러나면서 A씨와 B양은 지난 4월 재판에 넘겨졌다.

이 사건 당시 보호관찰 등에 관한 법률 위반죄로 수배 중이었던 A씨는 수사기관에 검거될 것을 우려한 나머지 출생 신고를 하지 않고 정상적인 장례 절차도 치르지 않은 사실이 수사와 재판을 통해 확인됐다.

다만, 재판부는 비록 미숙한 방법으로 아이를 양육하기는 했으나, 이들이 숨진 영아를 적극적으로 학대했다는 정황은 확인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A씨에 대해서는 "출생신고, 병원 검진, 예방접종 등 필수적인 조처를 하지 않은 채 아이를 양육하다 사망하자 시신을 유기한 것으로 책임이 무겁다"라면서 "초범이고 6개월간 구금된 점 등을 고려해 형을 정했다"라고 판시했다.

그러면서 "사건 당시 만 15세인 B양은 아직 인격이 형성돼 가는 과정에 있고 사리분별력이 미숙한 상태에서 상황을 제대로 판단하지 못한 채 이 사건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보인다. 엄벌하기보다는 보호와 교화를 통해 건전한 사회인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인도하고 훈육하는 것이 바람직해 보인다"라고 소년부 송치 이유를 밝혔다.

helpfire@fnnews.com 임우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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