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月 50만원씩 뜯기고 문자 394통" 학부모 3명에 시달렸는데 학교 측은...

입력 2023.09.22 05:15수정 2023.09.22 09:55
"月 50만원씩 뜯기고 문자 394통" 학부모 3명에 시달렸는데 학교 측은...
연합뉴스

[파이낸셜뉴스] 2021년 12월 의정부 호원초등학교 교사인 이영승씨(30)가 자택 인근에서 숨진 채 발견된 가운데 학교에서는 단순 추락사로 처리했다. 뒤늦게 조사에 착수한 경기도교육청은 이씨가 3명의 학부모로부터 악성 민원에 시달렸던 것을 확인, 당시 교장 등에 대해 징계위원회를 열기로 했다.

임태희 경기교육감은 21일 기자회견을 열고 호원초 교사 사망사건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교육청은 지난달 10일부터 이달 18일까지 총 4개 부서, 13명의 합동대응반을 꾸려 감사에 나섰다. 조사 공정성을 위해 교권보호위원회에서 교육활동 침해 여부 심의를 거쳤다.

고인은 생전 수차례에 걸쳐 학부모 악성 민원에 시달린 것으로 드러났다.

‘페트병 사건’으로 알려진 학부모 A씨는 2016년 자녀가 수업시간에 커터칼로 페트병을 자르다 손을 다치자 악성 민원을 이어갔다. 2017년, 2019년 등 총 두 차례 경기도학교안전공제회로부터 치료비를 받았지만 고인의 군 휴직 기간과 복직 이후에도 계속해서 만남을 요구했다. 결국 이씨는 월 50만원씩 여덟 차례에 걸쳐 총 400만원의 치료비를 사비로 준 것으로 확인됐다.

이씨는 또 다른 학부모로부터 ‘문자 폭탄’에도 시달렸다. 학부모 B씨는 2021년 3월부터 같은 해 12월 고인의 사망 당일까지 장기 결석한 자녀의 부당한 출석 처리를 요구했다. 이 기간 B씨와 고인은 총 394건의 메시지를 주고받았다. 이 학부모는 이 씨의 장례식장까지 찾아와 사망 여부를 확인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 다른 학부모 C씨는 2021년 12월 자녀의 따돌림 문제가 발생하자 다른 학생들의 공개 사과를 요구하는 등 고인에게 무리한 생활지도를 요구한 것으로 밝혀졌다.

교육청은 해당 학부모 세 명을 업무방해 혐의로 의정부경찰서에 수사 의뢰했다. 고인의 죽음을 단순 추락사로 처리한 당시 학교 관리자에 대한 징계 조치 절차도 밟는다.

임 교육감은 “당시 관리자가 고인이 사망한 후 학부모 교육활동 침해행위 내용을 인지했음에도 후속 조치를 하지 않았다”며 “징계위원회를 열어 지도 및 감독 의무를 다하지 않은 학교 관리자 등에 대한 징계 절차를 밟을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같은 학교에서 재직 중 사망한 고 김은지 교사에 대해서는 “교육활동 침해행위 주체와 유형 등 구체적인 연관성을 확인할 수 없었다”고 밝혔다.


이날 국회 본회의에서는 교권보호 4법 개정안이 의결됐다. 무분별한 아동학대 신고, 학부모 악성 민원으로부터 교원을 보호하고 가해 학생에 대한 조치를 강화하는 등의 내용이 담겼다. 이번 개정으로 지난 8월 수립한 ‘교권 회복 및 보호 강화 종합방안’의 후속 조치에 대한 법률적 근거가 마련됐다.

moon@fnnews.com 문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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