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운 감독 "조감독 면접서 본 故 김기영 감독, 내게 '자네는 80점'"(종합)

입력 2023.09.21 15:39수정 2023.09.21 15:39
김지운 감독 "조감독 면접서 본 故 김기영 감독, 내게 '자네는 80점'"(종합)[N인터뷰]
김지운 감독 /바른손이앤에이


김지운 감독 "조감독 면접서 본 故 김기영 감독, 내게 '자네는 80점'"(종합)[N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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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정유진 기자 = '달콤한 인생'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 김지운 감독의 신작 '거미집'은 70년대 영화계를 오마주한 작품이다. 이 영화의 주인공은 70년대를 대표하는 감독인 고(故) 김기영 감독과 신상옥 감독 등을 떠올리게 하는 감독들의 이름이 등장하는데, 그로 인해 뜻하지 않은 소동을 겪기도 했다. 고 김기영 감독의 유족들이 송강호가 연기한 주인공 김열 감독의 캐릭터가 고인을 모티브로 했으며 부정적으로 묘사된 점이 고인의 인격권과 초상권을 침해했다며 상영금지 가처분 소송을 제기한 것. 다행히 '거미집' 제작사 측은 유족과 극적 합의를 이뤄 정상 개봉을 해냈다.

김지운 감독은 21일 오전 서울 종로구 삼청동 한 카페에서 진행한 영화 '거미집' 관련 뉴스1과의 인터뷰에서 고 김기영 감독에 대해 "존경하는 선배 감독들 몇 분이 있는데, 항상 내가 인터뷰를 가질 때 언급되는 감독님이시고 국내도 그렇지만 해외 나가서도 매체 인터뷰에서 존경하는 감독님을 물어볼 때 언급하는 감독님이다"라고 말했다.

"저 역시 장르 감독이고 예를 들어 '조용한 가족'이나 스릴러 호러인 '장화,홍련'도 스타일에서 영향을 받았고, 제가 그런 감독님이 되고 싶다 하는 열망도 있었어요. 유족들 만났을 때 그런 내가 가진 존경심을 진심을 다 해 얘기했는데 그런 것들을 받아들여주신 것 같아요."

김지운 감독은 김기영 감독과의 남다른 일화를 밝혀 눈길을 끌기도 했다. 감독 데뷔 전 김기영 감독의 조감독 면접을 본 경험이 있는 것.

"김기영 감독님의 조감독 자리를 소개받아 (감독님을)뵌 적이 있었어요. 그때 감독님이 '400번의 구타'에 대한 엔딩을 해석해봐, 하는 미션을 주셨어요. 그 때 옆에 같이 계셨던 다른 감독이 얘기했고 저도 제 해석을 얘기했죠. 그 옆 감독님에게 (김기영 감독이)자네는 65점 하시더니 저한테는 80점 하시더라고요. 그때 당시 이겼다 하는 생각으로 얘기했었는데, 이번에 그걸 유족들에게 얘기드렸더니 그 정도면 정말 점수를 잘 주신거라고 얘기하시더군요. 그런 진심이 전달됐을 거라 생각합니다."

'거미집'은 1970년대, 다 찍은 영화 '거미집'의 결말만 바꾸면 걸작이 될 거라 믿는 김열 감독(송강호)이 검열, 바뀐 내용을 이해하지 못하는 배우와 제작자 등 미치기 일보 직전의 현장에서 촬영을 밀어붙이는 이야기를 유쾌하게 그리는 영화다.

이번 영화는 유명 배우들의 앙상블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시간에 쫓기면서도 걸작을 만들어내고 싶은 열정 가득한 영화 감독을 연기한 송강호부터 물 만난 듯 감독이 원하는 연기를 척척 해보이는 베테랑 여배우를 연기한 임수정, 바람둥이 주연 배우 오정세와 감정이 오락가락 하는 예민한 신예 여배우 정수정, 예술 영화에 대한 열정이 넘치는 유학파 제작부이자 제작사의 후계자 전여빈, 투덜투덜 말은 많아도 제 몫을 해내는 관록의 여배우 박정수까지. 배우들의 티키타카에서 나오는 웃음이 영화의 백미라 할 수 있다.

"이번 영화를 통해 캐스팅이 정말 중요하다는 것을 절감했어요. 배우들이 너무 알아서 다 해줬거든요. 거기에 송강호라는 중심을 단단하게 잡아주는 사람이 있어서 그 아래 모인 배우들이 모두 너무나 감독을 편하게 해줬어요."

캐스팅의 첫 번째 원칙은 '딕션'이었다. 감칠맛 나게, 리드미컬하게 대사를 소화할 수 있는 배우들을 캐스팅 해야 영화의 맛이 살 수 있으리라는 계산이 있었다. 이 같은 점을 감안할 때 아이돌 그룹 멤버 출신인 정수정의 캐스팅은 도전이 됐을 수도 있었다. 하지만 정수정은 우려를 깨고 '거미집'이 공개된 후 쟁쟁한 선배들 사이에서도 자신의 존재감을 오롯이 드러내며 호평의 중심에 섰다.

"내 생각에 내 영화는 의외의 캐스팅일 때가 있어요. 그게 예를 들면 '장화,홍련'의 염정아, 그리고 '거미집'으로 보면 정수정이에요. 저도 뜬금없이 느껴져요. 정아씨와 그랬듯이 정수정씨와도 대화를 하다가 한 순간 한유림이 가진 새침함과 철이 없는데 러블리한 느낌을 봤어요. 테스트 삼아서 대본을 한 번 리딩해줄 수 있겠냐고 얘기를 했었는데, 딕션이, 소리가 잘 들리더라고요. 그러면 만들 수 있지 싶었어요."

무려 다섯 번째 영화를 함께 한 송강호의 존재감과 의미는 컸다. 누군가 송강호에 대해 "이제는 페르소나의 느낌 그 이상"이라고 표현하자 김 감독은 "맞다"며 오랜 세월 함께 한 배우를 향한 믿음을 표출했다. 송강호와 김지운 감독은 영화 '조용한 가족' '반칙왕'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 '밀정'에 이어 '거미집'을 함께 하며 무려 다섯 작품째 인연을 이어오고 있다.

"저는 누가 내 페르소나라는 얘기를 감히 하지 않아요. (이)병헌씨랑 작품할 때도 그런 얘기가 나왔고, (송)강호씨랑 작품할 때도 그랬죠. 그 두 배우는 누구의 페르소나가 아니에요. 모든 감독의 페르소나 같은 배우들이죠. 누군가의 페르소나로 국한하기에는 위대한 배우들이에요. 훗날 위대한 배우를 명명할 때 두 사람이 있을 것 같아요."

'거미집'을 만들 때 김지운 감독은 자신이 몸소 체험한 한국 영화의 르네상스 시기를 많이 떠올렸다. 현재 한국 영화는 여러 모로 예전 같지 않은 상황에 처해있다. 영화에 많은 자본이 몰리면서 영화의 상업성이 중요시 됐고, 그 과정에서 한국 영화의 르네상스 시기라 불리던 90년대 후반과 2000년대 초반 작품들에서 찾아볼 수 있었던 실험성과 새로움을 잃어버렸다. 그 뿐만 아니라 코로나19 팬데믹 이후에는 새로운 강자로 등장한 OTT 플랫폼의 위세에 밀려 더더욱 대중의 관심에서 멀어져 가고 있는 상황이다. 김 감독은 "영화를 사랑하고 한 평생 영화를 사랑해 온 사람으로서, 내가 사랑했던 영화라는 것을 다른 사람들에게도 전하는 것, 그것이 내가 영화를 하는 목적, 꿈이라는 것을 다시 생각했다"고 말했다.


"한 가지 일을 하다보면 자기 일에 긍지와 자부심을 느끼지만, 한편으로는 환멸 같은 것도 느끼죠. 일에 대한 환멸도 있고 자기 환멸도 있고요. 그러다 보니 내가 영화를 사랑하는건가 아닌가 생각도 하게 되고 처음 내가 영화에 대해 가졌던 태도를 다시 소환해 생각할 수밖에 없더라고요. 환멸 속에서 영화에 대한 사랑을 많이 잃지 않았었나 해요. '거미집'을 통해 그런 영화에 대한 사랑을 되찾았는데, 다른 감독들에게도 이 영화가 그런 계기가 될 수 있지 않았을까 생각해요. 어떤 감독이 시사회 후 뒷풀이장에 안 와서 '왜 안 왔어?' 했더니 '('거미집')영화가 너무 좋아서 집게 가서 시나리오 쓰고 있어요'라고 해요. 그런 격려와 자극, 위안을 줄 수 있었다는 점에서 고무적으로 생각해요."

'거미집'이 공개되고 난 뒤, 호평도 있었지만 일각에서는 대중성이 부족하다는 평도 있었다. 김지운 감독은 그러나 "개인적인 이야기에서 보편 타당성을 발견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며 과거 '조용한 가족'을 선보일 때와 비슷한 심정을 느낀다고 했다.

"'조용한 가족'은 '거미집' 보다 더 상업 영화로서 흥행할 수 없는 리스크를 안고 있었어요. 혼합 장르에 톱스타 주인공이 없었죠. 그렇지만 어쨌든 성공했어요.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지금이 더 퇴행된 건가? '거미집'은 그 당시보다 리스크가 적어요. 스타도 많고. 글로벌 연기자로 인정 받은 송강호도 있고요. 모든 것은 특수한 것에서 보편적인 것을 얻어가는 것이 아닌가, 그걸 얘기해야 하는 것 아닌가, 그게 대중예술 아닌가 하는 생각을 많이 해요. 당시 '조용한 가족' 같은 영화를 기다렸던 관객들이 숨어있다 환호하기 시작하고 한국 영화에서 그런 작품들이 나와줬던 것처럼 '거미집'도 그럴 수 있지 않을까요? 새로운 것을 지지하고 환호하는 사람들이 조금씩 더 많아지면 그게 한국 영화의 체질도 개선할 수 있는 것이고 새로운 돌파구를 마련해줄 수 있지도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한편 '거미집'은 오는 27일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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