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권진영 기자 = 미국 애리조나주에서 실종됐던 강아지가 12년 만에 가족의 품으로 돌아갔다. 그러고는 곧 무지개다리를 건너 오랜 소풍을 떠났다.
폭스뉴스에 따르면 세 살 난 비숑프리제, 미니언은 지난 2011년 우연히 열린 집 뒷문을 통해 나갔다가 12년 동안 집으로 돌아오지 못했다.
미니언의 보호자 크랜들 부부는 대피소를 샅샅이 뒤지고 표지판을 세워 수소문했다. 이웃들도 손을 보탰지만 어디에서도 하얀 솜뭉치를 찾을 수 없었다.
크랜들 씨는 12년 전을 회상하며 "미니언을 다시 만날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생각했다"며 "최악의 상황을 상상했다"고 털어놨다.
그러던 어느 날 부부는 마리코파 카운티의 동물 보호시설로부터 뜻밖의 연락을 받았다. 미니언을 찾았다는 것이다.
미니언의 존재를 알 수 있었던 것은 무선전자개체식별장치(내장칩) 덕분이다. 떠돌이 개가 있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한 보호시설 관계자는 먼저 체내 내장칩 반응이 있는지 확인했고, 다행히 실종 전 정보 등록을 마친 덕분에 미니언이라는 이름과 가족을 되찾을 수 있었다.
한국의 경우 법적으로 만 3개월 이상의 반려견은 반려동물로 등록해야 할 의무가 있으며 내장칩 삽입은 등록 방식의 한가지다. 반려묘의 경우는 의무가 아닌 선택사항이다.
미니언을 구조한 시설 관계자는 "12년이 지났으니 (개의) 인생도 바뀌었을 것이다. 예전의 그 장난기 많던 강아지를 기대해서는 안 된다"며 보호자들에게 마음의 준비를 당부했지만 미니언은 곧바로 크랜들 가족을 알아봤다.
미니언은 태운 차가 멈추고 트렁크가 열리자마자 흰 꼬리를 흔들며 온 집안을 돌아다녔다. 크랜들 가족이 키우고 있는 다른 개들과도 어울려 놀기 시작했다. 마치 단 한순간도 집을 떠난 적이 없다는 듯, 자연스럽게 녹아들었다.
보름쯤 미니언과 즐거운 시간을 보낸 가족들은 동물병원을 찾아갔다. 건강검진을 위해서였다.
15세 노견에 접어든 탓일까, 미니언은 치아 상태가 악화해 발치해야 한다는 진단을 받았다. 발치 시술의 특성상 마취는 필수였다.
시술을 받기로 했지만 미니언은 마취에서 다시 깨어나지 못했다. 주치의는 미니언이 잠재적으로 뇌졸중이나 심장 마비를 겪었을 수 있다고 추측했다. 고생한 미니언이 마지막 순간까지 고통받는 것을 원치 않았던 가족들은 주치의와 상담을 거쳐 안락사를 결정했다.
미니언이 무지개다리를 건넌 후, 가족들은 집 뒷마당 나무 밑에 묻어주었다. 크랜들 씨는 미니언을 "부드러운 사료를 좋아했고 저녁 시간이면 가족들에게 안겨 있는 것을 좋아했다. 대단한 꼬맹이였다"고 기억하며 애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