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사능 많이 맞아라" 괴롭혔던 간호사 선배 근황

입력 2023.09.17 09:08수정 2023.09.17 13:26
"방사능 많이 맞아라" 괴롭혔던 간호사 선배 근황
ⓒ News1 DB /사진=뉴스1

[파이낸셜뉴스] 간호사 직장 내 괴롭힘인 이른바 ‘태움’을 한 선배 간호사가 간호학과 교수가 됐다며 피해 사실을 폭로하는 글을 인터넷에 올린 간호사가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16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동부지법 형사7단독(조아람 판사)은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 씨(32)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A 씨는 2021년 3월 4일 한 간호사 온라인 커뮤니티에 ‘9년 전 저를 태운 7년 차 간호사가 간호학과 교수님이 되셨대요’라는 제목으로 허위 사실을 올린 혐의로 기소됐다.

그는 “chest portable(이동식 엑스레이 촬영 기기) 오면 그 앞에 보호장비 벗고 서 있게 시키면서 ‘방사능 많이 맞아라’고 낄낄거리며 주문을 외시던 분”이라며 “동그란 립스틱을 썼는데 ‘네가 싸구려를 쓰니까 못생긴 거야’라고 했다. 다른 동기들은 살 빠지는 애들도 있는데 혼자 찐다고 엄청 괴롭혔다”고 적었다.

이어 “‘네가 그렇게 재수 없는 X이라 네 엄마가 아픈 거야’ 등의 말을 했다”며 “무릎 뒤를 발로 차서 넘어뜨리기도 했다. 저는 겁을 먹어서 무슨 잘못인지 제발 알려달라고 비굴하게 말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글을 올린 다음 날인 3월 5일 같은 내용의 글을 또 다른 인터넷 사이트에 게시한 혐의도 받는다.

앞서 A 씨와 선배 간호사 B 교수는 2012년 6월부터 2013년 7월까지 지방의 한 대학병원 중환자실에서 함께 근무했다. B 교수는 이후 다른 지역의 한 전문대학 간호학과 교수로 임용됐다.

이와 관련해 검찰은 “간호사는 엑스레이 촬영 시 보호장비를 착용하지 않으므로 B 교수가 A 씨에게 보호장비를 벗고 서 있게 시키면서 방사능 많이 맞으라고 주문을 외운 사실이 없다”며 A 씨를 허위 사실 기재에 따른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했다.


이에 재판부는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A 씨가 허위 사실을 게시해 비방할 목적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A 씨는 당시 상황을 구체적이고 상세하게 진술했고, 동일한 피해를 봤거나 전해 들었다는 취지의 댓글과 댓글 작성자의 제보 등에 비춰 B 교수로부터 폭언·폭행 등을 당한 것은 분명해 보인다”고 밝혔다. 또 “의료계에서 은밀하고 지속적으로 행해져 오는 태움 같은 악·폐습 문화를 개선할 필요가 있는 점, 글을 게시한 주요한 동기와 목적은 간호사 집단 및 구성원의 관심과 이익을 위한 것으로 보이는 점을 종합해 판단했다”고 판시했다.

hsg@fnnews.com 한승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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