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김민지 기자 = 드라마 '순정복서'가 시청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지 못하고 시청률 1%대까지 무너질 위기에 처했다.
지난 12일 방송된 KBS 2TV 월화드라마 '순정복서'(극본 김민주/연출 최상열, 홍은미)는 1.1%(이하 닐슨코리아 전국 기준)를 기록했다. 이는 7회와 같은 수치의 자체 최저 시청률이다. 8월21일 처음 방송된 '순정복서'는 1회가 2%로 자체 최고 시청률을 기록한 뒤 1.8%(2~3회), 1.6%(4회), 1.4%(5~6회), 1.1%(7~8회)로 꾸준한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이는 지난 2020년 방송된 KBS 2TV 수목드라마 '어서와'가 기록한 역대 지상파 드라마 최저 시청률 0.8%에도 근접한 수치라 더 위태롭다.
'순정복서'는 추종남 작가의 소설 '순정복서 이권숙'을 원작으로 한 작품으로 사라진 천재 복서 이권숙과 냉혈한 에이전트 김태영의 인생을 건 승부조작 탈출기를 그린다. 소재는 올드하지만, 원작 소설이 교보문고 스토리공모전 수상작으로 작품성을 인정받았기에 이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드라마에도 기대가 모아졌다. 또한 스포츠를 소재로 한 드라마 '스토브리그', '라켓소년단' 등이 시청자들의 호응을 얻은 바 있어, 복싱을 소재로 한 '순정복서' 역시 이 같은 감동을 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도 컸다.
하지만 기대가 높았던 탓일까. 뚜껑을 연 '순정복서'는 밋밋함 그 자체였다. 스포츠 에이전트인 김태영(이상엽 분)이 승부조작에 휘말린 담당 선수 김희원(최재웅 분)을 위기에서 벗어나게 하려 '천재 복서' 이권숙(김소혜 분)을 이용해 돈을 벌려고 발버둥 치는 스토리 자체는 흥미롭지만, 이야기가 '예측 가능하게' 흘러가면서 회를 거듭할수록 전개에 대한 흥미가 사라진 게 가장 큰 원인이다. 8회에서 자괴감에 휩싸인 김희원이 사망한 뒤, 김태영이 모든 걸 내려놓고 이권숙과 계약까지 일방적으로 파기하는 극 중 최대 위기 상황이 벌어졌음에도 자체 최저 시청률을 기록한 것이 이를 방증한다.
'순정복서'는 스포츠물의 장점도 살리지 못했다. 힘들었던 기억으로 인해 운동을 포기했던 선수가 다시 돌아와 이를 극복하는 과정은 그동안 우리가 수없이 봐왔던 설정. 결국 이를 얼마나 임팩트 있게 그려내는지가 중요한데, '순정복서'는 클리셰만 답습했을 뿐 매력을 제대로 보여주진 못했다. '복서 이권숙'이 주목받으려면 경기를 통해 점점 성장하는 과정을 보여줘야 함에도, 이권숙은 캐릭터 설명을 위한 짧은 오프닝 경기, 인플루언서 복서인 조아라(도은하 분)와 복귀전 단 두 경기만을 치렀다. 라이벌인 챔피언 한아름(채원빈 분)과 맞붙을 수 있을지는 4회가 지날 동안 결정되지 않았다. 스포츠물이라고 내세우기엔 빈약한 내용이다.
주인공을 제외한 캐릭터의 감정선이 섬세하게 그려지지 않은 것도 아쉬운 부분이다. 한량처럼 살아온 유치원 부원장이자 이권숙의 짝사랑 대상인 한재민(김진우 분)은 '스타 복서'인 이권숙의 정체를 알게 된 뒤 그에게 접근, 환심을 사면서 본인이 새로운 에이전트가 되기 위한 계략을 꾸민다. 하지만 한재민이 왜 스포츠 에이전트가 되고 싶은지, 꿈이 얼마나 간절한지, 이권숙에 대한 감정은 어느 정도인지는 드러나지 않는다. 그래서 한재민이 복싱을 그만두겠다는 이권숙에게 분노하는 장면은 다소 뜬금없게 느껴진다. 딸을 학대하듯 훈련시킨 부친 이철용(김형묵 분)이 이권숙 앞에서 쩔쩔매는 캐릭터로 변화한 이유는 '딸의 가출'로 암시되지만, 그 과정이 짧게라도 보였으면 더 납득이 갔을 터다. 이러한 것들이 쌓여 시청자들의 극 몰입을 방해한다.
'순정복서'는 전체적인 완성도가 현저히 낮은 작품은 아니다. 그러나 기시감이 느껴지는 설정을 밋밋하게 풀어낸 탓에 시청자들을 끌어들이지 못하고, 시청률 1%대를 오가며 위기 상황에 놓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