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김민지 기자 = 최근 불거진 피프티 피프티 사태와 관련해 가요계 관계자들이 다양한 목소리를 냈다.
14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서강로 78 엠피엠지 사옥에서 2023 대중음악 산업발전을 위한 세미나가 진행됐다. 이 자리에는 가요계 종사자들과 법무법인 지향 남성철 변호사 등이 참석해 최근 불거진 '피프피 피프티 사태'와 관련, 중소기획사와 뮤지션의 계약 분쟁 사례와 중소기획사 및 뮤지션의 지원사업·정책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다.
이날 윤동환 한국음악레이블산업협회장은 피프티 피프티의 템퍼링(계약이 끝나기 전 다른 회사와 사전 접촉하는 것을 뜻하는 말) 사태로 인해 문제점이 드러났다면서, 회사와 아티스트가 동일선상에서 서로의 입장을 이야기하는 자리를 마련했다고 전했다. 이어 "그동안 이런 이야기를 안 하고 조용히 해결하려다 보니 이런 문제가 발생한 것'이라며 "이전에도 이런 일이 없었던 건 아니다, 후배들과 업계를 이끌어갈 분들을 위해서 문제들을 이야기하고 개선점을 찾을 것"이라고 했다.
익명을 요구한 레이블 대표는 "계약서는 약속을 구체화 해 서로 잘 지키자는 의미에서 싸인을 하는 것"이라며 "이 기간 만큼은 충실히 일에 임하면서 몸값을 키우면 축구선수 처럼 FA 때 고액을 벌 수 있는데 (피프티 피프티 사태)는 욕심 때문에 벌어진 일이 아닌가 한다"라고 사견을 전했다.
가요계 관계자들은 이번 이슈와 관련해 개선돼야 할 부분으로 '표준전속계약서에 대한 개정'에 대해 언급했다. 나성식 록스타뮤직앤라이브 대표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표준계약서 개정이 많이 필요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라며 "아티스트와 회사의 입장이 적절히 잘 녹아들었다고는 하지만 너무 오래된 자료들이다 보니 논의를 통해 바뀌었으면 한다"라고 의견을 전했다. 박광원 대표 역시 "우리나라 표준계약서는 너무 포괄적"이라면서 "미국 같은 경우 레코드, 출판사, 공연 프로모터의 역할이 나뉘어 있고 매니저 역시 퍼스널 매니저와 비즈니스 매니저로 나뉘어있다"라고 했다. 이어 "국가가 지정한 계약서는 우리나라에만 존재하는 것"이라며 "이에 대한 근본적인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중소 기획사가 안전하게 사업을 영위할 수 있도록 정부 차원의 보호와 지원을 강화할 수 있도록 해야한다는 이야기도 나왔다. 윤 협회장은 "요즘은 엔터사가 에이전시 개념으로 변화했다"라며 "판권이나 구속력이 없어서 계약을 문제 삼으면 리스크가 커져 에이전시 형태가 늘어난 것"이라고 분석했다. 또다른 관계자는 "분쟁 과정에서 드러난 연예계의 전속계약 기간 중 사전 접촉 행위 이른바 템퍼링과 관련해 중소 기획사를 보호하게 위해 대중문화예술발전법 개정안을 발의하면 좋겠다"는 의견도 전했다.
또한 세미나에서는 최근 불거진 피프티 피프티 사태와 관련해 '전속계약 효력정지 가처분이 인용 되면 계약 해지까지 기간이 있는데, 그 사이에 아티스트가 다른 회사와 접촉하는 게 가능하냐'는 질문이 나왔다. 이에 대해 남 변호사는 "전속계약 효력정지 가처분은 본안 판결이 나기 전까지 임시로 정하는 판결"이라면서도 "가처분 기각 결정이 나든, 인용 결정이 나든 본안 판결 전에, 계약이 해지되기 전에 다른 회사와 접촉하면 계약 위반이 된다"라고 말했다. 이어 "피프티 피프티 같은 경우는 전속계약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이 기각돼 전속계약이 존재하니 다른 회사와 접촉하는 행위를 할 경우 계약 위반"이라고 덧붙였다. 더불어 "전속계약 효력정지 가처분 인용 결정이 되는 경우에는 효력을 일시적으로 멈추는 것"이라며 "그 상태에서 다른 회사와 접촉하는 게 위반이냐는 논란의 소지가 있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이럴 경우) 본안 판결에 따라 다를 것"이라며 "전속계약이 해지 되면 이전 것도 위법성이 없다고 판단할 수도 있고, 전속계약 효력이 있다면 문제가 될 가능성도 크다, 다만 계약 조건 협의까지는 문제가 없을 수 있어도 계약을 하는 건 문제"라고 설명했다.
한편 지난해 11월 데뷔한 피프티 피프티는 올해 발표한 '큐피드'가 미국을 비롯해 글로벌 음악 시장에서 성공하며, 미국의 빌보드 메인 싱글 차트(순위도표)인 '핫 100' 차트에서 17위에 오르는 등 신기록을 썼다.
하지만 피프티 피프티 멤버들은 어트랙트와 올해 6월부터 갈등을 이어오고 있다. 6월23일 어트랙트 측은 피프티 피프티 멤버들을 빼가려는 외부 세력이 있다고 알렸고, 같은 달 27일 어트랙트는 프로젝트의 관리 및 업무를 수행해온 더기버스가 업무 인수인계 과정에서 프로젝트 관련 자료를 삭제하는 업무방해 행위와 몰래 '큐피드'의 저작권을 사는 행위를 했다며 더기버스 안성일 대표 외 3명을 상대로 고소장을 제출했다,
이번 분쟁과 관련해 최근 법원은 피프티 피프티 멤버들이 낸 계약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에 대해 판결보다 원고와 피고가 합의를 통해 분쟁을 해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판단, 조정에 회부했다. 이후 이달 9일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50부(수석부장판사 박범석)는 피프티 피프티와 어트랙트 간의 조정을 권유하는 조정 기일을 열었지만 성립 및 불성립에 대한 결론에 이르지 못했고, 법원은 재차 16일까지 양측이 사적으로 만나 오해를 풀라고 권고했다.
이후 8월28일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50부는 피프티 피프티가 소속사 어트랙트를 상대로 제기한 전속계약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고, 네 명의 멤버들은 일단 어트랙트 소속으로 그대로 남게 됐다. 그러나 30일 피프티 피프티 멤버들의 법률대리인인 법무법인(유한) 바른 측은 법원의 전속계약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 기각에 대해 "즉시항고를 진행하기로 결정했다"는 입장을 전한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