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서울 관악구 신림동 등산로에서 30대 여성을 무참히 살해한 최윤종(30)이 범행 직후 피해자가 응급처치를 받는 순간에도 “물을 달라”며 피해자는 아랑곳하지 않고, 자신의 갈증해소에만 집중한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중앙지검 전담수사팀(팀장 김봉준 부장검사)은 지난 12일 성폭력범죄처벌특례법상 강간 등 살인 혐의로 최윤종을 구속기소했다. 그는 8월 17일 관악구 신림동의 한 공원 등산로에서 주먹에 너클을 착용한 상태에서 피해자의 뒤통수 등을 수 차례 때려 쓰러뜨린 뒤, 목을 졸라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성폭행 시도는 미수에 그쳤다.
피해자는 현장에서 약 20분간 방치됐다. 맥박과 호흡, 의식이 없는 상태로 현장에 출동한 경찰에 발견돼 이틀 뒤 숨졌다.
최윤종은 출동한 경찰관이 피해자를 살리기 위해 심폐소생술(CPR)을 하는 순간에도 “목이 마르다”며 경찰관에게 물을 요구한 것으로 조사됐다.
애초 이 사건은 최윤종이 성폭행 이후 피해자를 방치해 사망에 이르게 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보완수사를 통해 검찰은 최 씨가 ‘사망해도 어쩔 수 없다’는 미필적 고의를 가지고 격렬히 저항하는 피해자의 목을 3분 이상 졸라 살해한 것으로 판단했다.
최윤종은 은둔 생활을 중 인터넷으로 성폭력 범행에 대한 기사를 확인하고 자신의 욕구를 해소하기 위해 범행을 계획한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 조사에서 그는 “기사를 통해 ‘부산 돌려차기 사건’ 기사를 보고, 피해자를 기절시킨 뒤 폐쇄회로(CC)TV가 없는 곳에서 성폭력 범행을 저지르기로 계획했다”고 진술했다.
범행에 사용한 철제 너클은 사건 넉 달 전에 인터넷 쇼핑몰을 통해 구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범행 장소를 고르기 위해 CCTV가 없는 장소를 오랜 기간 찾아다녔다. 실제 범행이 일어난 신림동 등산로는 사건 엿새 전 발견해 수 차례 주변 상황을 점검한 것으로 전해졌다.
성폭행을 하고자 마음을 먹은 최윤종은 범행 이틀 전부터는 “용기 있는 자가 미녀를 차지한다”거나 “인간은 기회를 잡아야 해”라는 메모를 적으며 스스로 동기를 부여했다.
검찰은 최 씨의 군 복무 기록, 범행 전후 행적, 대검찰청 임상심리 평가 결과 등을 다각도로 확인한 결과 심신미약 상태에 해당하지 않고, 순전히 자신의 욕구를 충족하기 위해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최종 판단했다.
검찰 관계자는 “최윤종은 출동 경찰관이 피해자를 상대로 CPR을 하는 순간에도 자신의 갈증 해소를 위해 계속 물을 요구한 것으로 보아 죄질이 나쁘다”면서 “범행 전후 정황을 충분히 확인해 죄에 상응하는 중형이 선고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hsg@fnnews.com 한승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