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뉴스1) 오미란 기자 = 국내 온라인 커뮤니티 사이트에 전국 5개 국제공항을 상대로 한 흉악범죄 예고 글을 올린 30대 남성이 경찰에 덜미를 잡혔다.
제주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대는 협박,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30대 남성 A씨를 구속했다고 12일 밝혔다.
A씨는 지난달 6일 오후 9시7분쯤 국내 한 온라인 커뮤니티 사이트에 '내일 오후 2시에 제주국제공항에 폭탄테러하러 간다. 이미 폭탄을 설치해 놨다. 나오는 인간들을 흉기로 다 찔러 죽일 거다'라는 내용의 글을 최초로 게시했다. 이후 A씨는 이튿날인 7일 0시42분까지 인천·김포·김해·대구국제공항을 상대로 한 폭탄테러·흉기살해 예고 글을 잇따라 올렸다.
약 3시간35분이라는 짧은 시간에 전국 5개 국제공항을 상대로 흉악범죄를 저지르겠다고 예고한 글만 6개에 달했다. 이로 인해 당시 해당 공항에 투입된 경찰 인력만 300여 명에 달했고, 각 공항에는 장갑차와 순찰차, 폭발물탐지차량, 소방차, 구급차가 배치되기도 했었다.
당시 자체 모니터링 과정에서 최초 협박 글을 발견한 뒤 즉시 수사에 착수한 경찰은 동일범의 소행일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수사 범위를 확대하며 IP를 추적한 끝에 지난달 23일 A씨를 피의자로 특정했다.
경찰은 당일 긴급 출국금지 조치를 취하는 동시에 서울에 있는 A씨의 주거지에서 압수수색을 벌여 A씨가 범행에 사용한 노트북과 휴대전화, 외장하드를 확보했다. 흉기는 발견되지 않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 조사 결과 A씨는 가족과 함께 살며 아르바이트로 생계를 유지하던 평범한 청년으로, 전자공학 전공자였던 것으로 파악됐다.
A씨는 평소 우회 프로그램을 이용해 해외 IP로 온라인 커뮤니티 활동을 해 왔는데, 이 사건 범행에도 해외 IP를 사용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심지어 A씨는 범행 후 노트북과 휴대전화를 초기화하는 등 경찰의 추적을 회피하려고도 했다.
당초 A씨는 혐의를 전면 부인했지만 두 차례의 경찰 조사 끝에 결국 범행을 일체 자백했다.
A씨는 최근 경찰 조사에서 "경찰이 잡을 수 있는지 시험하고 싶었다", "좀 더 많은 관심을 받아야 경찰이 추적을 시작할 것 같아 여러 협박글을 작성했다" 등의 범행 배경도 밝혔다.
경찰은 A씨의 범행으로 막대한 공권력이 낭비된 만큼 법무부, 경찰청 관련 기능과 협조해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한다는 계획이다.
김성훈 제주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대장은 "앞으로도 경찰은 온라인상의 무분별한 흉악범죄 예고 글 게시 행위를 심각한 범죄행위로 보고 모든 전문역량을 총동원해 게시자를 추적·검거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