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단서 친구 밀어 치아 7개 손상됐는데 '학교폭력' 아니다? 이유 알고보니

입력 2023.09.12 07:41수정 2023.09.12 10:21
계단서 친구 밀어 치아 7개 손상됐는데 '학교폭력' 아니다? 이유 알고보니
사진=연합뉴스

[파이낸셜뉴스] 학교 계단에서 고의로 친구를 밀쳐 다치게 해 사회봉사 징계 처분을 받은 중학생이 '학교폭력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교육장을 상대로 제기한 행정소송에서 승소했다.

"고의 아닌 과실" 친구 밀쳐 중학생 어머니가 낸 소송

11일 법조계에 따르면 광주지법 제2행정부(재판장 장찬수 부장판사)는 중학생 A군의 어머니(법정 대리인)가 광주 서부교육지원청 교육장을 상대로 낸 학교폭력 징계처분 취소 청구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광주 서부교육지원청이 지난 1월10일 A군에게 한 사회봉사 8시간 처분을 취소한다"며 "이 처분은 항소심 판결 선고 뒤 14일까지 집행을 정지한다"고 판시했다.

앞서 A군은 광주의 한 중학교 1학년에 재학 중이던 지난해 11월24일 점심시간에 같은 반 학생 B군을 계단 사각지대 모서리 쪽으로 밀었다. 당시 B군은 모서리 안전대 사이에 끼어 정신을 잃고 쓰러졌으며, 입술이 찢어지고 치아가 손상됐다.

A군은 B군에 대한 학교 폭력으로 심의위원회를 거쳐 사회봉사 8시간과 피해 학생 접촉·협박·보복행위 금지 처분을 받았다.

이에 A군은 "고의가 아닌 과실로 학교폭력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B군을 다치게 하려고 의도하지 않았고, 징계 처분이 너무 과하다"고 법정 대리인을 통해 소송을 제기했다.

재판부 "밀었던 행위만으로 생활기록부 기록되는 처분 과하다"

재판부는 학교폭력 자체는 인정하지만 생활기록부에 기록되는 처분을 내리는 건 과도하다고 봤다. 또 폭행의 고의성과 과실, 화해 정도, 감경 사유를 충분히 고려하지 않고 징계를 내린 것은 부당하다고 판단해 교육지원청이 재량권을 벗어난 징계를 했다며 A군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학교폭력으로 인정될 만한 부분은 A군이 B군을 고의로 밀었던 행위"라고 지적하면서도 "B군의 치아 7개가 손상된 부분은 A군이 의도한 것이 아니라 불의의 사고로 인한 것"이라며 "심의위원회가 학교폭력의 심각성을 높음으로 판정한 것은 과도하다"고 판시했다.

이어 "밀었던 행위만 놓고 본다면 규정상 2주 이상 신체적·정신적 치료가 필요한 진단서를 발급받지 않은 경우 학교폭력이 지속적이지 않고 보복행위가 아닌 경우 등에 해당돼 경미한 학교폭력에 해당하는 사안이 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

보호자간 금전적 합의 없었지만, 두 친구 화해한 점도 고려

재판부는 "A군과 보호자가 화해를 위한 노력을 충분히 했고, A군이 B군과 화해한 것으로 보인다"며 "단지 보호자들 사이에 금전적인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사정만으로 화해 정도를 낮음으로 판정한 것도 부당하다"고 설명했다.


또 "A군이 이전에 학교폭력 조치를 받은 적 없고, 평소 생활 태도도 특별히 문제가 있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면서 "징계 처분 이후 반성하고 있어 선도 가능성에 대한 여러 가지 감경 사유가 있고, 심의위원회는 이런 감경 사유도 심사 과정에 고려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이어 "이런 사정과 기록을 종합하면 학교에서의 봉사가 아닌 사회봉사 조치가 이뤄진 것은 A군 입장에서는 지나치게 가혹하다"며 "학교생활기록부에 입력되는 '학교에서의 봉사' 조치는 졸업과 동시에 삭제되지만 '사회봉사' 조치는 졸업일로부터 2년이 지난 뒤 삭제되기 때문에 학생 미래에 큰 영향을 미친다. 학교폭력 가해 학생에 대한 조치는 신중하게 결정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newssu@fnnews.com 김수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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