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윤효정 기자 = 최근 가장 '핫'한 방송인을 꼽으라면 단연 김대호 아나운서(39)다. MBC 유튜브 채널 '4춘기' 콘텐츠에 이어 '나 혼자 산다'까지 활동 반경을 넓힌 그는 뉴스 화면 속 멀끔한 베테랑 아나운서가 아니다. 회사 옥상에서 캠핑을 하거나 집 마당에 수영장을 만들고 술을 한 잔 기울이는 '자연인에 가까운 아나운서'이며, '언제까지 회사생활 할 거냐'면서 일확천금을 꿈꾸는 'K직장인'이다.
그의 삶을 화면 안에 옮기자 많은 이들이 열광했다. 남의 시선을 신경쓰지 않고 자신의 즐거움에 집중하고, 그 무엇보다 '워라밸'이 중요하다는 그는 많은 이들에게 대리만족과 공감을 동시에 느끼게 했다. '아나운서 다움'과 거리가 먼 그의 독보적인 캐릭터와 진솔한 삶은 오히려 '아나운서 다움'의 의미를 확장하고 있다. 그렇게 김대호는 '나 혼자 산다' '구해줘! 홈즈' '도망쳐' '위대한 가이드' 등 쉼없는 활동을 펼치고 있다.
MBC 아나운서 선발 프로그램 '신입사원'을 통해 입사해 12년간 방송을 해왔던 그는 최근 '방송'의 의미를 다시 정립하고 있다고 했다. 새로운 경험을 하면서 자신이 익숙한 것보다 더욱 넓은 의미의 방송을 경험하고 있다는 것. 그는 '방송인'으로서 자신이 할 수 있는 것, 잘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일지 '김대호의 영역'을 만들어보고 싶다는 바람이 있다고 했다.
<【N인터뷰】①에 이어>
-신입 아나운서 김대호는 어땠나.
▶대단한 꿈이 있는 사람이 아니었다. 아나운서 시험도 여러 번 떨어졌다. 그러다가 '신입사원' 프로그램이 시작됐고 운이 좋게 된 거다. 기존의 시험 전형과 다른 기준이 있다 보니 나름의 캐릭터가 희석이 돼서 합격을 한 것 같다. 그런 건 운이 좋았는데 내가 원래도 아나운서를 꿈 꿨던 것도 아니고, 목적이 없어졌달까. '난 어떤 아나운서가 돼야지' '어떤 결과를 이뤄야지' 그런 계획은 없었다.
-나의 일상과 인생을 보여줬을 뿐인데 많은 사람들에게 다양한 반응을 받게 될 때 어땠나.
▶솔직히 처음에 조회수가 올라갈 때는 왜 좋아하시는지 감이 안 오더라. '뉴스안하니'는 너무 귀찮아서 친구들(후배들)이 찍어온 것이 많이 다듬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나가기도 했다. '나혼자산다'는 대본 없이 내가 사는 모습 그대로이긴 하지만, 여러 에피소드를 하루에 압축하기는 한다. 처음에는 어색하기도 하더라. 나는 나 하는대로 살았는데 어떤 분들은 대리만족을 하셨다고 하고 재미도 느꼈다고 하고 자유로움이 좋았다고 하시니까 오히려 내가 신기했다. '나는 진짜 특별하지 않은 사람인데 왜 신기해 하실까' '다른 분들은 어떻게 살고 있는 걸까' '연예인도 많은데 왜 나에게 관심을 주시지' 신기하더라.
-기안84와 동갑이기도 하고, 비슷하다는 반응이 있다. 기안84가 김대호의 일상을 보며 '거울치료'하는 방송 내용도 화제였는데, 두 사람이 함께 콘텐츠를 해보라는 반응도 많다.
▶(기안84가) 말을 재미있게 해주신 것 같다.(웃음) 물론 둘이 겹치는 교집합 부분이 있기는 하다. 또 나이가 동갑이어서 동질감을 표현해주신 것 같다. 우리가 1984년생이니까 주변 친구들은 거의 결혼했다. 나도 친구들이 있지만 나 혼자 살고 있는 순간을 같이 공유하며 즐길 수 있는 사람은 없다. 그런데 (기안84는) 같은 분야에서 일을 하고 있고 이미 유명인의 삶을 산 분 아닌가. 마주치면 신기하고 반갑다. 기회가 되면 같이 콘텐츠를 해보면 좋을 것 같다. 나는 기안84를 보면서 대리만족하고 뿌듯할 때가 있다. 이번에 마라톤에 도전하는 것도 정말 대단하더라. 보여주는 게 아니다. 기안84는 진짜다. 그의 도전이 꼭 성공했으면 좋겠다.
-부모님의 반응이 궁금하다. 그동안 결혼 재촉도 하셨다는데, 혼자 살다 보니 '나혼자산다' 같은 프로그램도 만난 것이 아닌가.
▶너무 좋아하신다. '나혼자산다'를 본 큰아버지가 결혼 이야기를 하시자 어머니가 그래도 당분간은 혼자 살아야 하지 않겠냐고 하시더라.(웃음) 아버지도 내가 출연하는 방송을 본방사수하기 힘들었는데 지금은 유튜브를 하루 종일 보신다고 하더라. 주변에서 아들 아나운서냐면서 궁금해 하시면 바로 휴대전화 보신다고 한다.(웃음)
-결혼 질문을 꼭 받지 않나. 계획이 있나. 요즘 유명해지면서 소개팅 제안도 많이 받을 것 같은데, 어떤 사람을 만나고 싶나.
▶나는 서른 다섯 전에 그냥 결혼을 할 줄 알았다. 그러다가 결혼을 안 하니까 그 뒤의 계획이 없어졌달까. 비혼주의도 아니다. 결혼은 선택이라고 생각한다. 언젠가 기회가 되면 자연스럽게 하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소개팅 제안이 들어오기는 한다. 두 번 정도 해봤는데 어떻게 해야 할 지 잘 모르겠더라.
-'아나운서 다움'에 대한 생각이 궁금하다.
▶어렵다. 대중이 아나운서를 바라볼 때 올바른 시각을 가진 방송인, 그러면서도 엔터테이너같은 면을 동시에 원하는 것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그게 엄청 힘든 거다. 아나운서들끼리도 ('아나운서다움'에 대해) 세대별로 사람별로 다 다르게 생각한다. 나는 방송하는 사람으로서 내 모습을 솔직하게 보여주는 자세라고 생각한다.
-프리랜서 방송인이 될 것이라는 예상이 많이 나온다.
▶지금은 그럴 생각이 없다. (알려진 지) 5개월 밖에 안 됐다. 지금의 반응이 하나의 이벤트, 에피소드일 수도 있다. 내 인생을 다 털어서 보여드린 후 김대호라는 사람 자체에 관심을 가져주실까 하는 고민도 있다. 기존의 아나운서 이미지와 다른 아나운서가 등장해서 호기심을 가져주시는 거라고 생각한다. 지금 나는 내가 방송에서 못해본 것이 많다는 생각이 든다. 진행자로서의 역할도 덜 보여드린 것 같다. 더 일을 하고 더 많은 평가를 받아보고 싶다.
-이제는 길에서도 많은 사람들이 알아보고, 방송에서 사용한 물품이 완판이 되기도 한다. 인지도가 높아지면서 더욱 조심하게 되는 점도 있을 텐데.
▶예전에는 술 마시고 거리에서 잠 들기도 하고 그랬는데, 그건 같이 마신 사람들끼리나 아는 일이지 않나. 그런데 요즘은 술을 마시더라도 정신을 좀 차리고 마시려고 한다.
-절주하게 된 건가.
▶절주라기보다, 조금 더 정신을 잡고 마신달까. 결과값은 같은데 무의식에서라도 단속을 한다. 그리고 이제 예전처럼 어울릴 사람도 많이 없어서. (웃음)
-방송인으로서 이루고 싶은 꿈이 있나.
▶내 영역을 만들어보고 싶은 바람은 있다. 방송은 캐릭터가 중요하지 않나. 지금 여러 프로그램을 하고 있는데 방송인으로서 내가 어떤 걸 보여줄 수 있고 내가 뭘 할 수 있는지 역량을 확인해보고 싶달까. 그런 바람이 생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