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빙' 강풀 작가 "500억 대작? 제작비 가능할까 고민까지" ②

(서울=뉴스1) 윤효정 기자 = 디즈니+(플러스) 드라마 '무빙'(연출 박인제, 박윤서)의 대본을 쓴 강풀은 '순정만화' '바보' '이웃사람' '조명가게' 등의 웹툰을 선보이며 한국 웹툰을 대표하는 작가로 손꼽힌다. 여러 작품의 영화화에도 '원작 웹툰 작가'의 위치로만 있었던 그는 '무빙'을 통해 직접 대본을 썼다. 평면의 웹툰 배경에서는 '납작'할 수 밖에 없었던 인물들을 보다 더 넓은 공간으로, 보다 더 입체적으로 만들고 싶은 바람이었다.

짧고 강렬한 '신' 위주, 빠른 '속도' 위주의 콘텐츠 속에서 그는 OTT 플랫폼에서 보기 드문 20부작 긴 호흡으로 '무빙'의 이야기를 만들었다. 각 캐릭터의 서사가 충분해야만 '무빙'이 가진 정서를 잘 전달할 수 있다는 믿음 때문이었다.

강풀이 그린 이야기는 류승룡 조인성 차태현 등 스타배우들과 신선한 문법의 연출력, 플랫폼의 지원 속에서 '무빙'으로 완성됐다. 긴호흡에도 긴장감을 늦추지 않고 쌓아올린 서사는 회를 거듭할수록 시청자들에게 많은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무빙'은 디즈니+ 한국 오리지널 콘텐츠 중에서 최다 시청시간을 기록하며 순항하고 있다.

강풀 작가는 28일 뉴스1과 만나 매일 '무빙'을 검색하고 있는 요즘의 일상을 말하며 자신 역시 특별한 경험을 하고 있다고 했다.

<【N인터뷰】①에 이어>

'무빙' 이 연재되던 때는 히어로물이 없었는데 지금은 소시민 히어가 나오는 콘텐츠들이 꽤 있다. '무빙' 이야기가 지금 통할까에 대한 고민도 했을 것 같다.

▶8년 전 작품인데 준비기간까지 하면 내게는 10년 정도 된 작품이다. 소시민 히어로를 워낙 좋아하기도 한다. 이번에는 신체 능력자에 대해 이야기를 해보고 싶었다. 어쨌든 흐름이 있는 것 같다. 많이 이야기를 하면 흔해질 수 있지만 재미가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요즘은 안기부를 잘 모르더라. '무빙'을 통해 하고 싶었던 이야기는 한국형히어로를 표방했는데 그게 잘 맞았고 픽션이기는 하지만 한국 역사를 녹여서 쓸 수 있었다.

-캐스팅 과정에 어느 정도 참여했나.

▶나도 참석을 해서 의견을 냈다. 내가 처음 해봐서 뭘 모르니까 가능했던 일이 있었다. 소속사 없이 대본 전달하면 안 되는 거더라. (웃음) 그냥 친한 사이의 배우면 바로 연락하고 그랬다. 젊은 친구들은 내가 잘 몰라서 감독님에게 맡겼다. 경쟁률이 굉장히 높았더라. 최종에서 좋다고 이야기를 나눠서 캐스팅 됐고 성인 배우들은 같이 캐스팅했다. 처음에는 7화까지 아이들 이야기인데 4화까지만 쓰고 바로 8, 9회를 썼다. 어른 배우를 빨리 캐스팅하고 싶어서 그랬다. 캐스팅이 될 때마다 신기했다. 너무 유명한 분들이 됐다. 안 돼도 매달려보자는 마음이었는데 의외로 다들 해주는 거다. 이게 진짜인가 싶을 정도로 순조로웠다.

-직접 연락한 배우는 누군가.

▶차태현씨 문성근씨 류승범씨 김성균씨에게 연락했다. 예전에 같이 했던 분들이다. 고맙다. 보통 이렇게 안 한다고 하더라. 류승범씨 같은 경우에는 그때 한국에 없었다. 내가 류승완 감독하고 친해서 동네 친구였다. 프랭크는 이방인의 느낌, 영어도 잘하는데 조금 이상하게 잘하는, 무시무시한 느낌이 필요했다. 류승범씨 밖에 생각이 안 나더라. 류승완 감독에게 '너무 캐스팅 하고 싶은데 승범이와 영상통화하게 해달라'고 했다. 파리에 있다고 하더라. 대본을 한 번 봐달라고 했다. 생각보다 빨리 한다고 해줘서 너무 고마웠다.

-특히 애정하는 캐릭터가 있나.

▶지금은 가장 고마운 배우가 류승범이다. 우리 배우들은 정말 누구 하나 빠질 것 없이 다 잘 어울렸다. 스타들인데 이 사람들이 괜히 (스타가) 된 게 아니었다. 대단한 배우들을 모아 놓으니까 시너지가 느껴졌다. 7화까지는 하이틴물로 볼 수 있는데 여기에 프랭크라는 인물을 배치했다. 앞부분의 긴장감을 류승범 배우가 소화해줘서 고마웠다. 물론 모든 캐릭터가 다 좋았다. 엄마가 좋아 아빠가 좋아 같은 물음이다. 모두가 자기 역할을 다 해주더라.

-하이틴 파트가 집중력을 놓칠 수도 있는데 반응이 좋더라. 어떻게 봤나.

▶진짜 아이들이 아니고 20대 배우이다. 촬영장에 진짜 많이 놀러갔다. 몇십 번을 갔다. 말을 쉽게 놓는 편이 아닌데 배우들이 정말 봉석이 강훈이 희수로 보인다. 고등학생처럼 보인다. 셋이 정말 친해졌다. 실제로도 그렇게 노는데 그게 드라마에 다 보이는데 너무 예쁘더라.

-500억원이라는 큰 규모의 제작비에 이목이 쏠릴 때 심경은.

▶나도 제작비가 정확히 얼마인지 모른다. (웃음) 하면서 가장 고민했던 것은 쓰고 싶은 건 많고 넣고 싶은데 제작비가 감당이 될까 쪼그라드는 게 있더라. 고맙게도 박인제 감독님이 '일단 써라, 작가가 고민할 문제가 아니다, 그건 제작진이 고민할 문제다'라고 했다. 하고 싶은 걸 다 해보라는 말에 대본을 썼다.

<【N인터뷰】③에서 계속> ※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