값싼 우크라 드론이 매일 밤 모스크바 때릴 수 있는 이유

입력 2023.08.24 07:58수정 2023.08.24 09:44
값싼 우크라 드론이 매일 밤 모스크바 때릴 수 있는 이유




(서울=뉴스1) 문영광 기자 = 러시아 수도 모스크바를 향한 드론 공격이 23일 새벽(현지시간)에도 계속됐다.

모스크바 상업지구인 ‘모스크바 시티’에서 신축 공사 중이었던 건물 외벽에 우크라이나 드론이 떨어지면서 10~15층의 외벽 유리가 손상됐다. 모스크바 내 3곳의 주요 공항은 지난 21일과 22일에 이어 3일 연속 일시 폐쇄됐다.

크렘린궁에서 불과 5km밖에 떨어지지 않은 모스크바 시티는 낮게는 20층부터 높게는 100층이 넘는 고층빌딩이 밀집한 금융·상업지구로, 여러 정부 부처 사무실과 대기업 등이 입주해 있는 곳이다. 지난 달 30일과 이달 1일, 18일에 이어 또다시 이곳에 드론 공격이 이뤄졌다.

모스크바 주변엔 러시아가 자랑하는 S-400 첨단 방공 시스템이 촘촘하게 배치돼있다. S-400은 단일 시스템일 경우 약 5~6억 달러(약 6700억 원)에 수출되는 걸로 알려져 있고, 터키는 지난 2017년 예비 미사일과 운송비용 등을 포함해 2대를 들이는 데 무려 25억 달러(3조 3천억 원)을 지불했다.

반면 우크라이나가 현재 모스크바 중심부를 공격하는 데 사용하고 있는 ‘보버’(Bober) 드론은 11만 달러, 한화로 약 1억 4천만 원이면 제작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5월, 우크라이나 드론이 최초로 모스크바 상공에 침투해 크렘린궁 상공까지 접근했다가 격추됐을 당시 사용된 UJ-22 드론은 더 적은 비용으로 제작할 수 있다.

러시아 입장에서 수백 배 이상의 가격 차이가 나는 드론을 잡기 위해 첨단 대공 미사일을 사용한다는 것은 상당한 비용 부담으로 다가올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모스크바의 하늘이 계속해서 뚫리는 진짜 이유로는 러시아의 방공 시스템이 전투기와 미사일을 요격하는 데 특화된 레이더를 갖추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보버와 UJ-22 등 우크라이나 드론들은 특정 레이더 시스템을 피하기 위해 낮은 고도에서 비행했을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소셜미디어에 공개된 수많은 영상을 통해 그 모습이 확인됐다.

호주의 군사전문가 딘 베이커는 “모스크바 공격 초기에 레이더에는 잡히지 않고, 소리는 그저 ‘잔디 깎는 기계’처럼 들렸기 때문에 즉각 보고되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이처럼 현재까지 각국에서 개발한 대공 방어 시스템들은 드론을 새(bird)로 식별하는 등 크기가 작은 무인항공기를 걸러내는 데 상당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아이언돔’ 등 방공 시스템 분야를 선도하고 있는 이스라엘이나 막강한 군사력을 지닌 미국은 드론을 효과적으로 식별해내기 위한 추가 기술 개발을 진행 중이다. 우크라이나도 최근 영국 국방부의 도움으로, 드론 공격을 효과적으로 방어할 수 있는 노르웨이제 대공무기 ‘코텍스 타이푼’(CORTEX Typhon) 등 1500억 원 규모의 드론 방어 시스템을 도입하기로 했다.


그러나 러시아군이 계획한 방공 시스템 구축 계획에는 드론 탐지와 관련한 프로그램과 예산이 포함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대신 지대공 미사일 12기와 기관포 등을 갖춘 대공 시스템 판치르-S1을 모스크바 내 건물 옥상 혹은 주요 길목에 설치해 임기응변만 하고 있을 뿐이다.

영국 국방정보국은 “자국민에게 피해가 없을 것이라고 확신하고 우크라를 침공한 푸틴이 공군 지도부에게 방공망을 개선하라고 압박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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