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윤효정 기자 = 배우 박효주는 2001년 잡지 모델로 데뷔하며 연예계에 입문한 뒤, 배우로 전향해 현실감 넘치는 연기와 캐릭터 소화력을 보여주며 관객과 만났다. 연기란 만족이 없는 것이기에 오래도록 사랑할 수 있었다는 그는 매 작품마다 작고 큰 숙제를 해내며 한 걸음씩 나아갔다. 그런 박효주에게도 최근 종영한 ENA 드라마 '행복배틀'에서 만난 오유진은 쉽지 않은 인물이었다고.
오유진은 겉으로는 행복하지만 내면에 감추고 싶은 과거, 비밀이 가득해서 누구보다'진짜' 행복을 만들고 싶어하는 인물. 2회만에 죽음을 맞는 오유진의 내면을 단기간에 설명해야 했고, 수많은 등장인물들을 움직이게 만들어야 했다. 박효주는 큰 부담감을 안고 '행복배틀'을 보냈다.
강렬한 존재감을 보여주며 호평을 받은 그는, 자신뿐만 아니라 수많은 제작진과 동료 배우들과의 협업 속에서 작품을 완성할 수 있었다고 돌아봤다. 또 6세 아이를 키우고 있는 워킹맘인 박효주는 '행복배틀' 을 채운 '엄마'와 '여자'에 대한 이야기에 대해서도 허심탄회하게 털어놨다.
<【N인터뷰】①에 이어>
-SNS 에 집착하는 엄마들의 모습이 현실인 걸까.
▶나도 6세 아이를 키우는 엄마이니까 그게 어떤 것인지 아예 못 느끼는 건 아닌데 (드라마처럼) 이 정도인가? 싶은 생각도 든다. 그런데 내 친구는 '어쩜 저렇게 똑같냐'고 하더라. 아예 나와 다른 세상은 아니다. 아이를 위한다고 하지만 내 욕심과 과시가 투영될 때도 솔직히 있다. 과한 사례들을 보면서 '나도 어느 순간 저렇게 될 수도 있는 것 아닐까' 싶기도 했다. 나도 아이를 키우면서 사회 분위기 속에서 어떤 좋은 선택을 할 지 늘 고민이 되는 지점이다. 선택을 할 때마다 흔들리는 나를 발견하기도 하고 고민이 많이 된다.
-SNS를 어떻게 활용하나.
▶사적인 계정이 있지만 비공개다. 가족, 가까운 친구들 정도만 소통한다. 아이 사진도 있는데, 공개 계정에 올리지 않는다. 지금은 아이가 TV에 나가고 싶어하지만 나중에는 아닐 수도 있지 않나. 올바른 판단을 하기에는 너무 어리니까, 많은 사람들이 지켜 보는 계정에는 그런 내용을 올리지 않는다. SNS는 전부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행복배틀'처럼 행복의 이면에는 다른 모습이 있을 수도 있다, 보이는 게 다는 아니라는 건 알고 있다. 나는 그냥 내 일상을 소중히 기록하고 싶은 마음으로 활용하고 있다.
-또래 여배우들이 많이 나오는 작품이다. 다른 현장과 차이점이 있나.
▶ 사실 초면인 배우도 있고 같이 연기를 한 경험은 없어서 처음에는 걱정도 됐다. 이번에 정말 다들 잘 통했다. 우리가 다 10년 전에 만났으면 안 편했을 수도 있겠지만 지금은 결혼을 한 친구도 있고 아이 키우는 친구도 있고 말하지 않아도 통하는 지점이 있는 것 같다. 같은 나이대여서 편한 것도 있고.
-결혼, 육아가 커리어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고 하는데, 어떻게 생각하나.
▶개인적으로 안할 필요는 없고, 해도 후회는 없는 것 같다. 사랑해서 결혼을 하지만, 또 사랑하기 위한 과정을 배우는 게 결혼인 것 같다. 확실한 건 나의 경우 결혼 전보다 더 다양한 사람이 된 것 같달까. 그게 나쁘지만은 않다. 나를 성장시키는 것 같다. 나 역시 처음이니까 모든 게 낯설고 특히 아이를 키우는 건 정말 어이없을 정도로 엄청난 일이어서 나 역시 많이 배운다. 내가 이걸 경험하지 않았더라면 배우로서도 나라는 사람으로서도 아쉬웠겠다는 생각도 있다.
-엄마이자 배우 워킹맘의 삶에 만족하나.
▶요즘에는 돌싱, 워킹맘, 미혼 등 다양하게 등장하고, 여자의 이야기를 하는 스토리가 다양해지고 나이 폭도 넓어진 것 같다. 내가 엄마를 경험하면서 더 다양하게 이해할 수 있는 것 같다. 물론 꼭 경험을 해야만 연기를 할 수 있는 건 아니지만 내가 느끼는 감정은 달라진 것 같다.
-잡지 모델로 시작해 20대 초반부터 연기를 시작했다. 지난 시간을 돌아보면 어떤가.
▶연기는 정말 지겹지가 않다. 후회하지 않는다. 내가 제일 힘들었던 건 20대 때였다. 나도 무명의 시간이 길었는데 배우라는 직업을 후회할까봐 너무 겁이 나서 그만해야겠다 생각을 많이 했다. 내가 나이를 먹고 배우 말고 다른 일을 했어야지 생각하면 어떡하나 하는 걱정이었다. 그때는 지금의 내 나이 즈음에 연기를 후회하지 않는다면 좋은 선택일 거라고 생각했다.
-연기를 포기하지 않은 이유는 무엇인가.
▶연기는 만족이 없다. 잘 해도 아쉽다. 처음에는 만족하지 못해서 아쉬웠고, 나만이 아니라 다른 배우들도 다 아쉬워 하는구나 깨닫고 과정에 집중하며 몇년을 보냈다. 나라는 배우의 연기 인생은 이제 초중반을 지난 것 같다. 이제는 조금의 여유가 생겼다. 아직 배우로서 갈길이 멀다고 생각하니까 나의 아쉬움을 약으로 삼느냐 독으로 삼느냐 내 선택인 것 같다고 생각한다.
-연기인생의 중후반은 어떻게 그리고 싶나.
▶연기를 기가 막히게 더 잘하는 배우가 되고 싶다. 나만 연기를 잘한다고 되는 건 아니더라. 좋은 제작진, 좋은 배우들과 호흡을 맞추기 위해서 더 열심히 하고 싶고, 좋은 작품을 만들고 싶다. '그 배우하면 그 작품이지' 딱 떠오르는 그런 작품을 하나는 만나고 싶고, 그런 작품 하나는 남기고 죽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