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리콘밸리=홍창기 특파원】
올해 미국 노숙자 수가 기록적으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주택 비용 상승을 비롯해 저렴한 임대주택 부족, 오피오이드(마약성 진통제) 사용 위기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14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자체 집계한 통계에 따르면 올해 미국의 전체 노숙자수는 지난해 말 보다 약 11% 증가한 57만7000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미국 정부가 지난 2007년에 관련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이후 가장 큰 폭으로 증가한 수치다. 미국 주택도시개발부(HUD)에 따르면 지난해 단 하루라도 노숙을 경험해본 사람은 미국 전역에서 약 58만2500명으로 벌써 지난해 수치에 육박했다.
미국 중부 덴버지역의 경우 올해 노숙자 수가 32%나 급증했는데 이는 미국 대도시에서 가장 큰 폭으로 증가한 것이다. 뉴올리언스시의 경우에도 노숙자 수가 15% 증가했다.
이민자들이 노숙자로 전락하면서 노숙자가 급증하는 주도 있다. 매사추세츠주에서는 쉼터를 필요로 하는 이민자 가족이 급증하면서 모라 힐리 매사추세츠 주지사가 이번 달에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WSJ는 올해 노숙자수가 급증한 까닭으로 코로나19 팬데믹이 앤데믹으로 전환되면서 코로나19 팬데믹 때 적용되던 주거 지원 정책 종료를 꼽았다.
이와 관련, 미국 노숙자 단체인 전미노숙자연합(NCH) 도널드 화이트헤드 주니어 전무는 "우리는 이런 지원을 더 이상 받을 수 없을때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코로나 구호 기금이 노숙자의 증가를 막는 역할을 했다"라고 설명했다.
미국 연방기관인 노숙자합동위원회(USICH)도 NCH와 비슷한 해석을 내놨다.
USICH는 급증한 미국 노숙자 수를 주택 부족과 주택 비용 증가로 풀이했다. 다만 USICH는 "올해 노숙자수는 바이든 행정부가 노숙자를 줄이기 위해 내놓은 정책 효과가 미반영됐다"고 설명했다.
한편, WSJ가 집계한 노숙자수 통계는 미국 전국 각지에서 개별적으로 노숙자 수를 집계하는 150개 단체의 자료를 종합해 분석한 결과다.
theveryfirst@fnnews.com 홍창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