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잡 뛰며 남친에게 1200만원 뜯긴 여성 "돈 줄 때까지..."

입력 2023.08.11 13:38수정 2023.08.11 14:31
투잡 뛰며 남친에게 1200만원 뜯긴 여성 "돈 줄 때까지..."
사진=JTBC ‘사건반장’ 캡처

[파이낸셜뉴스] 지속적으로 돈을 요구한 뒤 갚지 않는 남자친구를 사기죄로 고소한 피해 여성이 경찰 수사 도중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일이 발생했다. 남성은 “어머니가 암에 걸렸다” “내가 뇌 질환에 걸렸다”고 피해자를 속여 돈을 뜯어낸 것으로 알려졌다. 정작 암 투병 중인 것은 피해 여성의 모친이다.

11일 JTBC ‘사건반장’에 따르면 여성 A씨는 2021년 12월 중순 경호원으로 일하는 또래 남성 B씨와 교제를 시작했다.

B씨는 사귄 지 일주일도 안 됐는데 동거와 결혼을 언급하고, 호칭을 ‘와이프’로 부르면서 결혼할 것처럼 행동했다.

그러면서 B씨는 “살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 그러니 깊이 생각하지 않아도 된다”고 하거나 “동거하지 않으면 극단적 선택을 하겠다”고 협박했다.

B씨는 교제 초기 때부터 “나는 시한부 인생이다. 뇌에 고름이 차고 있고 희귀한 발작 증상이 있어서 뇌 수술해야 한다”며 지속적으로 돈을 요구했다. 생활비, 통신비, 차량 수리비, 주유비, 담뱃값, 음료숫값까지 하나도 빼놓지 않고 A씨의 돈으로 생활했다.

A씨는 투잡을 뛰면서 하루 12시간 이상 일해서 번 돈을 B씨에게 고스란히 뜯겼다. 더 이상은 힘들겠다 생각한 A씨가 “벌어서 쓰라”고 하자 B씨는 소리를 지르고 “죽어버리겠다” 협박하며 발작하는 거짓 연기를 펼쳤다.

B씨는 A씨의 직장을 찾아가 난동을 부리거나 돈을 받을 때까지 잠을 재우지 않는 방식으로 괴롭히기도 했다.

A씨 아버지는 “자기가 원하는 돈을 안 주면 ‘너 때문에 특수 공황발작이 왔다’라면서 (내 딸을) 잠을 안 재운다. 그리고 일하는 데까지 찾아와서 사람 많은 데서 괴롭힌다. 자기가 원하는 돈을 얻어낼 때까지. ‘강원도로 가서 죽겠다. 나 그냥 죽겠다. 네가 이렇게 안 해주면 난 죽을 수밖에 없다. 죽겠다’ 이런 식으로”라고 말했다.

그렇게 B씨가 1년간 빌려 간 돈은 1200만원에 달한다. A씨가 갚으라고 하면 차일피일 미루고, A씨가 결국 관계를 정리하고 공증도 쓰고자 거래내역서를 확인하기로 한 이후 연락이 두절됐다.

이후 A씨는 B씨가 직업, 가정사, 병력 등을 속인 사실을 알고 난 뒤 사기죄로 고소했다. 그러다가 지난 2월 진행된 고소인에 대한 2차 조사 직후 유서를 남기고 극단 선택을 했다. 그는 유서에 “내가 죽는 이유는 전남친 B씨 때문이다”라고 적었다.


A씨 부모는 B씨에 대한 엄벌을 호소하는 탄원서를 검찰에 제출한 상태다. 암 투병 중인 A씨 어머니는 이 사건이 해결될 때까지 항암치료도 받지 않겠다며 버티는 것으로 알려졌다.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예방 상담전화 ☎1393, 정신건강 상담전화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청소년 모바일 상담 ‘다 들어줄 개’ 앱, 카카오톡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moon@fnnews.com 문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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