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2년 전 경기도의 한 초등학교에서 6개월 사이 2명의 20대 교사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7일 MBC에 따르면 지난 2021년 경기 의정부의 한 초등학교에 근무하던 20대 교사 2명이 6개월 간격으로 극단적 선택을 했다. 당시 학교 측은 경기도교육청에 두 교사의 사망 원인을 '단순 추락 사고'라고 보고했다.
담임 발령 한달만에 우울증 진단 받은 김교사
보도에 따르면 김은지(당시 23세), 이영승(당시 25세) 교사는 교대를 갓 졸업한 뒤 같은 학교에 발령받았다. 이들은 4~5년 차가 된 2021년 5학년 3반과 4반 담임을 나란히 맡았다.
그러나 김 교사는 발령 한 달 만에 우울증 진단을 받았다.
김 교사의 부모는 "(김 교사가) 당시 학생들이 서로 뺨 때리며 싸우는 걸 보고 충격을 받았다"며 "그 뒤로 집에 와서 자신의 침대에 앉아서 계속 '그러면 안 돼. 그러면 안 돼'(라고 읊조렸다)"라고 당시 상황에 대해 설명했다.
이후 김 교사는 사직서를 냈으나 학교는 만류했다. 학교 측은 김 교사에게 담임 대신 음악 전담 교사로 발령했지만 1년 뒤부터 김 교사는 다시 담임을 맡아야 했다. 그 뒤로 김 교사는 정신과 치료와 몇 차례의 병가를 냈고, 5학년 담임을 맡은 지 4개월째 되던 6월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김 교사의 아버지는 "(김 교사가) 퇴근해서도 학부형들한테 전화받는 것도 수시로 봤다"며 "애가 어쩔 줄 몰라서 '죄송합니다'(했고), 굉장히 전화받는 걸 두려워했다"고 토로했다.
민원에 시달리다 군대 간 이교사.. 군대에까지 해결하라고 연락한 학교측
이 교사는 부임 첫해 담임을 맡은 반에서 사고가 났다.
이 교사의 아버지는 "페트병 자르기를 하는데 어떤 애 하나가 손을 다쳤다"며 "학부모한테 또 시달렸다. 성형 수술을 해야 한다느니"라고 당시 상황에 대해 설명했다.
이 교사는 이듬해 휴직하고 군 입대를 했으나, 학부모의 보상 요구는 계속됐다. 학교는 입대한 이 교사에게 책임을 미뤘다.
이후 이 교사가 5학년 담임을 맡은 2021년에 여러 문제가 발생했다.
당시 해당 학교 교무부장은 "사실은 학급에서 따돌림 같은 것도 있어서 상담도 많이 했었고, 그다음에 그 반에 한 명이 장기 결석한 애가 있다"고 말했다.
이 교사가 학교에 장기적으로 결석한 학생의 부모와 주고받은 문자 메시지만 400건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따돌림을 받은 학생의 학부모는 이 교사에게 "아이들끼리 조를 짜게 하지 마라" 등 수차례 민원을 제기했다. 이 학부모는 교감을 만난 뒤 직접 교실을 찾아가기까지 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학부모는 MBC와의 인터뷰에서 "제가 요구한 건 단 하나였다"며 "'왜 얘만 이렇게 당해야 되냐. 선생님은 그거 아시면서도 왜 맨날 그렇게 처리를 하셨냐.' 공개 사과해 달라고 했다"고 말했다. 이어 "제가 욕은 안 했지만 엄청 화를 내고 있었을 거다. '선생님은 그럼 그 아이들의 선생님이기만 하고 우리 아이를 버리셨냐고' 했는데 그 말에 조금 상처를 받으신 것 같기는 했다"고 덧붙였다.
당시 이 교사는 공개 사과를 요구하는 학부모에게 "학생들에게 공개 사과까지 시키는 건 힘들다"고 답변했으나 학부모는 학폭위를 열겠다며 화를 냈고 이 교사는 죄송하다는 말만 반복했다.
이 교사는 이 일이 있고 난 다음 날 새벽 '이 일이랑 안 맞는 거 같다. 하루하루가 힘들었다'는 글을 남기고 생을 마감했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으면 자살 예방 핫라인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newssu@fnnews.com 김수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