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 8개월' 美 흑인여성, 절도범으로 몰린 뜻밖의 사연

입력 2023.08.08 10:26수정 2023.08.08 10:42
(서울=뉴스1) 김성식 기자 = 미국에서 임신 8개월에 접어든 흑인 여성이 안면인식 오류로 인해 억울하게 절도범으로 몰렸다며 시와 경찰 당국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7일(현지시간) AFP 통신과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포르차 우드루프(32·여)는 지난 3일 미시간주 동부 연방지방법원에 디트로이트 시와 디트로이트 경찰을 상대로 '신뢰할 수 없는 안면인식 기술'로 인해 체포 및 구금된 데 따른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우드루프는 지난 2월 두 자녀의 등교를 준비하던 도중 경관 6명에 의해 체포됐다. 우드루프의 변호사는 소장을 통해 "경관들은 그에게 차량 절도 혐의가 적용된 체포 영장을 제시했다"며 "우드루프는 자신이 만삭의 몸인 데다가 그런 적이 없기 때문에 장난인 줄 알았다"고 밝혔다.

우드루프가 체포된 건 경찰 데이터베이스에 등록된 그의 사진이 용의자 식별 과정에 활용됐기 때문이다. 우드루프는 2015년 면허 만료 상태에서 운전한 혐의로 유치장에서 사진이 찍혔는데, 안면인식 기술로 범행 현장에서 찍힌 용의자의 얼굴과 대조해 보니 두 사람이 일치한다는 결과가 나왔다.

차량 피해자 역시 우드루프의 옛날 사진을 보고는 그가 용의자로 보인다고 증언했다. 경찰은 이를 토대로 우드루프가 차량 절도 사건의 유력한 용의자라고 보고 법원으로부터 체포영장을 발부 받아 그를 체포했다. 그러나 우드루프는 체포 당일 보석으로 풀려났으며 한달 뒤 증거 불충분으로 검찰의 불기소 처분을 받았다.

우드루프 측 변호사는 소장에 "안면인식 기술로 흑인을 식별할 때 유독 결함이 많고 신뢰성이 떨어진다는 건 그간 널리 알려졌다"며 "안면인식 결과는 적법한 체포 사유가 될 수 없다는 점을 경찰도 직시해야 한다"고 적시했다. 그러면서 디트로이트 경찰은 안면인식 오류로 지금까지 최소 2명의 시민을 오인 체포한 전력이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2019년 디트로이트 경찰은 안면인식 기술로 인한 오인 체포 사례가 발생하자 내부 규정을 개정해 해당 기술을 활용한 수사는 폭력범죄에만 사용하도록 제한했다. 그럼에도 경찰이 우드루프의 현재 운전면허증 사진이 아닌 8년 전 사진을 안면인식에 사용하고 구금 이후에도 정확한 신원 확인을 소홀히 했다는 게 원고 측 주장이다.

제임스 화이트 디트로이트 경찰서장은 성명을 통해 "소송에 제기된 쟁점을 모두 검토했다. 사안을 매우 심각하게 받아들인다"면서도 "추가 조사가 필요한 만큼 현재로서는 언급을 삼가겠다"고 밝혔다. 미시간주 웨인카운티 검찰은 "우드러프의 체포영장은 당시 객관적 사실에 근거해 적법하게 발부됐다"며 책임을 회피했다.


미국 수사기관에서 사용하는 안면인식 기술 규모는 정확히 집계된 바 없다. 다만 미국 비영리 조사기관 퓨리서치센터에 따르면 안면인식 업체 한 곳은 약 3100곳의 미 수사기관을 고객으로 확보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처럼 수사 과정에서 시민들의 생체 정보가 광범위하게 활용되자 지난해 9월 미 하원 의원들은 "투명성이 부족하고 합리적 제한이 없으며 미국 시민의 자유가 위협을 받는다"며 수사기관의 안면인식 기술 사용을 엄격히 제한하는 법안을 발의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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