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간 100배 올랐다"...불경기에도 성행하는 '리셀테크', 뭐길래?

입력 2023.08.05 11:02수정 2023.08.05 11:09
"20년간 100배 올랐다"...불경기에도 성행하는 '리셀테크', 뭐길래?
단종된 올드 레고의 부품을 활용하여 만든 국내 창작품ⓒ 뉴스1 윤주영 기자


(서울=뉴스1) 윤주영 기자 = #정진홍 씨(27)는 단종된 빈티지 레고 피규어와 소품을 싸게 사 경매에 부쳐 지난 4월 100만원의 수익을 냈다. 지금은 구하려고 해도 어려운 제품들이지만, 당근마켓 등 중고거래 플랫폼을 통해 싸게 물건을 매입할 수 있었다. 정 씨는 "발품을 팔 시간은 없어도 금전적 여유가 있는 중장년층이 물건을 많이 찾았다"며 수익 비법을 설명했다.

고금리와 불경기에도 불구하고 중고거래를 통한 '레테크'(중고 레고 재판매를 통한 차익 실현) 거래가 성행하고 있다. 레고 수집가들 사이에서는 역사성과 희소성을 갖춘 이른바 헤리티지 모델이 여전히 인기다. 미개봉 상품은 부르는 게 값이다.

레고는 지난해 창립 90주년을 맞이한 덴마크의 블록 완구 제작회사다. 레고는 품질과 역사성을 국제적으로 인정받아, 페라리와 포르쉐로부터 로열티를 받는 몇 안 되는 회사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90년대에 생산된 빈티지 모델들은 중고로도 활발히 거래되는 등 때를 가리지 않고 높은 가치로 평가받고 있다.

5일 네이버 최대 레고 동회회 카페 '브릭나라'에 따르면 지난 7월 중 ‘삽니다’ 게시판에 올라온 구매 글에서 올드 레고나 관련 테마제품을 찾는 글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25%(90건 중 23건)이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위원회(FED)가 금리 인상 레이스를 시작한 지난해 2월과 비교할 경우 비중이 오히려 소폭 늘었다. 지난해 2월 한 달간 삽니다 게시판에서 올드레고 수요가 차지하는 비중은 약 17%(180건 중 32건)였다.

레테크 대상이 되는 제품들은 역사성과 희소성을 모두 갖춘 게 특징이다.

빈티지 레고 모델 중 지금은 명맥이 끊긴 '중세 기사, 해적' 시리즈가 대표적이다. 레고 캐슬의 경우 2013년을 기점으로 해당 시리즈 자체가 완전히 단종됐다. 해당 테마 중 높은 시세를 차지한 품번 6086(국내 발매명 : 비룡성)의 경우 지난 20년간 최대 100배까지 가격이 상승했다. 2023년 7월 미개봉 기준으로 레고 비룡성의 가격은 국내 매물 650만원, 해외 직거래로 구매 시 700만원대까지 치솟기도 한다.

비교적 최신 발매 제품이라 하더라도, 과거 명품 모델의 헤리티지를 계승한다면 웃돈을 받고 거래된다. 올드 레고 '바라쿠다 해적선'의 리메이크격 제품인 품번 21322은 2020년 출시 이후 3년 만에 가격이 2배 가까이 상승했다. 중고거래 플랫폼 '크림' 시세 기준 △2021년 23만원 △2022년 35만원 △2023년 43만원으로 시세가 꾸준히 우샹향했다.

다른 취미 품목도 역사성과 희소성은 리셀테크 성공을 가르는 결정적 요인으로 꼽힌다.

국제 상거래 플랫폼 '이베이'(EBAY)가 올해 한국 판매자들의 매출을 분석한 결과, 매출이 크게 늘어난 카테고리는 '포켓몬 카드'와 '명품 시계'였다. 1999년도에 출시한 포켓몬 부스터 팩이 대표적이다. 포켓몬 트레이딩 카드의 올해 이베이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3배 이상 급증했다. 명품 시계의 경우, ‘1977 빈티지 40㎜ 롤렉스 GMT 마스터’가 1만118달러(약 1300만원)에 판매되는 등 역사성을 인정받은 명품 시계 위주로 거래가 77% 증가했다.

기업들은 리셀테크에 대응해 공급을 늘리는 과정에서, 리셀테크 종목으로서의 매력이 퇴색되는 경우도 있다. 공급이 증가하게 되면서 해당 제품이 가진 희소성이 사라지기 때문이다.
리셀 품목이었던 '나이키 덩크 로우 판다'가 대표적이다. 홍대에서 리셀샵을 운영하는 한 개인사업자는 "고금리 자체도 신발 리셀 가격 하락에 영향을 미쳤지만, 더 큰 요인은 나이키의 발품 증가"라고 설명했다. 공급이 급증하면 희소성이 떨어져 수요가 감소하는데, 이것이 지금의 덩크 판다의 가격을 급락시켰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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