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3일 오후 퇴근길에 경기 성남시 분당구 소재의 한 백화점에서 시민들을 대상으로 한 '묻지마 흉기 난동' 사건에 대해 경찰청장이 사실상 '테러행위'로 규정했지만 사건 발생 직후 관련 재난문자가 발송되지 않아 논란이 되고 있다.
이날 지역 인터넷커뮤니티에는 이날 분당구 서현동 AK플라자 백화점에서 발생한 흉기 난동 사건을 두고 성남 시민들에게 관련 문자가 발송되지 않은 것에 대한 불만이 담긴 글이 잇따라 올라왔다. 커뮤니티에는 "서현역 주변에 많은 분이 나와 있는데 재난문자나 다른 연락 수단으로라도 (사건 진행 상황을) 공유 안 해 주냐"며 "얼른 귀가하라고 안내해 줘야 하는 것 아니냐"는 글과 함께 사건 발생 장소인 백화점 측이 해당 내용 파악 뒤 안내방송에 나섰다는 비교 글도 게시됐다.
이에 대해 성남시 측은 행정안전부 예규 '재난문자방송 발송 기준'에 따라 이번 사건은 지자체 문자발송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해당 기준에 따르면 재난문자는 호우·홍수·강풍·미세먼지·산불·산사태 등 자연재난에 주로 발송되며 민방공과 전력 공급 부족 및 대규모 정전, 감염병(질병관리청 요청 시), 방사성물질 누출 예상 시에도 발송된다. 또 대테러 의심 상황으로 대테러 관련 기관 요청 시에도 재난문자를 보내는데 이번 사건은 대테러로 볼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일각에서는 이번 사건이 자연재난은 아니지만 사건 발생과 범인 검거까지 시차가 있었던 점을 감안하면 시민들에게 당연히 알려야 하지 않았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사건 발생이 알려진 것은 퇴근 인파가 몰린 오후 6시께였고, 언론 보도로 범인 검거가 알려진 시점은 오후 6시40분께다.
이에 대해 경기도 재난상황실 관계자는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대테러와 관련해서는 지난달 말 전국적으로 배송된 '수상한' 해외발 우편물 사건 때 관련 문자를 발송한 것이 거의 유일하다"며 "묻지마 흉기 난동 사건과 관련해 문자를 보낸다면 이는 경찰 업무로 보인다"고 전했다.
반면 경기남부경찰청 관계자는 "경찰에서는 불특정 다수의 시민을 대상으로 재난 문자를 보내는 시스템이 갖춰져 있지 않다"고 지적하며 "재난 문자는 지자체 소관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행정 당국과 치안 당국이 재난 문자 미발송에 대해 관련 규정과 시스템 부재를 원인으로 지목하고 있는 가운데 차제에 제도 개선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성남시 재난상황실 한 관계자는 연합뉴스에 "이번 사건은 초유의 일로 자연재난 상황은 아니지만 재난문자 발송에 대해 고민했던 것이 사실"이라고 전했다. 이어 "형사사건이라도 불특정 다수의 시민이 만일의 피해에 대비해야 하는 경우 전 시민에게 문자 발송이 가능하도록 구체적인 기준에 대해 논의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고 덧붙였다.
한편 분당경찰서 등에 따르면 전날 성남 분당구 서현동 AK플라자 분당점 안팎에서 흉기 등으로 14명을 다치게 한 혐의로 최모(23)씨가 현행범으로 체포됐다.
최씨는 이날 오후 5시59분께 AK플라자 분당점 1∼2층에서 시민들을 대상으로 흉기를 휘둘러 9명을 다치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앞서 최씨는 백화점 앞 도로에서 경차를 몰로 인도로 돌진해 5명을 다치게 한 혐의도 함께 받고 있다.
이 사고로 14명 중 대다수가 중상을 입고 치료를 받고 있으며, 이중 2명은 뇌사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최씨는 경찰 조사에서 "불상의 집단이 오래전부터 나를 청부 살인하려 했다", "부당한 상황을 공론화시키고 싶었다" 등의 진술을 반복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최씨에 대해 마약 간이 검사를 실시했으나 결과는 음성이었으며, 음주 상태도 아닌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은 정밀한 감정을 위해 최씨의 모발을 채취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감정 의뢰할 예정이며 최씨가 피해망상 증세를 보이는 점을 고려해 정신 병력 등도 함께 확인할 예정이다.
newssu@fnnews.com 김수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