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윤효정 기자 = 그동안 시청자들의 깊은 신뢰를 받아온 김은희 작가와 배우 김태리가 또 하나의 성공작 '악귀'를 선보였다.
지난 29일 12회로 막을 내린 SBS 금토드라마 '악귀'(극본 김은희/연출 이정림)는 악귀에 잠식된 구산영(김태리 분)이 자신의 의지로 악귀를 없애고 꿋꿋이 생을 이어가는 엔딩을 그렸다.
'유령' '시그널' '싸인' '킹덤' '지리산' 등을 선보이며 한국의 장르물 드라마 대가로 불린 김은희 작가가 글을 쓴 '악귀'는 악귀, 민속학, 오컬트 등의 소재를 더하며 차별화 된 이야기와 그림을 그려왔다. 높은 기대치를 만족시킬 탄탄하고 쫄깃한 이야기와 설득력있는 캐릭터들로 12회를 꽉 채운 '악귀'였다.
구산영이라는 인물을 중심으로 의문의 죽음들이 연이어 등장하는 초반부는 호기심을 자극했고, 일련의 사건들이 지목하는 염해상(오정세 분)의 집안의 오랜 업보와 악행이 드러나도록 중반부도 탄탄하게 쌓아올렸다. 구산영과 염해상, 이홍새(홍경 분) 3인방이 함께 악귀를 없애기 위한 힘을 모아 마침내 '끝'을 보는 엔딩까지 빈틈없는 구성이었다.
악귀를 없애는 엔딩 이후 산영의 삶이 이어졌다. 시력을 잃어가는 고통 속에서도 "그래 살아보자"라며 생의 의지를 놓지 않았다. 염해상은 여전히 '미친 교수'라는 소리를 들으면서도 학생들을 가르쳤고, 이홍새는 경찰로서 자신의 일에 매진했다. 악귀를 없앤 세상, 계속 되는 삶 속에서 행복을 바라는 이들의 이야기로 끝을 맺었다.
'악귀'의 탄탄한 구성, 흔들림없는 메시지를 전달한 배우들의 호연도 빼놓을 수 없었다. 사람과 악귀를 오가는 연기를 펼친 김태리가 그 중심에 있었다. '악귀'의 가장 강력한 관전 포인트였다. 김태리의 눈빛이 변하며 공포와 긴장감이 극대화됐고 속도와 몰입도도 치솟았다. 김태리는 혼란과 두려움에 빠진 구산영, 감정 하나 없는 순수악의 화신인 악귀를 오갔다. 그림자가 사라지고 비가 내리며 어두워진 하늘 아래 고개를 꺾는 김태리의 얼굴과 텅 빈 눈빛은 '악귀'의 시청자들에게 직접적으로 다가왔다.
오컬트, 미스터리 장르 드라마의 숙제 중 하나가 바로 설득력이다. 자칫 선을 넘은 표현은 작위적이거나 우스꽝스럽게 보일 수도 있다. 탄탄한 이야기를 바탕으로 배우의 캐릭터 표현력까지 갖춰줘야, 이 비현실적인 이야기에 시청자들을 끌어들일 수 있는 것. 김태리는 구산영이 처한 상황을 현실적으로 그렸고, 악귀가 될 때는 악귀가 시작된 과거의 비극에 몰입하도록 만들었다. 물 한 모금 먹지 못한 원한이 서린 악귀가 되어 단숨에 물을 들이키던 광기 어린 장면이나, 구산영의 복잡한 감정을 폭발시키며 연민과 공포를 동시에 자아내던 순간들은 '악귀'의 명장면이 되었다.
'악귀'의 설정처럼, 김태리는 '신들린 연기'라는 호평을 받았다. 영화 '아가씨'를 시작으로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 '스물다섯 스물하나' 에 이어 '악귀'를 통해 짙은 색채의 장르물도 성공적으로 마친 것. 특히 기존의 캐릭터와는 다른 모습을 보여줬다는 점에서 더욱 유의미하다. '미스터 션샤인'에서는 로맨스 장르 위에서 강인한 여성의 모습을, '스물다섯 스물하나'에서는 밝고 씩씩한 나희도의 성장을 그렸다면 '악귀'에서는 첫 오컬트 장르물에 도전해 새로운 분위기와 강렬한 캐릭터를 소화했다.
마지막까지 긴장감을 놓치지 않으면서도 깔끔한 엔딩을 선사한 바 '용두용미' 호평까지 받은 '악귀'. 닐슨코리아 기준 전국 시청률 11.2%의 자체 최고 기록을 쓰며, 유종의 미를 거뒀다. 김은희 작가는 '지리산'에서의 다소 아쉬웠던 평가를 만회하며 성공작을 추가했고, 김태리 역시 새로운 얼굴을 보여주며 다시 한 번 시청자의 믿음에 화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