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 쓰러져 오늘 배송 못해요" 문자받은 주민들, 뜻밖의 행동

입력 2023.07.27 04:06수정 2023.07.27 14:52
수원의 한 아파트 '명품 주민들' 이야기
"남편 쓰러져 오늘 배송 못해요" 문자받은 주민들, 뜻밖의 행동
지난 22일 수원시의 한 카페에서 쌍용더플래티넘오목천역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 관계자들이 택배기사 정순용 씨 부부에게 성금을 전달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용재 입주자대표회의 회장, 택배기사 정순용·주홍자 씨 부부, 장진수 입주자대표회의 감사. /사진=쌍용더플래티넘오목천역 아파트 제공,연합뉴스

[파이낸셜뉴스] 아파트에서 택배 배송을 하다가 쓰러진 60대 택배기사가 심장 관련 수술 후 중환자실에 있다는 소식을 들은 입주민들이 성금을 모금해 전달한 사실이 알려져 감동을 주고 있다.

갑자기 쓰러진 남편.. 택배일 같이 하던 아내가 "죄송합니다"

26일 업계 등에 따르면 지난 17일 경기 수원시 권선구 쌍용더플래티넘오목천역 아파트를 담당하는 한진택배 소속 택배기사 정순용씨(68)가 업무 중 가슴 통증을 호소하며 쓰러졌다. 정씨와 함께 일하는 아내 주홍자씨(64)는 이날 오전부터 좋지 않았던 남편의 상태가 급격히 나빠지자 신선식품 배송을 마치고 곧장 정씨가 평소 치료를 받던 서울의 병원으로 데리고 갔다.

앞서 심혈관계 질환으로 심장 관련 시술을 두 차례 받은 정씨는 곧바로 수술받고 중환자실로 옮겨졌다. 응급실에서 확인한 결과 정씨는 혈관 내 혈전으로 인해 조금만 늦었어도 큰일이 날 뻔한 상황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남편 쓰러져 오늘 배송 못해요" 문자받은 주민들, 뜻밖의 행동
주홍자 씨가 입주민들에게 보낸 메시지 /사진=쌍용더플래티넘오목천역 아파트 제공,연합뉴스

주씨는 남편의 중환자실 입원한 뒤 이날 택배 배송이 예정됐던 쌍용더플래티넘오목천역 아파트 등 5개 아파트 주민들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주씨가 보낸 문자메시지에는 "안녕하세요. 택배기사입니다. 오늘 배송 중 저희 아저씨가 심장이 안 좋다고 해서 응급실에 왔습니다. 지금 수술 중입니다. 부득이 오늘 배송은 못 하게 됐습니다. 병이 낫는 대로 배송하겠습니다. 죄송합니다"라는 내용이 담겼다. 이날 병원에서 돌아온 주씨는 아들을 불러 밤 11시30분까지 택배 물품 배송을 마친 것으로 알려졌다.

"밤 10시까지 배송하시던데" 한푼두푼 모은 성금이 248만원

주씨의 메시지를 받은 쌍용더플래티넘오목천역 아파트의 한 입주민은 아파트 단체 채팅방에 메시지 캡처본과 함께 정씨가 쓰러졌다는 소식을 알렸다. 이를 본 입주민들은 "마음이 안 좋다. 택배기사 부부가 매일 밤 10시 넘어서까지 배송하는 것을 봤다"며 안타까움을 드러냈다.이에 입주자대표회의 측은 지난 19일 병원비에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도록 모금을 추진했고 입주민들은 "동참합니다"라는 메시지를 보내며 동참했다. 당초 100만원을 목표로 모금을 시작했으나 이틀 만에 107세대가 참여해 248만원이 모이자 입주자대표회의 측은 모금을 조기 종료했다.

"남편 쓰러져 오늘 배송 못해요" 문자받은 주민들, 뜻밖의 행동
입주민들의 응원메시지/사진=쌍용더플래티넘오목천역 아파트 제공,연합뉴스

입주자대표 "기사님도 공동체 일원" 따뜻한 감동

입주자대표회의는 지난 22일 "기사님께서 배송 중 쓰러지셨다는 소식을 듣고 많은 입주민이 걱정했다"며 "저희 입주민들에게 기사님은 함께 사는 공동체의 일원"이라고 전했다. 이어 "건강한 모습으로 다시 뵐 수 있길 바라는 마음에 조금씩 성의를 모았다"는 내용의 편지와 함께 성금을 정씨에게 전달했다.

입주민들에게 성금과 편지를 건네받은 정씨는 "입주민들이 건넨 성금을 전달받을 때 눈물이 다 났다"며 "아파트 거주자 대다수가 젊은 사람들인데, 이렇게 선한 분들이 많았다니"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이어 "가슴 통증이 좀 남아 있기는 하지만 오늘 업무에 복귀해 정상 근무를 재개했다"며 "큰 도움을 받은 만큼 앞으로 본연의 업무에 더욱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주씨도 "우리 부부가 나이가 들다 보니 택배 배송 업무가 빠르지 않고, 가끔은 매끄럽지 못한 부분도 있어 입주민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컸는데, 오히려 도움을 주다니 정말로 감사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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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wssu@fnnews.com 김수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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