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효리, '나를 있게 해준 언니야' 말에 뭉클, 감동이었죠" ①

(서울=뉴스1) 윤효정 김민지 기자 = "나를 있게 해준 언니야." 이효리는 후배 화사에게 댄서 배상미를 소개하며 이렇게 말했다.

매주 목요일 시청자와 만나고 있는 tvN 예능 프로그램 '댄스가수 유랑단'(연출 김태호 등)은 김완선, 엄정화, 이효리, 보아, 화사 등 당대 최고의 인기를 끈 여가수들이 전국을 유랑하며 관객과 직접 대면하고 소통하는 예능 프로그램. 가수들의 히트곡 무대를 통해 당시의 추억을 소환하고, 전성기를 지난 지금 새로운 추억을 만드는 모습으로 시청자들에게 감동과 재미를 전하고 있다.

유랑단 멤버 중 유일하게 과거에 함께 한 댄서들과 다시 무대를 꾸민 이효리. 나나스쿨 배상미 단장은 이효리로부터 '우리 다시 같이 해보자'라는 연락을 받았던 날을 떠올렸다. 그렇게 다시 학부모가 되었거나 또 다른 일을 하며 제2의 삶을 살고 있던 댄서들은 '이효리와 춤친구들'이 되었다. 반가운 인사도 잠시, 이들은 '프로'의 무대를 꾸미기 위해 잠도 제대로 못자고 오랜만에 연습에 빠졌다고. 그렇게 다시 만난 이효리와 댄서들은 20년의 세월의 공백을 메우며 다시 한 번 뜨거웠던 청춘으로 돌아갔다.

'댄스가수 유랑단'의 모든 무대를 마친 나나스쿨의 배상미 단장과 정진석 단장을 만났다. 이효리, 쿨, 핑클, 베이비복스, 신승훈, 신화, 소녀시대 등 당대 최고의 가수들의 무대를 채우며 한국 댄스가요의 역사를 함께 쓴 두 사람. 이들은 서로를 존중하는 동료 댄서이자 부부로 지난 시간을 함께 했다. 두 사람이 함께 열정을 쏟았던 무대들, 그리고 20여년이 흘러 '유랑단'에서 재현하기까지, 댄서 배상미와 정진석 그리고 나나스쿨이 보낸 그 누구보다 뜨거웠던 여름의 이야기를 들었다.

-수개월 동안 참여한 '댄스가수 유랑단' 프로젝트가 막바지를 향해 가고 있다.

▶(배상미) 끝나간다는 게 너무 아쉽다.

▶(정진석) '텐미닛', '헤이 걸' 등을 너무들 좋아해 주셔서…이효리를 좋아하던 세대들은 '댄스가수 유랑단'을 보면서 울기도 하고 위로받았다더라. 그 시절 젊음을 회상할 수 있어서 그랬던 것 같다. 보여줄 곡이 더 많은 데 다 못 보여준 것 같다.

▶(배상미) 사실 우리도 안무를 까먹어서 과거 우리의 무대를 보면서 안무를 다시 연습하고, (촬영이) 임박해서 정해진 곡도 있어서 시간이 충분하진 않았다. 처음엔 효리가 너무 불안해해서 제주도에 가서 연습을 하기도 했다. 그렇지만 아무래도 (효리가 제주도에 있다 보니) 연습이 자유롭지 못해서, 즐겨야 하는데 긴장된 상태에서 무대에 올라갔다.

-그 이효리도 긴장을 하나.

▶(배상미) 효리도 긴장한다. 예전에 활동할 때도 노래 시작하기 전에 복화술로 기합을 넣고 시작한다. 객석의 기에 눌리지 않고 무대를 잘 보여주기 위한 마인트 콘트롤이다. 2013년이었나, 연말 무대를 준비하면서 울었던 기억도 난다. 시상식이 많은 시즌이라 하루 만에 연습을 하고 무대에 올라야 하는데 그 압박감이 컸던 거다. 이번에 '유랑단'을 할 때도 긴장을 많이 했다. 특히 서울 공연 전에는 울기 직전까지 갔다. 짧은 시간 안에 해내야 할 게 많아 그랬던 것 같다.

-'댄스가수 유랑단' 속 나나스쿨의 등장을 반가워한 팬들이 많다. 처음 이효리에게 연락을 받았을 때 어땠는지.

▶(배상미) 어느 날 효리가 연락이 와 '언니 뭐 해? 우리 한 번 같이 해볼까'라고 해서 무슨 상황인지 모르고 제주도에 갔었다. 처음엔 취지를 파악하지 못하고 무작정 시작한 거다. 20년 전 노래를 해야 하니까… 효리는 '편곡을 하고 안무를 바꿔 새로운 걸 해야 하나' 했는데 오리지널이 좋을 것 같더라. 안무도 그렇고. 또 요즘 친구들은 20년 전 노래를 모를 테니 오리지널이 더 신선할 수 있겠다 싶었다.(미소)

-특히 '효리팀'은 예전에 함께 활동했던 댄서들이 등장해 반가웠다.

▶(배상미) 효리와 인원 구성에 대한 이야기를 하다가 '지금 댄서 활동을 안 하고 있어도 상관없다'라고 해서 '텐미닛'을 같이 했던 배윤정을 떠올렸다. 윤정이는 '서울체크인'을 보면서 예감했었다고 하더라. 또 지금은 육아를 하고 있는 연주도 '톡톡톡'을 같이 했던 친구여서 함께 했다. 춤을 추던 사람들은 무대 위에서 에너지를 느끼는데, 이 친구도 각자 삶을 살다가 다시 무대 제안을 받았을 때 불안하면서도 너무 하고 싶어 했다더라. 모인 것 자체가 감동이었다.

▶(정진석) 그 멤버들이 다 예전에 함께 했던 친구들이라 좋더라. 우리 세대가 무대에 서고 싶어도 설 일이 없다. 윤정이는 안무를 짜도 후배들이 서지 본인은 무대에 설 일이 없고, 우리도 그랬다. 윤정이는 연락을 받고 어머니와 이야기하면서 눈물이 났다더라.

▶(배상미) 이번에 연습을 하면서 우리끼리 '추억팔이'도 많이 하고 재밌더라.(웃음) 지금은 '이효리와 춤친구들'이라는 단체 채팅방이 만들어져서 서로 이야기도 하고 그런다.

-다른 일을 하는 멤버들도 있는데 두 분은 '현역 댄서'라는 걸 다시 한 번 실감했을 것 같다.


▶(배상미) 아무래도 나이를 먹으니 몸이 예전 같지 않아서 '내가 할 수 있을까' 싶었는데 다시 살아나더라. 연습을 더 열심히 했던 것 같다.

▶(정진석) 또 댄서들이 몇 명 같이 있으니까 시너지를 주는 거다. 혼자였으면 힘도 빠지고 힘들었을 거다.

-과거 무대했을 때와 지금 무대 했을 때를 비교해 보면 무엇이 제일 달랐나.

▶(배상미) 옛날에도 무대를 즐기면서 했고, 이번에 효리랑 같이 하면서도 예전처럼 했다. 너무 감회가 새롭고 그런 것도 아니었다. 별로 오래되지 않은 느낌이라 그냥 재밌었다. 다만 예전에는 일로 했다면, 이번에 '유랑단'을 하면서는 우리끼리 밥도 먹고 술도 한 잔 하면서 서로 어떻게 사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나눴다.

▶(정진석) 1990년대에 활동할 때는 가수들이랑 가깝게 지내면 비즈니스 하려는 것처럼 보일까 봐 친해지는 게 불편할 때도 있었다. 하지만 효리는 1998년부터 계속 같이 한 아티스트라 안 친해질 수 없었다. 오랜만에 다시 만났는데 방송 프로그램이다보니 카메라가 옆에 있어서 사적인 이야기를 나누는 것은 어렵더라.

▶(배상미) 중간에 프로그램에서 한 번 단합대회를 하려는 계획은 있었는데 시간을 맞추기가 어려웠던 것 같다. 그래도 효리와 우리 팀은 연습 끝나고 밥 한 번 먹었다. 효리가 제주도에 놀러 오라고 하더라.

-'댄스가수 유랑단'에서 이효리가 동료들에게 배상미 단장을 '댄서계 화석 언니'라고 소개하면서 '나를 있게 해준 언니야'라고 하던 게 인상적이었다.

▶(배상미) 사실 그때 시아버님이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들어서 멘탈이 흔들렸던 상황이라 그 말을 못 알아들었다. 나중에 지인이 그 부분을 보내주더라. 너무 고마운 이야기였다. 보면서 감동했고, 당시 더 적극적으로 리액션 하지 못한 게 미안했다. 그날 진해 공연을 마치고 우리는 바로 장례식장으로 갔는데, 효리가 다음날 제주도를 안 가고 바로 서울까지 왔더라. 그렇게 마음을 써 주는 게 고마웠다.

-이효리와 나나스쿨은 특히 인연이 깊지 않나.

▶(정진석) 핑클 때부터 시작해 솔로 활동도 함께 했다. 사실 당시에 그룹 출신의 솔로 가수들 정도로 잘 되지 않을까 했는데 그렇게 신드롬급으로 잘될 줄 몰랐다. 우리도 함께 하면서 더 많이 발전했다.

▶(배상미) 나도 '텐미닛' 활동이 기억에 남는 게 '이런 식으로 플레이해보고 싶다'를 거의 다 실현한 프로젝트다. 효리와 춤에 대한 이야기를 주고받으면서도 의견이 잘 맞았다. 춤은 결국 뽐내는 거라 의상 등 콘셉트와 잘 맞아야 하는데, 내가 '이런 것 어때'라고 하면 효리가 그걸 딱 알아듣는다. 그런 궁합이 잘 맞았다. 개인적으로 단순한 것보다 따라 하기 쉽지 않은 춤을 좋아하는데 효리는 그걸 다 따라 할 정도로 열정도 대단했다.

▶(정진석) '유고걸'은 내가 골라준 곡이다. 당시 200~300곡 사이에 묻혀있던 노래였는데, 내가 듣고 '이거다' 싶어 추천을 해줬다. 댄스 브레이크 비트도 이렇게 찍어달라고 작곡가에게 요청했다. 'OK' 댄스나 클럽에 가기 전에 꾸미는 내용의 콘셉트도 만들었다. '치티치티뱅뱅'도 트럭 운전하는 춤을 만들고 댄스 브레이크도 구상했는데 다양한 작업을 했던 기억이 난다.

<【N딥:풀이】②에 계속> ※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