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꼽티 입고 시위한 10대, 징역 1년 선고받은 이유

입력 2023.07.22 08:09수정 2023.07.22 16:08
배꼽티 입고 시위한 10대, 징역 1년 선고받은 이유
왕실모독죄 개정 요구하는 2021년 시위 참가자/사진=연합뉴스

[파이낸셜뉴스] 태국에서 배꼽티를 입고 민주화 시위에 참가한 10대가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21(현지시간) AFP통신은 태국 인권단체 '인권을 위한 태국 변호사들'(TLHR)을 인용해 전날 태국 법원이 지난 2020년 검은색 배꼽티 차림으로 시위에 참여했던 나빠싯 군(19)에게 왕실모독죄로 1년형을 선고했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나빠싯이 검은색 배꼽티를 입은 것은 마하 와찌랄롱꼰(라마 10세) 국왕이 과거 해외에서 입었던 의상을 따라한 것으로 그는 몸에 국왕에 대한 조롱으로 여겨지는 메시지도 그린 것으로 전해졌다.

당초 재판부는 "국왕은 침범해서는 안 되는 신성한 지위에 있다"며 나빠싯에게 3년 형을 내렸으나 나빠싯이 당시 16세였다는 점 등을 고려해 형량을 줄였다.

TLHR은 지난 2020년 7월 태국에서 반정부 시위가 본격화된 이후 미성년자 20명을 포함해 246명이 왕실모독죄로 기소됐다고 전했다. 왕실모독죄로 불리는 형법 112조에 따르면 왕실 구성원이나 왕가의 업적을 모독하거나 왕가에 대한 부정적 묘사 등을 하는 경우 최고 징역 15년에 처하도록 명시돼 있다.

한편 태국 사회에서는 군주제 개혁 요구가 금기시됐으나 지난 2020년 젊은 층의 지지를 받던 야당 퓨처포워드당(FFP)이 강제 해산된 뒤 반정부 시위가 벌어지면서 군주제 개혁과 왕실모독죄 폐지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지난 총선에서 제1당이 된 전진당(MFP)은 FFP의 후신으로 왕실모독죄 개정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하지만 피타 림짜른랏 전진당 대표의 총리 선출이 왕실모독죄 개정에 반대하는 군부 진영에 막혀 의회 총리 선출 투표를 통과하지 못했다.

newssu@fnnews.com 김수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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