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서연 "난 단호한 엄마, 자식 공부 억지로 시키고 싶지 않아"

(서울=뉴스1) 안태현 기자 = ENA 수목드라마 '행복배틀'(극본 주영하/연출 김윤철)이 지난 20일, 16회 방송을 마지막으로 종영을 맞았다. '행복배틀'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치열하게 행복을 겨루던 엄마들 중 한 명이 의문투성이인 채 사망하고, 비밀을 감추려는 이와 밝히려는 이의 싸움을 그린 서스펜스 스릴러다.

배우 진서연은 극 중 뷰티 기능 식품 업체 '이너스피릿'의 설립자이자 대표이사 송정아 역을 연기했다. 극 초반부에는 상류층 엄마들의 커뮤니티를 이끌면서 자신의 반대편에 서 있는 인물에 대해서는 날카로운 대립각을 세우는 인물로 그려진다. 하지만 이후 송정아는 동생 송정식(서벽준 분)의 마약 혐의를 숨겨주다 이러한 사실이 발각되자 자신이 설립했던 회사까지 잃게 되는 모습을 보여 안타까움을 더했다. 더불어 남편 정수빈(이제연 분)에 대한 비밀까지 탄로나면서 무너져버리지만 어떻게든 이를 극복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모습은 많은 시청자들의 지지를 받기도 했다.

이처럼 송정아의 의뭉스러운 구석부터 가족에 희생적인 측면까지 다채로운 모습을 자신만의 색깔로 표현해낸 진서연은 다시 한 번 걸크러시 매력으로 시청자들을 사로잡았다. '행복배틀'의 엄마들의 모습을 통해 자신 역시 많은 부분을 생각하게 됐다는 진서연의 진심이 더해진 덕분이기도 했다.

진서연은 지난 19일 서울 강남구 논현로 앤드마크 사옥에서 취재진을 만나 '행복배틀'에 대한 이야기를 나눌 때에도 드라마에 임했던 자신의 진심과 고민들을 털어놨다. 또한 엄마 진서연의 모습에 대해서도 얘기하면서 눈길을 끌었다.

<【N인터뷰】①에 이어>

-극 중 SNS에 집착하는 인물의 모습을 어떻게 표현하려 했나.

▶모두가 명품 자랑하고 에르메스 접시를 자랑하고 실제로 인스타그램에 그런 걸 자랑하고 하는데 그 사람들은 이런 걸 자랑하는구나라는 걸 찾아봤다. 또 촬영용 인스타그램은 소품팀이 가져다 준 것들에 그런 부류의 사람들이 찍는 각도들이나 앵글들을 참고해서 찍었다. 그런데 그런 걸 연기하는 게 너무 어렵더라. 또 소름 끼치게 싫었다.(웃음)

-드라마에 대한 반응 중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이 있다면 무엇인가.

▶가장 인상 깊었던 댓글은 '동생들 안 바뀐다' '가족이라도 연을 끊어야 한다'라는 것들이었다. '집안에 꼭 저런 놈 하나씩 있지'라고 하시는 댓글이 재밌더라.(웃음)

-남편의 반응은 어땠나.

▶저희 남편은 특이한데 '여기서 예쁘게 나온다'라는 식이다. 내용보다도 '여기서 되게 예쁘게 나오네' '이렇게 입으면 예쁘겠다'라고 말하더라.

-극 중 엄마들은 굉장히 왜곡된 교육관을 가지고 있는데 이러한 엄마들의 모습을 보고 어떤 생각을 가졌나.

▶사실 우리가 부모를 고를 수 없다. 그렇다고 이런 부모를 만났다고 해서 '환경에 의해서 어떻게 성장할 것이다'라고 생각했을 때는 그것에 대해 저는 동조하지 않는다. 저는 실제로 가난하게 자랐지만 불행하지 않았다. 가난을 원망하지 않았고 치킨 하나에 행복했고, 매일 매일 가족이 웃겼다. 조그마한 집에 뭉쳐서 사는 것도 웃겼다. 그냥 생각하기 나름인데 환경 탓하고' 이런 부모를 만나서 삐뚤어졌네' '교육을 이렇게 받았네' 하는 건, 그냥 할 나름 아닐까 싶다. 부모가 열어주고 서포트해 주는 부모를 만나는 것도 좋겠지만 그렇지 않은 부모를 만나더라도 그 뒤를 잇지 않을 수 있는 길도 있을 거라 생각한다.

-실제 엄마 진서연은 어떤 엄마라고 생각하나.

▶무서우면서 되게 좋아하는 것 같다. 찡얼대거나 앵앵대는 걸 받아주는 엄마는 아니다. 단호하되 허용되는 게 많다. 위험한 걸 빼고는 다 해준다. '안 돼'가 잘 없는 엄마다.

-그렇다면 엄마 진서연은 어떤 교육관을 가지고 있나.

▶나는 공부를 억지로 시키지 말자라는 주의다. 아이가 하고 싶은 걸 찾아갈 때의 길잡이까지는 해줄 수 있는데 8학군처럼 어릴 때부터 영어, 수학, 논술하면서 막 푸시하지 않는 삶을 살게 하려고 노력하는 중이다.

-그간 강한 캐릭터들을 연기해 왔는데, 이런 캐릭터들을 연기하다 보면 힘에 부치지는 않나.

▶저는 연기하는 것 자체가 재밌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연기를 재밌어서 한다. 이런 역할을 하는 것도 재밌다. 제 자신이 강한 캐릭터가 아닌데 그런 걸 하니깐 연기하면서 재밌는 거다. 하지만 저는 인간이 가진 여러가지 감정을 해보고 싶은데 그간 이런 강한 캐릭터 위주로만 하게 되니깐 코미디나, 액션, 멜로도 해보고 싶다. 코미디는 실제로 찍으면서도 즐겁지 않나. 그런데 공포는 제가 못 하겠다. 실제로 제가 공포 장르를 못보기도 한다. 최근에 들어온 대본도 공포 장르였는데 제가 보다가 무서워서 못 하겠다고 생각했다. 특히 공포스러운 감정을 어쨌든 제가 느끼면서 연기해야하는 건데 그건 너무 어려울 것 같다.(웃음)

-앞으로 또 어떤 장르나 캐릭터에 도전해보고 싶나.

▶제 나이에 맞게 할 수 있는 다양한 군상들을 해보는 게 목표다. '나는 이런 거 할 거야' '누구랑 할 거야' 보다는 캐릭터에 대한 욕심이 많다. 어떤 작품의 캐릭터가 매력있다면 두 신, 혹은 네 신이 나와도 할 것 같다. 재밌는 캐릭터를 만나는 게 가장 중점이다. 하고 싶은 캐릭터를 코미디 장르로 얘기하면 시장에서 장사하는 아줌마인데 사실은 괴력이 있다든지 초능력이 있다든지 도둑놈들 잡아서 가난한 사람한테 뿌리고 다닌다든지 하는 괴력의 아줌마 같은 캐릭터도 해보고 싶다.(웃음)

-아직 '행복배틀'을 시청하지 않은 시청자들에게 꼭 이 드라마를 추천하는 말을 남긴다면.

▶저희 드라마는 실제 본방으로 보시는 것보다 OTT처럼 몰아서 한방에 보시는 게 더 재밌을 거다. 긴장감을 잠깐도 놓치는 부분이 없다. 감독님도 미국드라마처럼 쏟아낼 거고 밀고 나갈 거라고 했는데 정말 아니나 다를까 그렇게 편집하셨더라. 일주일에 2회씩 보는 것보다 몰아서 보는 게 재밌을 거라고 생각한다. 충분히 OTT에서 전편이 나왔을 때 후폭풍이 올 거라 확신한다.(웃음) ※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