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김민지 기자 = 배우 이동건이 드라마 '셀러브리티'로 4년 만에 복귀했다. 그 사이 이혼 등 개인사를 겪고 두 번째 출발선에 선 이동건은 더 나아진 모습을 보여드릴 테니 대중이 선입견 없이 봐주셨으면 한다는 바람을 전했다.
12일 오전 서울 강남구 도산대로 FNC엔터테인먼트 사옥에서 넷플릭스 오리지널 '셀러브리티'(극본 김이영/연출 김철규) 출연 배우 이동건 인터뷰가 진행됐다. 이번 인터뷰에서 이동건은 작품에 대한 이야기와 근황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들려줬다.
지난달 30일 공개된 '셀러브리티'는 유명해지기만 하면 돈이 되는 세계에 뛰어든 아리(박규영 분)가 마주한 셀럽들의 화려하고도 치열한 민낯을 그린 작품이다. 사실적인 소재와 배우들의 열연, 몰입감을 만들어 내는 클리프 행어 엔딩 등으로 인기를 끈 '셀러브리티'는 넷플릭스 '전세계 비영어권 톱 10 프로그램(쇼)' 주간차트에서 지난 3~9일까지 560만 시청 수(시청 시간을 작품의 총 러닝 타임으로 나눈 값)로 1위를 기록했다.
'셀러브리티'에서 이동건은 변호사 진태전 역을 맡았다. 진태전은 윤시현(이청아)의 남편이자 법무법인 태강의 대표 변호사로, 자신의 목적을 위해서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인물이다. 사람을 '급' 따라 차별하는 특권의식이 뼛속까지 절여져 있는 캐릭터로 극에서는 '빌런'으로 그려진다. 이동건은 진태전 캐릭터를 냉철하게 그려내 극의 몰입도를 높였다.
이동건은 작품을 선택한 이유에 대해 "사실 화려하고 젊은 드라마라 '내가 할 수 있을까' 했는데, 김철규 감독님이 연출을 맡으셔서 내가 잘못 가면 잡아주시겠다는 믿음이 있었다, 감독님과는 꼭 한 번 작업을 해보고 싶었다"라고 했다. 이어 "또 대본을 봤는데 모르는 세상의 이야기라 흥미로웠다"라며 "이 작품에서 내가 할 역이 있다면 진태전뿐이었는데, '내가 가진 장점을 드러내고 단점을 감출 수 있을까' 생각해 보니 진태전이라면 할 수 있겠더라"라고 이유를 전했다.
본인이 연기한 진태전에 대해 이동건은 "초반에는 따뜻한 남편, 능력 있는 변호사처럼 보이지만 어떤 사건 앞에서 본인의 내면을 드러내는 인물"이라며 "본인이 가진 걸 빼앗기거나 명예에 흠이 생기는 걸 견디지 못하는 일종의 '소시오패스' 같은 빌런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7일의 왕비'의 연산군을 연기하며 '쾌감'을 맛본 뒤 진태전도 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이런 역을 거의 처음이지 않았나 한다"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나는 굉장히 차분한 사람이라 진태전과 정반대"라고 해 웃음을 자아냈다.
극 중 진태전은 이혼하는 캐릭터로 등장한다. 앞서 이동건 역시 이혼의 아픔을 겪은 바 있다. 출연을 주저하지는 않았을까. 이에 대해 이동건은 "(이혼을) 연결 지어 생각한 적은 없다"라며 "연기를 할 땐 내가 살아온 삶이 투영될 수밖에 없고 내가 느꼈던 게 나올 수밖에 없다, 어떻게 보면 진태전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할 수 있던 이유가 아닐까 한다"라고 말했다. 이어 "(연기를 하며) 내가 이 역할을 얼마나 잘할 수 있고, 내 경험이 잘 투영될 수 있을까를 고민했던 것 같다"라고 했다.
함께하는 배우들과 호흡도 좋았다고. 이동건은 가장 많이 호흡을 맞춘 이청아에 대해 "내면이 강한 배우"라며 "늘 여유 있고 주변 스태프들과 배우들을 잘 챙기고, 연기를 할 때는 집중력이 좋다"라고 했다. 이어 "나보다 어리지만 어쩔 때는 선배 같고 의지하게 됐다, 그만큼 내공이 강했다"라며 "그래서 그 앞에서 더 까부는 것도 재밌었다"라고 했다. 강민혁에 대해서는 "민혁이와는 워낙 친해서 이 친구가 워낙 착하다는 걸 안다, 그래서 현장에서도 스스럼없이 대화를 주고받았다"라며 "오히려 서로 날을 세우는 역할이라 민혁이가 예상치 못하게 에너지를 뿜어올 때 재밌고 즐거웠다"라고 했다. "박규영은 예의 바른 후배"라고 말한 이동건은 "현장에서는 깍듯하고, 배우로서는 열정적인 친구"라고 평했다. 이어 "서아리가 '셀러브리티'의 스토리텔러라 소화하기 쉽지 않은데, 나중에 보고 작품을 이끌어가기에 부족함이 없는 친구라 나도 오히려 배웠다"라고 칭찬했다.
이동건은 지난 2019년 종영한 TV조선(TV CHOSUN) 드라마 '레버리지: 사기조작단' 이후 4년 만에 복귀하게 됐다. 그는 "사실 나는 큰 공백 없이 촬영을 했는데 촬영과 후반 작업이 오래 걸리다 보니 시청자들은 오랜만에 나온 느낌이 들었던 것 같다"라며 "공백기 동안 주변에서도 '왜 작품을 안 하냐'라고 걱정을 많이 했는데, 나는 '셀러브리티' 촬영을 다 하고 공개를 기다리는 입장이라 편안하게 생각했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마냥 편안하지만은 않았다고. 이동건은 "'셀러브리티' 공개 일주일 전부터 갑자기 엄청 긴장되더라, 인지를 못한 건지 모르겠지만 스트레스가 있었던 것 같다"라며 "제작발표회를 하고 독감인지 스트레스인지 이틀을 앓았다, 어떻게 보일 지에 대한 압박이 있었던 것 같다"라고 당시를 회상했다.
'셀러브리티' 공개 후에는 어땠을까. 이동건은 "요즘은 반응이 너무 빨리 보이지 않나, 내 주변에는 아저씨들밖에 없는데 다들 재밌다고 해주더라, 내가 일부러 반응을 찾아보는 스타일은 아니라 친구들이 기사나 순위 같은 것도 업데이트를 해줬다"라며 "좋은 이야기만 귀담아들으려고 했다"라 했다. 이어 현장에서 넷플릭스 TV쇼 비영어권 글로벌 1위 소식을 접한 뒤 "너무 기쁘고 재밌게 봐주셔서 감사하다"라고 시청자들에게 감사인사를 전했다.
지난 4년간 이동건이 공백기를 가진 이유는 딸과 시간을 보내기 위해서였다. 이동건은 지난달 26일 진행된 '셀러브리티' 제작발표회에서 "딸이 5세에서 7세로 가는 과정에서 아빠가 함께 시간을 보내주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다"라며 "늘 곁에 있어주진 못하지만 아빠의 부재에 대한 불안을 덜 느끼게 해주고 싶어서 아이와 시간을 보내는 데 마음과 시간을 줬다"라고 말해 딸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셀러브리티'가 미성년자 관람불가 판정을 받아 딸이 보지 못하는 게 아쉽진 않을까. 이동건은 "아슬아슬한 나이로 못 봤으면 그랬을 텐데 아직 7세여서 그런 생각은 안 한다"라며 웃었다. 그러면서 "말씀하신 게 나한테는 큰 부분이라 더 왕성하게 활동하고 싶다"라며 "예전에는 '연기 얼마나 오래 할 수 있겠어'라고 안일하게 생각했는데, 지금은 멀리 보고 싶은 마음"이라고 솔직한 마음을 드러냈다. 이어 "10년 후, 20년 후까지 연기하고 싶다, 그때까지 필요한 배우여야 하니 한 작품, 한 작품이 중요하다"라며 "'이 안에 너 있다' 못지않은 임팩트를 줄 수 있는 연기를 하고 싶다"라고 덧붙였다.
이후 어떤 캐릭터를 연기하고 싶을까. 이동건은 "나도 이제 40세가 돼서 연기를 했을 때 편안한 모습이 보이는 역할을 하고 싶다"라고 했다. 그는 "20~30대에는 얼마나 멋있는 놈인지, 극에서 판타지적으로 묘사될 수 있는 지를 봤다면, 이젠 그건 선택 옵션에 없다"라며 "캐릭터에 내가 얼마나 묻어날 수 있고, 표현할 수 있나, 다른 배우들보다 잘할 수 있는 여지가 있나를 본다, 나라는 사람이 표현할 수 있는 걸 찾아가는 과정이 아닐까 한다"라고 했다.
공백기에 이동건은 이혼의 아픔을 겪었다. 이후 공백기를 가진 뒤 복귀하며 '두 번째 출발선'에 섰다.
한편 '셀러브리티'는 현재 전편이 공개돼 감상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