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아조로증' 17살 소년, 전세계 환자 중 최초로 택한 치료법은...

입력 2023.07.10 13:44수정 2023.07.10 15:45
빠르게 나이 드는 '소아조로증'의 고통
유튜브 '욘니와치애' 통해 치료법 공유
'소아조로증' 17살 소년, 전세계 환자 중 최초로 택한 치료법은...
국내 소아조로증 환자 홍원기군. 유튜브 '욘니와치애YonniandChiae' 채널

[파이낸셜뉴스] "제가 건강한 스무살이 돼서, 제가 선택한 이 길이 옳다는 것을 반드시 증명할 겁니다."

매일 하루하루 기적을 걷고 있는 소년 홍원기 군(17)이 자신이 앓고 있는 소아조로증(프로제리아 신드롬)에 대해 소개하는 한편, 소아조로증 환자 최초이자 유일하게 '줄기세포 치료'를 받게 된 계기를 설명했다.

17살 나이지만, 걷는 것조차 힘든 원기군

소아조로증이란 신체가 빠르게 나이 들며, 평균 수명도 빠르게 줄어드는 병이다. 원기군은 국내 유일 소아조로증 환자다.

미국 프로제리아 재단에 따르면 이 소아조로증은 제1 염색체에 존재하는 'LMNA(라민A)' 유전자 이상이다. '라민A'는 몸 속의 세포들을 정상적으로 활동하지 못하게 하며, 독성물질을 내뿜고 노화를 빠르게 진행시킨다. 이로 인해 중성지방 수치가 일반인보다 두 배, 세 배 높아 늘 피곤하게 한다.

원기군 역시 최근 들어, 많이 걷거나 조금이라도 뛰면 심장이 빨리 뛰고 가슴이 답답한 현상을 느낀다고 한다.

이전에는 평범한 아이들처럼 계단을 사뿐사뿐 올랐지만, 지금은 온몸에 모래 주머니를 찬 것처럼 한 계단 한 계단 오르는 게 힘들다고 토로했다.

'소아조로증' 17살 소년, 전세계 환자 중 최초로 택한 치료법은...
국내 소아조로증 환자 홍원기군(욘니·오른쪽 사진) 세포와 정상 세포. 유튜브 '욘니와치애YonniandChiae' 채널


그렇다면 원기군의 세포와 정상세포의 차이는 무엇일까.

줄기세포치료 전문가 이희영 메디칸 대표에 따르면 일반적으로 세포의 기능은 신체 중 한 곳이 망가지면 그곳을 고치기 위해 세포가 여러 개로 분열한다.

이 세포들은 두 개로 나누어지고, 두 개로 된 세포들이 빨리 움직여서 확연히 보일 정도로 점점 많아진다.

하지만, 원기군의 세포는 이런 현상이 나타나지 않는다고 한다. 다른 세포와 똑같이 두 개로 나누어지지만 얼마 안 가 한쪽 세포는 죽는다. 이는 다른 세포에게 먹힌 것으로, 세포 상태가 비실비실할 경우 이런 현상이 일어난다고 이 대표는 설명한다.

이 원인을 최초로 발견한 레슬리고든 박사(현 미국 프로제리아 재단 이사장)는 이 '라민A'를 억제하기 위해 '로나 파르닙'이라는 골수암 치료제를 재활용해 2007년부터 63명의 소아조로증 환자들에게 임상연구를 진행했다. 이후 2018년 이 약을 공식 발표했다.

연구 결과 '로나 프로닙'은 소아조로증 환자의 평균 수명을 2.4년 정도 늘렸다. 현재 미국 FDA 승인을 받아 '조킨비' 이름으로 사용되고 있다.

원기군 또한 2014년 11월경 재단의 초청을 받아 임상연구 참여했다. 당시 2년 치 조킨비 약을 받아 한국으로 귀국했다.

그러나 원기군은 이 약을 5일 만에 돌연 끊었다. 부작용이 너무 많은 탓이었다.

조킨비는 라민A 등 몸속 내 나쁜 유전자를 억제하는 역할을 한다. 이 때문에 정상 세포도 함께 억제되면서 고통을 발현 시킨 것이다.

복용약에 대해 고민을 하고 있던 원기군 가족에게 이희영 박사와 양현진 원장은 자신들의 전문 분야인 '줄기세포 치료'로 원기군에게 다가왔다.

줄기세포 치료 소개하면서 "저 같은 아이들에게 도움되길"

줄기세포 치료는 나쁜 유전자를 건드리지 않는 대신, 다른 세포가 조금이라도 더 자랄 수 있도록 세포의 수를 최대한 늘려 몸에 넣어주는 방식이다.

이들이 줄기세포 치료를 결정할 수 있었던 이유에는 원기 군의 특별한 세포 유형 때문이다.

유전자 안의 건강척도를 확인하는 '텔로미어' 검사 결과 원기군의 세포는 생각보다 길었다고 한다. 일반인이라면 정상적으로 아무 문제 없다고 판단될 정도다. 하지만 원기 군의 세포는 핵막이 쪼그라져 있어 세포 분열할 때 비균등 분열을 하는 등 하나가 생존하기 어려운 형태를 나타냈다.

이 때문에 억제하는 것보다는 남아 있는 유전자의 기능을 더 올려 활용하는 것이 더 효과적일 것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이희영 대표는 이 치료가 성공한다면 원기군의 세포들을 계속 건강한 상태를 유지할 수 있다고 밝혔다. 또 밖에서 불리는 것만 성공해도 계속 투여해 주기만 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이후 필요한 약이 충분히 들어간 때 '조킨비' 등 약으로 나쁜 유전자 발현을 억제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와 관련해 원기 군은 "치료가 더 잘 돼서 저와 같은 아이들에게 같이 줄기세포 치료를 받게 해주고 싶다"라며 "아이들에게 새로운 길을 열어주고 싶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자신에게 '줄기세포 치료'라는 길을 내어준 이희영 대표와 양현진 원장에게 감사함을 표했다.

한편 이와 관련된 영상은 유튜브 '욘니와치애YonniandChiae' 채널에서 확인할 수 있다.

helpfire@fnnews.com 임우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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