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요' 눌렀다가 1억 1000만원 털린 농부 사연

입력 2023.07.08 07:39수정 2023.07.08 08:39
[파이낸셜뉴스]
'좋아요' 눌렀다가 1억 1000만원 털린 농부 사연
캐나다 농부가 계약 논의가 오가던 당시 '좋아요' 이모티콘을 누른 것이 계약에 합의한 것이라는 법원 판결로 1억원 넘게 물어주게 생겼다. 사진은 2010년 캐나다 알버타 핀처크릭의 한 농장. 로이터뉴스1


캐나다 농부가 '좋아요' 이모티콘을 누른 대가로 약 1억1000만원을 물어주게 생겼다.

기름과 약재, 섬유소재로 쓰는 아마 납품과 관련한 소송에서 이모티콘을 둘러싼 논쟁 끝에 패소했기 때문이다.

7일(이하 현지시간) CNN에 따르면 캐나다 서스캐처원주 법원이 이같이 결정했다.

보도에 따르면 사건은 2021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해 3월 서스캐처원주의 곡물업체인 사우스웨스트터미널(SWT) 측이 아마 재배농인 봅 악터와 크리스 악터에게 전화를 걸어 아마를 부셸당 17달러에 사들이는 계약을 진행했다. 그해 10월이나 11월, 또는 12월에 인도받는 조건이었다.

SWT는 이들로부터 아마 86t을 부셸당 17달러에 그해 11월에 인도받는다는 내용의 계약서 초안을 크리스 악터에게 보냈다.

SWT 담당자는 계약서에 서명한 뒤 계약서 사진을 찍어 이를 크리스 악터에게 휴대폰으로 전송했다. "아마 계약서를 확인해 달라"는 메시지도 첨부했다.

법원에 따르면 악터는 이 메시지에 '좋아요' 이모티콘을 눌러 회신했다.

그러나 악터는 그해 11월 아마를 납품하지 않았다. 당시 아마 가격은 부셸당 41달러로 2.4배 넘게 폭등한 상태였다.

SWT 담당자는 법원에 자신이 이들과 이같은 휴대폰 문자로 최소 4차례 계약을 맺은 바 있다고 증언했다. 그는 이전과 차이라면 '오케이' '그럽시다(YUP)' '좋아 보이네요' 같은 문자 대신 이번에는 '좋아요' 이모티콘이 왔다는 것뿐이라고 말했다.

반면 악터 측은 자신들의 '좋아요' 이모티콘은 다른 뜻이라고 주장했다. 그저 아마 공급 계약서를 잘 받았다는 확인 답장이었을 뿐 계약에 합의한다는 뜻이 아니라는 것이다.

크리스 악터는 "계약서 상의 모든 약관들이 오지 않았고, 이때문에 계약서가 팩스나 이메일로 올 것으로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는 SWT 담당직원이 자신에게 정기적으로 문자를 보내기는 했지만 대부분이 공식적인 것이 아니라 비공식적인 것들이었다고 덧붙였다.

악터측 변호인도 '좋아요' 이모티콘을 계약 승인의 의미로 법원이 받아들이면 상당한 후폭풍이 불어 닥칠 수 있다면서 '좋아요' 말고도 다른 이미티콘들 역시 한 이모티콘이 여러 의미를 담고 있다고 주장했다.

법원은 그러나 악터 측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악터 측이 '최소한의 구두 계약'을 맺었다고 판단했다.

담당 판사는 악터 측의 '좋아요' 이모티콘은 그저 계약서를 잘 받았다는 뜻만이 아니라 계약 내용에 동의한다는 뜻으로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아마 가격이 치솟자 이를 핑계로 납품하지 않았을 정황이 높다는 판단을 내린 것이다.

법원은 악터 측에 SWT에 8만2000달러와 이자, 그리고 아마 납품 계약을 이행하지 않은데 따른 비용을 배상할 것을 명령했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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