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미국의 한 대학 연구실에서 청소 노동자가 냉동고 전원을 내려 20년 넘게 연구한 샘플들이 폐기 처분된 사고가 발생했다.
당시 노동자는 냉동고에서 나는 경고음이 시끄럽다는 이유로 버튼을 조작하다가 전원을 끈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27일(현지시간) CNN 등 외신에 따르면 미국 뉴욕주 트로이 소재 렌슬리어공과대학(RPI)은 최근 청소 용역 계약을 맺고 있는 업체를 상대로 100만 달러(한화 약 13억 원)가 넘는 규모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대학 측은 청소 노동자가 아닌 업체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것에 대해 "청소 업체 측이 청소부를 적절하게 교육하지 못해 발생한 일"이라며 "이 사고로 세포 배양 샘플 및 실험실 연구에 피해를 입혔다"라고 설명했다.
사고는 2020년 9월 17일 발생했다. 당시 노동자는 냉동고에서 경보음이 울리자 전원차단기를 내렸다.
실험실 냉동고에는 작은 온도 변화에도 예민한 반응을 보이는 세포 배양 샘플 등이 들어있었다고 한다. 이 샘플 등은 영하 80도를 유지해야 돼, 냉동고는 내부가 영하 78도까지 높아지거나 영하 82도까지 낮아질 경우 경고음이 울리도록 설정됐다.
연구팀은 사건 발생 사흘 전 냉동고 온도가 영하 78도까지 올라가자 경보음이 울리는 것을 확인했다. 이에 냉동고 주변에 '경고음이 울리더라도 전원을 끄지 마시라", "경고음이 울리면 음소거 버튼을 눌러달라" 등의 안내문을 부착했다.
그러나 이날 청소 노동자는 경고음이 울리자 냉동고를 만졌고 차단기를 건드리면서 전원을 꺼버렸다. 이때 냉동고 온도는 영하 32도까지 올라간 것으로 알려졌다.
소장에는 "연구 샘플을 보존하려는 시도에도 결국 20년 이상의 연구 샘플들이 손상돼 복구할 수 없게 됐다"라고 명시됐다.
당시 노동자는 진술서에서 "저녁 내내 경고음이 울렸다. 차단기 안내서를 보고 차단기가 꺼진 상태라고 생각해서 차단기를 다시 켰다"라고 전했다.
대학 측 변호인은 "노동자가 차단기 안내서를 잘못 읽고 차단기를 켠다고 스위치를 조작한 것이, 실제로는 차단기를 끄는 참사로 벌어졌다"라고 말했다.
helpfire@fnnews.com 임우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