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고 겪다 참치캔 훔친 6·25 참전용사에게 닿은 천사들 "한국인이라면..."

입력 2023.06.27 07:57수정 2023.06.27 10:11
생활고 겪는 부산 참전용사 소식에
따뜻한 편지와 후원의 손길 이어져
생활고 겪다 참치캔 훔친 6·25 참전용사에게 닿은 천사들 "한국인이라면..."
지난 23일 오후 부산 부산진경찰서에 도착한 A씨의 편지지.(부산진경찰서 제공) /사진=뉴스1
[파이낸셜뉴스]
“그가 한국인이라면 결코 잊어서는 안되는 한국전의 영웅이라는 사실을 접하고는 가슴이 미어지는 것만 같았습니다.”

최근 부산에서 생활고를 겪던 참전용사 A씨(80대)가 마트에서 식료품을 절도하다가 경찰에 붙잡혔다는 소식이 언론을 통해 알려진 가운데, 해당 소식을 접하고 A씨에게 온정의 손길을 내밀기 위해 서울에서 부산까지 내려와 편지와 기부금을 전달한 한 시민의 소식이 전해져 잔잔한 감동을 주고 있다.

"금은보화도 아니고 반찬 훔치다가.." 서울에서 부산까지 달려온 시민

지난 23일 부산진경찰서에 편지 한 통이 도착했다. 누군가 꾹꾹 눌러 쓴 손 편지였다. 해당 편지에는 최근 생활고로 식료품을 훔치다 경찰에 붙잡힌 6·25 참전용사에 대해 감사한 마음을 전하는 내용이 담겼다.

해당 편지를 작성한 B씨는 편지와 기부금을 전달하기 위해 직접 서울에서 부산으로 내려온 것으로 전해졌다. “오늘 아침, 한 기사를 보고 이렇게 급히 부산진경찰서의 문을 두드리게 되었다”고 운을 뗀 B씨는 “늘 고생하시는 경찰관 분들께 폐가 되진 않을까 걱정이 되었지만 대한민국의 국민으로써 반드시 해야하는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기에 실례를 무릅쓰고 찾아 뵙게 되었으니 부디 너그러운 양해 부탁드린다”고 적었다.

B씨는 “저를 서울에서 부산까지 한달음에 달려오게 한 것은 오늘 아침 송출된 한 노인분에 대한 신문 기사”라며 “버젓이 자녀들이 있음에도 생활고에 시달리다 대단한 금은보화가 아닌 그저 최소한의 생활에 필요한 반찬거리를 훔친 노인분의 소식을 들은 누구든 가슴 한편에 먹먹함을 느꼈을 것”이라고 썼다.

"한국인이라면 결코 잊어서는 안돼" 손편지와 후원금

B씨는 이어 “거기에 그분이 1950년 6월 25일, 한국인이라면 결코 잊어서는 안 되는 한국전의 영웅이라는 사실을 접하고는 가슴이 미어지는 것만 같았다”며 “천수를 누리며 좋은 것만 보시고 드셔야 할 분이 우리 사회의 가장 구석진 그늘에서 외롭게 살고 계시다는 사실이 믿어지지 않았고, 바로 지금이야 말로 그분들의 피와 땀, 젊음 위에 세워진 땅 위에 살고있는 우리 후손들이 나설 때라는 생각이 들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B씨는 “그 시작으로 그리 대단치는 않지만 어쩔 수 없이 법을 어기게 된 참전용사 분께 작은 마음을 전해드리고자, 여러분께 한 가지 부탁을 드리려 한다”며 “따뜻한 식사 한 끼 하실 수 있는 반찬과 그분의 생활 반경 안에서 편하게 쓰실 수 있도록 소정의 금액을 넣은 생활비 카드를 전달드려본다”고 덧붙였다.

이에 경찰은 B씨의 편지와 카드를 모두 A씨에게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B씨의 편지와 기부금 이외에도, 현재 전국 각지에서 A씨에 대한 후원 문의가 쇄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26일 부산진경찰서에 따르면 이날까지 총 25명이 후원 의사를 밝혔으며, 이 외에도 2건의 기부품 등 후원이 들어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참전용사 A씨에게 모두 온전하게 전달됐다. 아울러 경찰은 후원 의사를 비친 이들에 대해서는 보훈청을 연결해 줬다.

sanghoon3197@fnnews.com 박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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