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 벌려" 후임 입속에 권총 넣고... 해병대 가혹행위 '소름'

입력 2023.06.22 07:59수정 2023.06.22 09:16
"입 벌려" 후임 입속에 권총 넣고... 해병대 가혹행위 '소름'
/사진=뉴스1
[파이낸셜뉴스] 해병대에서 권총을 후임병의 입속에 넣고 방아쇠를 당기는 등 가혹 행위가 있었다는 사실이 2년만에 드러났다. 21일 페이스북 페이지 '육군훈련소 대신 전해드립니다'에는 지난 2020년 경북 포항 해병대에 입대했다고 밝힌 A씨가 당시 최고참 선임이었던 B씨의 괴롭힘을 폭로하는 글이 올라왔다.

후임병에 '러시안룰렛' 가혹행위..실제로 공포탄 발사되기도

A씨는 지난 2021년 해병대 위병 근무 도중 B씨가 자신에게 권총 총구를 들이대는 등 ‘러시안룰렛’ 가혹 행위를 가했다고 주장했다. 러시안룰렛은 탄환 6발을 집어넣을 수 있는 리볼버 권총에 실탄 1발을 넣고 돌린 뒤 방아쇠를 당기는 게임이다.

A씨에 따르면 당시 B씨가 들고 있던 권총 안에는 공포탄과 가스탄, 고무탄 등 4발이 장전된 상태였다. 실탄을 장전한 것은 아니었으며 탄창에서 1발 자리는 비어 있었다. B씨는 이 권총으로 A씨와 또 다른 병사에게 총구를 들이대거나 방아쇠를 당겼다. 실제로 공포탄이 발사돼 다른 병사 손에서 피가 나기도 했다.

A씨는 “처음에는 1m 간격에서 조준해서 방아쇠를 당겼고 점차 가까워져서 입안에 리볼버를 넣고 러시안룰렛을 하고 관자놀이에 조준해서 방아쇠를 당기기도 했다”라며 “주말에는 리볼버로는 재미가 없었는지 대검을 꺼내 보라고 하며 칼싸움하자는 식으로 대검으로 제 선임과 제 몸을 베는 행동을 취했다”라고 토로했다.

A씨의 신고로 해당 부대는 진상 파악에 나섰지만, B씨는 강등 징계를 받고 상병으로 전역한 것으로 알려졌다.

2년 지나고도 '트라우마'.. 괴롭힘 폭로하며 공론화

A씨는 전역한 후 최근 B씨를 상대로 군형법상 '직무수행군인 등 특수폭행' 혐의로 기소하면서 해당 사건이 공론화됐다.

A씨는 "정신적으로 너무나 피폐해져서 PTSD(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진단을 받았으며 향정신성 마약을 먹어야만 잠을 잘 수 있었다"라고 호소했다.

그러면서 "2년의 시간이 흘렀음에도 아직까지 선고가 나지 않고 있는데 이는 B씨가 사건과 크게 연관 없는 증인들을 소환하며 재판을 질질 끌고 있기 때문"이라며 "너무 괘씸하고 억울하다.
피의자가 합당한 처벌을 받았으면 좋겠다"라고 했다.

한편 해병대 사령부는 이날 별도 자료를 통해 “해당 사건은 2021년 4월쯤 군사경찰로 접수돼 정상적으로 수사가 진행됐다”라며 “가해자는 직무수행 군인 등 특수폭행 등의 죄명으로 병 계급에서 가장 엄한 징계인 ‘강등’ 처분을 받았으며 군 검찰에 송치했다. 2021년 6월 전역하여 현재는 민간인 신분으로 법적 절차가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yuhyun12@fnnews.com 조유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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