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출산기록은 있지만 출생신고가 안 된 전국의 영·유아 수가 2000명에 달해 감사원이 신생아에 대한 조사를 진행한 가운데, 한 가정에서 영아 시신 2구가 냉장고에 유기된 사건이 발생했다.
일부 가정에서는 미 신고된 영아에 대한 생존 여부가 아직까지 불투명한 것으로 드러나 전수조사가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앞서 감사원은 지난 3월부터 보건복지부에 대한 정기 감사를 진행하며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8년간 국내 병원의 출산 기록은 있지만 출생 신고가 되지 않은 영·유가 2000여명에 달한다는 사실을 파악했다.
주민등록법에 따라 태어난 지 1개월 이내의 영아는 출생 신고 절차를 밟아야 한다. 출생 신고를 하지 않은 영·유아는 적절한 보건·보육 서비스를 제공받지 못하며, 생존 여부조차 확인되지 않는다.
감사원은 미신고된 영아 2000여명 가운데 1% 수준인 20명을 선별한 뒤, 복지부와 관할 지자체에 아이들의 안전 여부를 직접 확인해 볼 것을 통보했다.
이중 경기 수원시는 장안구의 한 아파트에 거주 중인 친모 A씨(30대)에 대해 현장 조사를 진행했고, 이 과정에서 냉장고 안에 영아 시신 2구를 발견했다.
당시 A씨는 조사를 거부해 경찰이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아 직접 집을 수색했다.
A씨는 2018년 11월과 2019년 11월 두 아기를 병원에 출산한 후 살해하고, 그 시신을 자신의 집 냉장고, 냉동실에 보관한 혐의를 받는다.
A씨는 특히 남편과의 사이에 12살짜리 딸과 10살 아들, 8살 딸 등 세 자녀를 두고 있던 것으로 드러났다. 또다시 임신을 하게 되자 경제적 어려움을 우려해 범행했다는 취지로 경찰에 진술했다.
남편은 경찰 조사에서 "내의 임신 사실은 알았지만, 배가 많이 나왔던 것도 아니었기 때문에 아기를 살해한 줄은 몰랐다"라며 "'낙태했다'는 아내의 말을 의심하지 않았다"라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감사원이 통보한 20명의 영·유아 가운데 아직 생존 여부가 확인되지 않은 경우도 있다. 이에 따라 감사원은 복지부와 지자체에 사라진 2000여명에 대한 전수조사를 요청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한편 경찰은 감사원 자료를 토대로 경기도 화성시, 인천광역시, 경남도 등에서 '출생 미신고' 사례를 조사하고 있다.
helpfire@fnnews.com 임우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