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실에서 애들 싸움 밀리다가 고소 당한 교사.. 무슨 일?

입력 2023.06.18 07:10수정 2023.06.18 12:49
교실에서 애들 싸움 밀리다가 고소 당한 교사.. 무슨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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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실에서 애들 싸움 밀리다가 고소 당한 교사.. 무슨 일?
광주 한 초등학교 학생이 아동 학대 혐의로 입건된 담임교사에 대한 탄원서를 검찰에 제출했다.2023.6.16/뉴스1


(광주=뉴스1) 최성국 기자 = 교실에서 벌어진 학생들의 싸움을 말리기 위해 책상을 넘어뜨린 교사에 대한 학부모의 민사 손해배상 소송을 법원이 기각했다.

광주지법 민사3단독 김희석 부장판사는 학부모 A씨가 담임교사 B씨와 교장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을 기각했다고 18일 밝혔다.

A씨는 자신에 대한 위자료 1279만원, 아들 C군에 대한 위자료로 2000만원 등 총 3279만원을 B교사와 교장이 배상해야 한다며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B교사는 지난해 4월12일 광주 한 초등학교 3학년 교실에서 급우와 싸우던 C군을 말리고 훈계하는 과정에서 과도한 훈육을 했다는 이유로 학부모로부터 민·형사상 고소를 당했다.

경찰 조사 결과 B교사는 C군이 다른 학생의 팔과 얼굴 등을 때리는 것을 보고 싸움을 말리기 위해 교실 맨 뒤에 있는 책상을 복도 방향으로 밀어 넘어뜨렸다.

또 B교사는 같은 반 학생들에게 "C군에게 피해를 본 적이 있는 친구는 손을 들라"고 말한 뒤 피해 사실을 종이에 적어 제출토록 하고, C군을 따로 연구실로 불러 녹음을 하며 "잘못한 점을 말해보라"고 말했다.

B교사는 지난해 5월31일 C군이 같은반 학생을 때렸다는 말을 듣자 반성문을 쓰도록 하고, C군이 '없음. 선생님이 밉고 친구들도 싫다'고 적어낸 반성문을 찢은 혐의도 받는다.

수사에 착수한 경찰은 당사자들과 주변인 등으로부터 진술조사를 진행했고, B교사가 피해아동을 신체적으로 학대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다만 경찰은 책상을 밀어 넘어뜨린 행위와 반성문을 찢은 행위가 정서적 아동학대에 해당한다고 판단, 검찰에 넘겼다.

사건을 넘겨받은 검찰 앞으로는 학부모 고발에 대한 교육계, 학급 학부모들, 초등학생들의 탄원서가 쏟아졌다. 제출된 탄원서는 1800여장에 달했다.

교사들은 '제지하다 아동학대로 신고나 고소를 당할 수 있기 때문에 학생들의 싸움을 말리기 위해 아무 것도 할 수 없다', '책상을 넘어뜨린 것은 다른 학생들을 보호하기 위한 행동이다', '즉시 학생들에 사과했는데 아동학대라니 안타깝다', '자기 행동을 돌아보지 않는 반성문을 쓴 학생을 어떻게 지도해야 할 것인가' 등 교권 붕괴 우려와 경위 참작을 호소했다.

해당 학급의 한 초등학생은 "선생님은 쉬는 시간에 너무 시끄러우면 조용히 하라고 말하셨고 싸우고 있는 친구가 있으면 잘 해결해 주셨다. 선생님은 아동학대를 한 적이 없다. 선생님이 아동학대를 했다면 우리 반 아이들이 다 알겠죠. 근데 우리반 아이들은 모르고 선생님을 무서워하지도 않는다. 그런 선생님을 졸업할 때까지 보고 싶다"는 탄원서를 제출했다.

또 다른 학생은 "저희 선생님의 평소 모습은 항상 밝은 모습이고 저희반 친구들도 잘 가르쳤다. 쉬는시간에 친구들과 이야기를 하면 잘 들어주신다. 갑자기 헤어지게 됐는데 하루 빨리 만나고 싶다"고 탄원했다.

학부모들도 '적극적인 훈육에 벌어진 일'이라며 탄원 행렬에 동참했다.

전국 유사 사례들을 검토한 광주지검은 '정서적 학대' 판단을 위해 사건 당시 교실에 있었던 초등학생들을 상대로 의견 청취까지 하기 이르렀다.

검찰은 각종 자료를 모아 심의위원회를 열었다. 다수의 위원이 참석한 심의위원회는 1명을 제외한 모두가 'B교사의 행동을 정서적 학대 행위로 보기 어렵다'고 결론 짓고 B교사에게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하지만 A씨는 검찰의 판단에 불복, 검찰에 재항고했다. 광주고등검찰청은 다시 이 사안을 들여다보고 있다.

이번 민사 판결을 맡은 김희석 판사는 "책상을 넘어뜨린 행위가 아동학대 사례로 판단됐는데, 어떤 자료와 근거로 이를 '정서적 아동학대 사례'로 판단했는지 확인할 수 없다"며 "다양한 사건이 발생할 수 있는 교육현장에서 다수의 아동을 교육하고 선도하는 교사에게 상당 부분의 재량을 인정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판시했다.

그러면서 "부모에게 아동의 상태를 정확히 알리기 위해 아동의 행동을 촬영하거나 상담을 녹음할 필요성이 있는 경우도 있음을 부인하기 어렵다"며 "인정사실과 A씨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설령 B교사가 다수의 학생을 지도하는 담임교사로서 최선의 선택을 하지 못했다 하더라도, C군을 교육하고 선도하는 것을 넘어 복지를 해치거나 정상적 발달을 저해할 수 있는 신체적·정신적 학대를 가했음을 인정하기 부족하다"고 설명했다.


동일 재판부는 B교사가 학부모 A씨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소송도 기각했다.

B교사는 A씨가 걸어온 민사소송에 '학부모의 지나친 항의와 부당한 요구에 극심한 정신적 스트레스를 받았고, 질병까지 생겼다'며 2500만원의 배상금을 요구하는 민사소송으로 맞섰다.

김희석 판사는 "B교사가 급성 스트레스 반응으로 병원 진료를 받은 사실을 인정할 수 있지만, 제출된 증거만으로는 학부모나 학생이 교사에게 위법행위를 한 것이 입증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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