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김송이 기자=연쇄살인마 이춘재의 범행 자백 과정에 대한 비화가 공개됐다.
15일 SBS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 83회는 화성연쇄살인사건의 진범 이춘재에 대해 다뤘다.
피해자의 유류품 DNA 감식 결과 범인으로 지목된 이춘재는 처음엔 입을 열지 않았다. 사건을 수사하기 위해 자신을 접견하러 온 이성준 형사에게 이춘재는 "고향이 화성이니 사건은 많이 들어봤지만 나와는 상관 없다"며 시침을 뗐다.
이 형사는 이춘재의 자백을 받아내기 위해 여러 전략을 세워야 했다. 그중 이춘재의 자백을 이끌어낼 수 있었던 데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은 프로파일러들의 '라포'(친밀감) 형성 노력이었다.
이춘재는 접견 전 바깥 의자에 앉아있던 여성 프로파일러들에게 호기심을 보였고, 대화를 수락한 그는 프로파일러들과 일상적인 대화를 나누며 조금씩 마음의 벽을 허물었다. 이춘재는 자신의 가정사를 털어놨고, 군 시절 무용담을 얘기하며 눈을 반짝이기도 했다.
그러나 이춘재는 화성 연쇄살인 사건에 대해서는 쉽게 입을 열지 않았다. 이에 이 형사는 "'이춘재를 애달프게 해보자'고 생각했다"며 하루는 약속된 접견날에 일부러 가지 않았다고 했다.
이 형사의 작전은 통했다. 이 형사와 프로파일러들은 하루 늦게 접견을 갔고, 그렇게 만나게 된 이춘재의 첫 마디는 "어제 온다고 하지 않았냐. 왜 어제 안 왔냐"였다. 이 형사는 "대화가 즐거웠기 때문에 이춘재가 기다린 것"이라고 당시를 회상했다.
이춘재는 프로파일러들에게 "혹시 내가 입을 열면 당신들 승진도 하고 그러나. 그럼 내가 이야기 좀 해줄까"라며 생색을 내기도 했으며 "내가 모든 걸 말하면 다 놀랄 거다. 곤란해질 수도 있다"며 자신의 범죄를 과시하기도 했다.
이춘재는 자필로 '살인 12+2, 강간 19, 미수 15'를 적어냈다. '12+2'에서 12는 화성 살인사건이었고, 나머지 2는 청주에서 저지른 살인이었다. 이춘재는 이때를 기점으로 진술을 쏟아냈고 사건 현장을 직접 그려주기까지 할 정도로 적극적인 태도를 보였다.
이 형사는 "이미 머릿속에 사건들을 정리한 거다. 살인사건뿐만 아니라 강간 사건까지 사건 건수, 범행 지역까지 정확하게 정리를 하고 왔었다. 범행을 하는 장면을 묘사하면서 남 얘기하듯이 덤덤하게 하더라"며 "'인간 세상에 악마가 있다면 그 악마가 바로 이춘재구나'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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