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현지시간) 영국 BBC는 북한 전문 매체 데일리NK의 도움을 받아 평양과 중국 국경 근처 마을 등에 거주하는 북한 일반 주민 3명을 인터뷰했다고 보도했다. 다만 보복을 고려해 이들의 실명과 자세한 인적 사항은 공개되지 않았다.
"먹을게 없어 목숨 끊는 사람들 있다" 비참한 실상
BBC에 따르면 평양에 사는 지연(이하 모두 가명)이란 이름의 한 여성은 이웃 세 식구가 집에서 굶어 죽은 사실을 털어놨다. 그는 “물을 주려고 문을 두드렸지만 아무도 대답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후 당국에서 안에 들어가 보니 그들은 사망한 상태였다고 그는 전했다.
그는 또 “먹을 것이 없어 집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거나, 산으로 숨어들어 죽었다는 얘기도 들었다”고 전했다.
북한과 중국을 가르는 국경 근처에 거주하는 건설 노동자 찬호씨는 극심한 식량 공급 부족으로 자신이 사는 마을에서 5명이 굶어 죽었다고 말했다. 그는 “처음엔 코로나19로 죽을까 봐 무서웠지만 이후엔 아사할까 봐 걱정되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매일 살기가 더 어려워진다”며 “탈출을 시도하다 발각되면 비공개 처형이 이뤄진다. 한 번만 잘못 움직여도 사형”이라고 덧붙였다. 이어 “우린 여기 갇혀서 죽기만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장마당에서 중국 밀수품을 파는 상인 명숙씨는 과거 장마당에서 팔리던 제품 4분의 3이 중국에서 왔지만 현재는 팔 수 있는 물건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가족이 먹을 음식이 이렇게 적었던 적이 없다면서, 아이들을 먹이려고 고군분투하고고, 한 번은 자기가 이틀간 못 먹어서 자다가 죽을 것 같았다고 말했다. 아울러 그는 최근 배가 고픈 사람들이 음식을 구하기 위해 자신의 집 문을 두드리고 있다고 전했다.
고난의 행군 이후 최악 상황.. "중산층도 굶어죽을 걱정"
전문가들은 해당 인터뷰 내용을 통해 북한이 1990년대 ‘고난의 행군’ 이후 최악의 상황임을 알 수 있다고 분석했다.
북한 경제학자 피터 워드는 “평범한 중산층 이웃이 굶어 죽는 것은 매우 우려스럽다”며 “아직 전면적 사회 붕괴나 대규모 아사는 아니지만 좋지 않아 보인다”고 분석했다.
북한 인권침해를 기록하는 NKDB의 한나 송씨도 “지난 10∼15년간 아사 사례는 거의 못 들어봤다. 북한 역사상 가장 어려운 시기를 떠올리게 된다”고 우려했다.
BBC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도 식량 위기를 공개적으로 언급하는 등 상황의 심각성을 시사한 바 있지만, 그럼에도 그가 핵무기 개발을 우선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북한은 지난해 탄도미사일 63발 발사시험을 했는데 이 비용은 5억달러(약 6천375억원)가 넘는 것으로 추산됐다고 말했다.
상황이 악화되자 북한에서 김정은에 대한 신뢰는 물론 주민들끼리의 신뢰도 무너졌다고 주민들은 털어놨다.
명숙씨는 “코로나 이전엔 사람들이 김정은을 긍정적으로 봤지만 이제 거의 모든 사람들이 그에 대한 불만으로 가득 차 있다”고 말했다.
sanghoon3197@fnnews.com 박상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