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가스 3㎏로 아이 75명에게..." 참지 못한 어린이집 교사들

입력 2023.06.11 12:55수정 2023.06.12 17:44
"돈가스 3㎏로 아이 75명에게..." 참지 못한 어린이집 교사들
지난 4월18일 제공된 어린이집 간식.(위 왼쪽) 오른쪽은 공지용. 아래는 교사 카톡. (독자 제공) / 뉴스1


"돈가스 3㎏로 아이 75명에게..." 참지 못한 어린이집 교사들
원장 신고로 출동한 경찰(왼쪽)과 학부모들이 세종시에 제출한 원장 해임동의서. (독자 제공) / 뉴스1


(세종=뉴스1) 장동열 기자 = 세종의 한 국공립어린이집 교사 10여명이 무더기로 퇴사한 뒤 이 어린이집의 빈약한 식자재 등 부실 운영 의혹을 제기, 세종시가 진상 조사에 나섰다.

어린이집 학부모 120여명은 원장에 대한 해임동의서를 시에 제출했고, 국가인권위원회에 세종시장과 원장을 조사해달라는 민원을 접수했다.

반면 해당 원장은 교사들이 일부 학부모와 짜고 자신을 몰아내려 한다며 맞고소를 예고했다.

11일 해당 어린이집 학부모들에 따르면 이 어린이집 보육교사, 조리사 13명 중 10명이 지난 5일부터 집단으로 출근하지 않고 있다.

갈등은 지난해 11월 새 원장이 부임한 뒤 불거졌다. 교사들은 해당 원장과 고용승계, 근로계약서 작성, 어린이집 운영 등을 놓고 대립하다 지난주 집단퇴사했다.

퇴사한 교사들은 원장의 갑질 행위가 도를 넘었다는 민원도 제기했다. 민원은 이 원장이 원아 외모 비하, 엄격한 졸업식 행사 연습, 학부모 건의(문의)와 관련해 경제 수준을 비하했다는 내용이다.

이들은 또 아이들에게 제공하는 간식과 점심이 부실하게 배식됐다는 의혹도 제기했다. 돈가스 3㎏을 구입해 원아 75명과 교사 10명에게 제공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해당 원장은 뉴스1과의 통화에서 "시청에서 7일 오전 10시30분~오후7시까지 대대적인 감사를 진행했다"면서 "(교사들의 주장과 같은)그런 내용은 전혀 없었다"고 반박했다.

고용승계에 대한 입장도 대립하고 있다.

교사들은 승계를 약속한 원장이 근로계약서 작성을 미루고 있다고 주장한다. 이들은 지난 달 12일 사직서를 내면서 인수인계를 고려해 이달 30일까지 근무할 것을 명시했으나 원장이 2일까지만 출근할 것을 일방적으로 통보했다고 밝혔다.

반면 원장은 "(교사들의 주장은)전혀 사실이 아니다. 그만두라고 말한 적 한 번도 없다"며 "지난 1일 (교사들이)단체로 원장실로 몰려와 내일(2일)까지만 일을 하겠다고 일방적으로 통보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그중 1명은 오늘(6월1일)까지만 하겠다고 했다"면서 "지난달 12일부터 심지어 어떤 교사에게는 3~6차례 면담을 하며 진심으로 남아줄 것을 설득하기도 했다"고 반박했다.

그는 "이런 내용을 시청에서 모두 확인했다. 원내 CCTV(내부영상망)를 모두 공개할 의향이 있다"고 덧붙였다.

이렇게 갈등이 고조되면서 법정싸움으로 비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앞서 지난 5일 자녀를 등원시키며 주차장에 있던 학부모와 일부 교사를 원장이 업무방해죄로 신고, 경찰이 출동했다.

현재 교사들은 원내 진입이 저지된 상황이며 대체교사가 없어 일부 반이 통합 운영되는 등 보육공백이 이어지고 있다.

또 한 학부모는 지난 9일 어린이집 창문이 블라인드로 가려져 있는 것과 관련, 보육 환경에 있어 정서적 학대 가능성을 이유로 어린이집을 112에 신고했다.

학부모 120여 명은 같은 날 원장에 대한 해임동의서를 모아 시에 전달했고, 국가인권위원회에는 세종시장과 원장을 조사해달라는 민원을 접수했다.

교사들도 면직 가처분 신청 및 직장 내 갑질과 강요, 협박 등으로 원장을 고소할 예정이다.

해당 원장도 맞대응 의사를 분명히 했다.
그는 "특정 교사와 학부들이 자신을 몰아내기 위해 조직적으로 음해를 하고 있다"며 "이들을 경찰에 고소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 학부모는 "이런 상황에서 아이를 믿고 맡길 수 있는지 모르겠다. 너무 걱정된다"며 "학부모들은 세종시청과 경찰이 신속한 조사로 사건이 하루속히 해결되길 바라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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