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걸리 3병·맥주 4캔 마시고 잔 부부에 찾아온 비극, 침대위에는..

입력 2023.06.10 07:01수정 2023.06.10 09:47
'수면 중 사망' 영아 4명 중 1명은 '질식'…부모 음주로 아이 '포압사' 많아
"엄마 흡연도 아이 돌연사 원인…한 방에 자도 아이 침구류 따로 써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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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걸리 3병·맥주 4캔 마시고 잔 부부에 찾아온 비극, 침대위에는..
'영아 돌연사' 예방 올바른 수면자세 [서울대의대 유성호 교수 제공]

(서울=연합뉴스) 김길원 기자 = #. 생후 6개월(192일) 된 아이를 키우던 부부는 어느 날 밤 각각 막걸리 3병, 맥주 4캔을 마신 후 새벽 1시께 안방 침대에서 잠이 들었다. 아이는 잠자리에 들 때만 해도 아빠와 엄마 사이에서 천장을 보고 바로 누운 자세였다. 그런데 오전 7시께 아빠가 일어나보니 아이는 머리가 부모의 발 방향으로 거꾸로 된 채 엎어져 있었고, 숨을 쉬지 않았다. 당시 침대 위에는 아이의 구토물도 확인됐다. 부모가 119에 신고했지만 아이는 결국 사망했고, 사인은 사고성 질식으로 판단됐다.

#. 생후 3개월(114일) 된 아이의 부모는 집에서 함께 술을 마신 뒤 아버지가 먼저 아이와 함께 작은방 바닥에 이불을 깔고 잠자리에 들었다. 아버지는 잠을 자던 중 아이가 오른쪽 종아리 밑에 엎드린 상태로 있는 것을 발견하고 119구급대에 신고해 병원으로 후송했지만, 생명을 구할 수 없었다. 부검 결과 아이의 사인은 역시 사고성 질식이었다.

이들 사례는 실제 국내에서 발생했던 것으로, 의학적으로는 모두 '영아돌연사'에 해당한다. 영아돌연사는 생후 7일 초과 1세 미만의 영아가 갑자기 사망하는 경우를 말하는데, 임상적으로나 병리적으로 그 원인이 불분명할 때 진단한다. 하지만 보통은 앞선 사례와 같은 질식이 가장 많은 편이다.

10일 국립과학수연구원 서울과학수사연구소 법의학 연구팀이 대한법의학회지 최근호에 발표한 논문을 보면, 2018년 1월부터 2021년 3월까지 부검을 시행한 1세 미만 영아의 돌연사로 볼 수 있는 '수면 중 사망' 106건 중 23.6%(25건)가 사고성 질식으로 파악됐다.

사고성 질식은 전체 25건 중 이불 등 침구에 의한 질식이 13건(52%)으로 가장 많았으며, 이어 침대에 의한 질식 5건(20%), 신체 부위에 눌려 숨지는 포압사 7건(28%)이었다.

눈여겨볼 부분은 포압사로 분류된 7건 모두 아이가 사망하기 전 부모가 술을 마신 상태에서 아이와 함께 잠자리에 들었다는 점이다.영아를 키우는 부모의 음주가 잠자리에서 얼마나 위험한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연구팀은 논문에서 "포압사의 위험은 생후 5개월 미만의 영아에서 가장 크지만, 최대 2세까지의 아이에게서도 포압사가 발생할 수 있다"면서 "영아가 잠자리를 같이하는 성인에 의해 눌리게 되면 기도가 막히거나 가슴이나 배가 눌리고, 목 순환이 장해를 입으면서 울음 등으로 주위의 시선을 끌지도 못한 채 사망에 이를 수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연구팀은 술이나 약물에 취한 부모 옆에서 영아의 사고성 질식이 일어난다면 포압사의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포압사를 비롯한 영아의 사고성 질식을 예방하려면 무엇보다 아이와 함께하는 잠자리를 피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실제로 서울대의대 법의학과 유성호 교수팀이 1996∼2008년 부검을 통해 영아돌연사 355건을 대상으로 아이가 숨지기 전 위험요인을 분석한 결과, 10명 중 6명이 부모와 잠자리를 함께하다 사망 위험을 키웠던 것으로 나타났다.

또 숨진 355명의 영아 중 평상시 수면 자세가 파악된 168건 가운데 44.7%(75건)가 아이를 엎어 재우거나 옆으로 뉘어 재운 것으로 확인됐다. 이런 수면 자세는 영아돌연사의 대표적인 위험 요인 가운데 하나로, 미국과 일본 등 선진국에서는 이 같은 위험 행동이 10~20% 수준으로 낮은 편이다.

더욱이 아이와 잠자리를 공유한 부모 중 17.3%(21명)는 술을 마신 상태에서 돌연사의 위험을 높인 것으로 조사됐다.

유성호 교수는 영아 돌연사의 위험 요인으로 남자아이, 2~4개월째 영아, 간접흡연, 미숙아, 모로 누이거나 엎어 재우는 경우 등을 꼽았다.

유 교수는 "아이와 같은 방에서 잠을 자야 한다면 혹시 모를 사고 위험을 줄이기 위해서라도 부모와 침대, 요, 이불 등의 침구류는 따로 써야 한다"면서 "1세 미만의 아이들은 호흡에 있어 가슴과 배의 움직임이 중요한데 어느 순간 엄마나 아빠가 아이의 가슴에 손을 올려놓게 되면 심폐기능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더욱이 부모가 술이나 약물 등의 영향을 받은 상태에서는 부모의 무의식적인 행동이 이런 포압사 위험을 더욱 높일 수 있다고 유 교수는 경고했다.

아울러 그는 너무 푹신한 침구류도 아이에게 질식을 일으킬 수 있는 만큼 주의하고, 아이와 함께 잘 때는 최소한 팔 간격(50㎝) 이상을 유지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유 교수는 "최근에는 엄마의 흡연도 아이에게 돌연사를 일으킬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어 영아기에는 반드시 금연해야 한다"면서 "이는 흡연 후 남아 있는 담배 속 물질이 아이의 호흡기계와 심혈관계에 나쁜 영향을 미치기 때문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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