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삭에 강원도 놀러 간 산모, 속초서 양수가 터지는 바람에...

입력 2023.06.09 07:15수정 2023.06.10 09:05
강원도내 열악한 분만 환경 탓
"의료진 수급 등 다양한 방안 검토"
만삭에 강원도 놀러 간 산모, 속초서 양수가 터지는 바람에...
출산이 임박한 임신부의 헬기 이송을 준비하는 소방 당국 / 강원도소방본부 제공
[파이낸셜뉴스] 강원도 속초에서 출산이 임박한 임신부가 지역 병원 중 분만을 진행할 수 있는 곳이 없어 2시간을 헤매다가 결국 서울의 한 병원으로 헬기 이송됐다.

휴양 갔다가, 양수 터진 산모

지난 8일 강원도소방본부에 따르면 지난 6일 오전 4시28분께 속초 한 리조트에서 "임신부의 양수가 터졌다"라는 신고가 접수됐다.

소방 당국은 현장에 도착해 30대 A씨의 상태를 살피며 분만 의료기관이 있는 강릉 한 대형병원에 제왕절개 가능 여부를 문의했다. 당시 태아가 자궁 안에 거꾸로 자리한 상태였기 때문에 분만 의료 없이 무작정 출산하기에는 어려운 상황이었다.

그러나 병원 측에서는 "분만실이 없어 수술과 입원이 불가하다"라고 했고, 속초 한 의료원에서도 "야간 시간에는 분만 수술이 어렵다"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이에 소방 당국은 원주의 대형병원에도 수술이 가능한지 추가 문의했으나 이 병원도 받을 수 없다고 했다.

결국 구급대는 200㎞가량 떨어진 서울 목동의 한 대형병원으로 A씨를 헬기 이송했다. 다행히 A씨는 출산을 무사히 마쳤고, 건강에 이상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휴식차 속초 지역을 찾았다가 분만 예정일을 일주일가량 앞두고 갑작스레 양수가 터지면서 이 같은 일을 겪은 것으로 전해졌다.

강원도 헬기 이송 출산 올해만 두번째

이처럼 도내 열악한 분만 환경 탓에 임신부들이 응급 상황에서 헬기 등을 통해 긴급히 옮겨지는 경우가 잇따르고 있다. 도 소방본부에 따르면 2020∼2023년 5월까지 헬기를 통해 임신부 등 구급 환자를 옮긴 건수는 714건이었으며, 올해에만 출산이 임박한 2명의 임신부를 헬기 이송했다.

강원도에 따르면 올해 기준 도의 분만 취약지는 평창, 정선, 화천, 인제, 횡성, 고성, 양양, 태백, 속초, 삼척, 홍천, 영월, 철원, 양구 등 14개 시·군이다. 이 가운데 정선, 고성, 양양에는 산부인과 의료기관이 전혀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도 관계자는 “현재 산부인과가 없는 지역에는 ‘찾아가는 산부인과’를 운영하고 있고, 분만 취약지에 있는 강원지역 응급 산모의 전용주택인 ‘안심스테이’ 등 고위험 임신부를 대상으로 하는 사업도 진행하고 있다”라며 “도내 의료진 부족 문제에 대해서도 여러 수급 대책을 마련하고자 논의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yuhyun12@fnnews.com 조유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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