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우혁 "'차정숙' 경력단절 삶 공감…아내 이세미에 더 감사" ②

(서울=뉴스1) 장아름 기자 = 지난 4일 인기리에 종영한 JTBC 토일드라마 '닥터 차정숙'(극본 정여랑/연출 김대진 김정욱)으로 새삼 재발견된 배우가 있다면 단연 민우혁이다. 민우혁은 2003년 드라마 '요조숙녀' OST로 데뷔한 후 뮤지컬 배우로는 지난 2013년 활동을 시작했고, '레미제라블' '위키드' '아이다' '프랑켄슈타인' '안나 카레니나' '지킬 앤 하이드' '그날들' '마리 앙투아네트' '영웅' 등 다수 무대에서 많은 사랑을 받아왔다. 시청자들에게는 KBS 2TV '불후의 명곡'과 '살림하는 남자들'로 익숙한 배우이기도 했다.

그런 민우혁은 '닥터 차정숙'을 만나 또 한 번 배우로서 전환점을 맞이했다. '닥터 차정숙'은 20년 차 가정주부에서 1년 차 레지던트가 된 차정숙의 찢어진 인생 봉합기를 그린 드라마로, 그간 뜨거운 인기를 이어왔다. 극 중 민우혁은 해외 입양아 출신의 외과의사 로이킴으로 등장, 남편의 불륜과 갖은 무시로 힘들어하던 경력 단절 주부 차정숙(엄정화 분)이 기댈 수 있는 판타지 같은 인물로 여심을 설레게 했다.

민우혁은 '닥터 차정숙'의 인기를 실감하냐는 질문에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인기를 실감하고 있다"고 털어놨다. 그는 드라마 경험이 많지 않았던 자신에게 기회를 준 김대진 감독에게 재차 고마운 마음을 전하면서도, 동네 주민들이 이전보다 자신을 연예인으로 알아봐준다는 변화를 전하는가 하면, "요즘은 아이돌 부럽지 않은 것 같다"고 너스레를 떨기도 했다. 그만큼 민우혁은 "모든 순간이 다 소중했고 좋았다"는 말로 작품을 향한 깊은 애정을 재차 표현했다. 야구선수에서 가수로, 또 뮤지컬 배우로, 그리고 '닥터 차정숙'의 주역으로 주목받기까지 노력해온 그의 지난 시간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N인터뷰】①에 이어>

-현재 소속사 대표인 아내 이세미의 반응은.

▶아내에게 가장 많이 묻는 질문이 '좋겠다, 로이랑 같이 살아서'라는 말이라는데, 아내는 '민우혁이 내 남편이지 로이가 내 남편이 아니다'라고 답변을 하더라.(웃음) 물론 제가 잘 돼서 너무나 기뻐한다. 늘 저를 자랑스러워 해줘서 그게 가장 큰 행복한 것 같다. 사실 가족에게 인정 받는 게 쉽지 않다. 극 중 인호(김병철 분)도 그렇게 완벽하게 보여도 자기 것들을 포장하면서 살아가지 않나. 가족들한테 인정받는다는 게 쉽지 않은 일인 것 같다. 반면 저는 그 누구도 부럽지 않게 가족에게 사랑 받고 인정 받는 남편인 것 같다.

-아내 이세미도 극 중 차정숙처럼 남편을 물심양면 내조를 해줬다.

▶'닥터 차정숙'이 이렇게까지 성공할 수 있는 이유를 생각해보니 결혼하고 아이를 낳고 육아를 하면서 경력이 단절된 주부가 많더라. 차정숙을 보면서 굉장히 공감해주실 것 같더라. 능력이 있지만 경력이 단절된 채 살아간다는 게 얼마나 힘든 일이고, 자기 경력을 살리기 위해 노력한다는 게 얼마나 큰 용기가 필요한지 그런 부분이 와닿았을 것 같다. 아내도 자신이 하던 일을 그만두고 남편을 위해 이렇게 헌신해줬다. 그런 모습을 보면서 감사한 마음이 있는 것 같다.

-실제 로이킴과 싱크로율은 얼마큼인가.

▶제 입으로 말하긴 그런데 상당히 많은 부분들이 비슷하긴 하다.(웃음) 운동도 굉장히 좋아해서 저도 스트레스를 음주가무보다는 운동으로 많이 푸는 것 같다. 주변에서도 '넌 참 건강하다'는 말씀을 많이 해주신다. 감독님께서 그런 면이 로이와 많이 비슷한 싱크로율을 갖고 있다 판단해서 캐스팅 하셨다고 하시더라. 하지만 자라온 환경이나 가족에 대한 결핍이 있는 면에 있어서는 다르다. 저는 굉장히 많은 사랑을 받고 자랐기 때문에 그런 결핍은 없다. 성격적인 부분도 로이가 굉장히 나이스한데, 저도 배우라는 직업을 하면서 사람이 하는 일이다 보니 어딜 가서든 최대한 나이스하려고 노력하는 부분들이 있다. 그런 부분들이 닮아있지 않나 한다.

-시청자들은 로이킴과 차정숙이 이어지길 응원하기도 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는 이어지는 게 조금 말이 안 되지 않았나 싶다. 이에 대해서도 여러 의견이 갈리는 것 같다. 저는 처음에 로이를 접했을 때 차정숙에 대한 마음이 사랑의 감정일지, 동정심의 감정일지 가족에 대한 결핍일지 고민을 했다. 그걸 표현해야 한다는 게 특이했다.

-배우로서는 어떻게 생각하고 연기했나.

▶로이는 어릴 때부터 고아였다. 물론 훌륭한 양부모님 밑에서 살았지만 가족에 대한 결핍이 있는 캐릭터다. 그러다 차정숙과 만나면서 차정숙이 가정에 성실하고 자식에게 진심을 다하는 모습을 보면서 '저게 진짜 부모의 모습이지' 했겠구나 하고 용기를 내서 부모를 찾으려 했고, 그런 모습을 보면서 한번도 느껴보지 못한 엄마의 마음을 간접적으로나마 정숙에게 느끼지 않았나 싶다. 그런 차정숙이 가족에게 인정 받지 못하고 무시와 멸시를 당하는 데 동정심을 느꼈을 것이고, 자신이 의지가 되고 싶은 마음이 컸을 것 같더라.

-오랜만의 드라마였는데, 무대 연기와는 어떤 다른 매력을 느꼈나.

▶아무래도 뮤지컬은 연기를 할 때 거의 모든 게 약속이다. 조명, 음악, 배우들간의 동선들이 다 약속인 셈이다. 두달이라는 시간동안에는 그 약속 안에서 최대한의 연기를 한다. 그에 비해서 드라마는 리허설 할 때도 배우가 하고 싶은대로 하거나, 감독님들이 배우들의 연기를 보고 구도를 잡기 때문에 조금 더 연기가 자유로운 것 같다.

-로이킴 연기를 위해 준비한 것이 있었나.

▶극 중 로이킴이 바이크를 탄다. 겨우 면허증을 따서 오토바이를 잘 타진 못하더라도 어느 정도는 탈 수 있어야 했다. 대역이 필요한 신이 있었는데 저와 비슷한 덩치의 대역이 없어서 제가 다 찍어야 했다. 가족들의 반대가 있었지만 드라마를 위해 바이크 면허를 따야 했다. 어릴 때부터 로망이 있었는데 감독님, 작가님께 감사드린다.(웃음)

-로이킴 역할 위한 디렉션은 뭐가 있었나.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은 '무조건 멋있어야 한다'였다. 감독님이 정말 스위트하신 분이신데 '컷! 오케이!'를 외치실 때 어떤 때는 '아련한 눈빛 때문에 오케이!' '너무 달달한 로이 오케이!' 그렇게 외쳐주시면서 현장에서 제 자존감이 높아지게 해주셨다. 촬영장 분위기가 정말 좋았고, 감독님 생각과 잘 맞았던 부분도 많았어서 제가 하고 싶은 건 다 했던 것 같다.

-'닥터 차정숙'으로 얻은 것은.

▶역시 작품이라는 게 배우들, 연출과의 호흡이구나 많이 느꼈다. 연기를 꽤 오래 해왔지만 제 연기만 하기 바빴다. 이번에는 좋은 선배를 만나서 상대방에게 많이 질문하고 생각도 들어보면서 이런 게 좋은 배우라는 관점이 바뀌게 됐다. 연기를 잘하고 집중해서 몰입해서 하는 것도 좋지만, 상대방과 호흡을 맞췄을 때 상대방 연기까지 끌어올릴 수 있는 배우가 좋은 배우라는 관점이 바뀌게 된 작품이었다.

<【N인터뷰】③에 계속> ※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