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 조르고 안마 시키고...구치소서 왕 노릇한 격투기 선수

입력 2023.06.04 13:43수정 2023.06.04 14:14
목 조르고 안마 시키고...구치소서 왕 노릇한 격투기 선수
© News1 DB /사진=뉴스1

[파이낸셜뉴스] 구치소에 수감된 이종격투기 선수가 다른 재소자들에게 위협을 가하고 수치스러운 행동을 시킨 혐의로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4일 법조계에 따르면 인천지법 형사14단독(이은주 판사)은 지난 2021년 인천구치소에 수감된 A(33)씨에게 징역 1년을 선고했다.

A씨는 같은 수용실을 쓰는 다른 재소자들에게 두려운 존재로 여겨졌다. 재소자들에게 자신이 구치소 수감 전에 이종격투기 선수로 활동한 사실을 자랑삼아 떠벌렸기 때문이다.

같은 해 3월 A씨는 동료 재소자인 B(29)씨와 C(25)씨에게 수치스러운 행동을 시켰다. 이들은 A씨의 지시에 따라 손으로 두 귀를 잡고 엎드린 상태에서 “귀뚤”이라며 귀뚜라미 울음소리를 내고, 바닥에 엎드린 채 성행위를 하는 듯한 자세도 잡아야 했다.

이들은 “하기 싫다”고 거부했으나, A씨가 때릴 듯 겁을 주며 위협해 2개월 넘게 매일 같은 행동을 반복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피해 재소자들은 또 A씨의 명령에 따라 서로 복부를 때리기도 했고, A씨가 ‘KCC’라는 이름으로 만든 운동클럽에 가입해 강제로 운동도 해야 했다.

두 사람은 A씨에게 폭행을 당하기도 했다. A씨는 “기분 좋게 기절시켜 주겠다”면서 다리로 B씨와 C의 목을 조르는 이른바 ‘초크’를 가했다.

또한 B씨는 구치소에 있던 2개월간 A씨의 전용 안마사이기도 했다. A씨가 “여기 와서 마사지 좀 해봐”라고 지시하면 20분 동안 A씨 몸 구석구석을 주물렀다.

검찰은 상해와 강요 등 혐의로 A씨를 재판에 넘겼다.

증인으로 재판정에 선 B씨는 “A씨가 무서워 요구대로 했다”면서 “구치소에서 우리를 보호해 주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고 증언했다.


그러나 A씨는 자신의 행동이 모두 장난이고 피해자들이 원해서 일어난 사건들이라고 혐의를 부인했다. 그는 “엎드리게 해서 시킨 행동은 장난이었고 서로 때리게 한 적은 없다”면서 “안마도 B씨가 스스로 했고, 기절시킨 적은 있지만 피해자들이 원했다”라고 주장했다.

이 판사는 “피해자들은 A씨가 범행할 당시 상황 등을 일관되게 진술했다”면서 “직접 경험하지 않고서는 알 수 없을 정도로 구체적이고, 진술의 신빙성을 의심할 만한 사정은 보이지 않는다”라고 판단했다.

moon@fnnews.com 문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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