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윤효정 기자 = '자연의 철학자들' 서울의 빌딩숲 한복판에서 농사를 짓는 도시농부의 이야기가 공개된다.
오는 2일 방송되는 KBS 1TV '자연의 철학자들'에는 자신의 집 옥상에서 텃밭을 가꾸는 도시농부 이창희씨의 일상이 그려진다
'화분 텃밭 수십 개가 무슨 농사야?'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그에게는 천 평 못지않은 농지이고 자기만의 작은 우주다. 그만큼 자신이 쏟은 정성과 이 텃밭에 담고자 한 철학에 자부심이 있기 때문. 그의 열댓 평 텃밭에서 자라는 작물 수는 무려 50여 가지. 상추, 부추, 미나리 같은 잎채소뿐 아니라 호박, 포도 등 덩굴 작물도 다양하다.
저마다의 작물이 가진 본성이 신기하고 아름다워 욕심을 내다보니 해마다 작물 수가 늘어났다. 이 가운데 80% 이상은 직접 씨앗을 발아시켜 키우고 있다. 자식 같은 작물들이니 탄생부터 함께하고 싶어서이고, 한편으로는 자리를 옮기는 데 따른 몸살을 덜어주기 위해서다.
이창희씨가 텃밭을 시작한 것은 6년 전. 금융 분야에서의 오랜 직장 생활에 지친 그는 자연에 대한 갈구가 컸다. 도시를 떠날 수 없는 현실적 한계를 고민한 끝에 역설적으로 남산이 있는 도심지역을 선택했다. 4층 옥상에 텃밭을 만들기 위해 그는 1층부터 4층까지 무거운 흙과 화분 등을 혼자 나르며 밭을 한 뼘 한 뼘 늘려왔다.
흘린 땀방울만큼, 텃밭에서 누리는 그의 행복은 크다. 가족들의 먹을거리를 상당 부분 자급자족할 수 있는 것은 물론, 다람쥐 쳇바퀴 돌 듯 살아가던 무미건조했던 나날들이 식물의 성장과 함께 매일 매일 새롭게 다가오기 시작했다. 도시를 마비시키는 비도 식물 성장을 돕는 고마운 단비가 됐다. 쉼 없이 비행하며 꽃가루를 모으는 꿀벌들을 통해서는 일개미처럼 살아가는 도시 직장인인 자신의 자화상을 만나며 위로를 받기도 한다.
텃밭은 부부 관계의 변화도 이끌었다. 직장 생활 내내 주말이면 자연을 찾아 산이며 들로 나돌던 남편을 이해할 수 없었던 아내 류경아씨. 항상 대화에 껄끄러움이 생기고, 소통이 잘되지 않아 답답했던 아내는 텃밭을 함께 가꾸며 비로소 남편을 이해하게 되었다. 남편과 함께 옥상 텃밭에 가는 일이 일상의 행복이 되었다.
화분 몇 개로 시작한 옥상 텃밭은 평범한 직장인이었던 그를 도시의 자연인으로 변모시켰다. 농사를 지으며 작물 하나하나의 특성을 알게 되자, 숲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한 뼘의 작은 농사로 시작해 큰 숲을 만나고, 다시 큰 숲의 다양한 생태계를 자신의 옥상 텃밭에 담아보려 애쓰는 도시농부. 그가 자기만의 작은 우주 속에서 누리는 행복을 만나보고, 이를 통해 도심 속 자투리땅의 가치를 다시 한번 생각해 보는 계기를 갖고자 한다.
2일 저녁 7시40분 방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