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문이 열린채 착륙한 아시아나항공 여객기에서 한 여성승무원이 온 몸으로 문을 막은채 안전조치를 하는 사진이 뒤늦게 공개됐다. 여성 승무원들이 겁에 질려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는 일부 논란과 다른 모습이다.
29일 대구국제공항 등에 따르면 사고가 난 항공기 내에서 여성승무원이 활짝 열린 비상문 앞에서 안전바를 설치하고 온 몸으로 막고 있는 사진이 공개됐다. 이 사진은 사고 항공기가 착륙한 직후에 공항 내에서 찍힌 것으로 보인다.
앞서 지난 26일 오후 대구공항에 착륙하던 제주공항발 아시아나 항공기는 한 30대 남성이 비상출입문을 상공 약 213m(700피트)에서 열면서 '공포 착륙'을 해야 했다. 이와관련 한 탑승객은 지역 공중파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여성승무원들이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못했다고 밝혀 논란이 된 바 있다.
사고가 난 아시아나 8124편에 탑승했던 남성 B씨는 "(승무원의) 조치가 없었다"면서 "나는 '비상문 안 닫으면 착륙이 어렵겠구나. 나라도 가서 (문을) 닫아야 되나' 그런 판단을 하고 있었다. 그때 승무원 얼굴을 봤는데 완전히 겁에 질려서 가만히 앉아있더라. 그냥 자포자기 상태였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우리 쪽은 완전 비명 지르고 난리였다. 무사히 착륙했을 때는 막 박수치고 기도하고 그랬다. 완전히 재난 영화였다"고 덧붙였다.
사고가 난 비행기의 비상문 맞은 편에는 승무원 좌석이 없어서 신속한 제어가 어려웠다. 아시아나항공은 앞으로 해당 기종의 비상문 바로 옆 좌석을 뒤늦게 판매하지 않기로 했다.
비상 출입문을 연 이모(33)씨는 지난 28일 구속됐다. 대구지법 조정환 부장판사는 1시간여 동안 이씨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진행한 뒤 구속영장을 즉각 발부했다.법원은 이씨의 범행이 중하고 도주 우려가 있는 점 등을 고려해 신속하게 구속했다.
심사를 마친 후 법정을 나온 이씨는 취재진에게 "죄송하다"는 말을 반복했다. 이씨는 이날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기 전 '계획하고 문을 열었는지', '뛰어내릴 생각이었는지' 등 취재진 질문에 "빨리 내리고 싶었다"라고 답했다.
당시 비행기에는 울산에서 열리는 전국소년체육대회에 참가하는 초·중등생을 포함한 선수단 65명도 타고 있었다.
이 중 육상 선수단의 선수 8명과 지도자 1명 등 총 9명이 메스꺼움과 구토, 손발 떨림 등을 호소해 병원에서 치료받았다. 경찰은 착륙 당시 이씨를 제압했던 승무원과 승객 등을 불러 조사할 계획이다.
rainman@fnnews.com 김경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