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윤효정 기자 =
"저는 될 때까지 묵묵하게 하는 사람이죠."
배우 홍종현의 '레이스'는 계속 되고 있다.
홍종현은 지난 10일 공개된 디즈니+(플러스) 드라마 '레이스'(극본 김루리/연출 이동윤)에서 대기업 홍보팀 에이스 류재민으로 분해 시청자와 만나고 있다. 오피스 드라마인 '레이스'는 홍보업계를 배경으로 리얼한 직장인의 모습을 그린다. 홍종현은 워라밸을 중요하게 생각하지만 그럼에도 일이 우선순위인 K직장인을 연기, 공감과 몰입을 높였다.
2007년 모델로 출발해 2009년 '맨땅에 헤딩'을 통해 배우로 데뷔한 홍종현. 훤칠한 비주얼로 트렌디한 장르의 드라마에서 활약했던 그는 '레이스'를 통해 평범한 인물과 공감이 되는 이야기를 그려보고 싶은 바람을 이뤘다. 잔잔한 흐름에 자연스럽게 녹아들면서도 더 진솔한 감정을 표현하며, 배우로서 또 다른 매력을 보여주고 있다.
-'레이스'에 출연하며 가장 신경을 쓰면서 연기한 점은.
▶오피스드라마이고 어떻게 보면 잔잔하게 보일 수도 있는데, 보시는 분들이 많이 공감하실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편한 모습, 자연스러운 모습을 보여드려야겠다고 생각했다. 다른 드라마에서는 사건, 사고, 반전을 중점적으로 생각했다면 이번에는 홍보실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니까 자연스럽게 어우러진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캐릭터 설정에 맞게 회사 안에서 일을 할 때 모습이나 친구들과 사석에서 만났을 때 모습에 차이를 두고 싶었다. 그리고 후반부에 나올 재민의 변화가 보이는 것도 신경을 썼다.
-직장 생활 경험은 없는데, 어떻게 준비했나.
▶회사생활 경험은 없지만 사람 사는 건 비슷한 점이 있더라. 혼자 상상도 하고 관련된 것들을 찾아보면서 내린 결론이 그 안에 되게 다양한 인간 군상이 나오고 다양한 직책이 모여서 홍보실을 꾸린다는 것이다. 그들이 하나하나 튀는 게 아니라 어우러지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나 개인적으로는 예전에 독특한 캐릭터를 좋아했지만 지금은 잘 묻어나는 인물을 연기하고 싶었다.
-평범한 캐릭터에 대한 욕심이 있었나.
▶경험이 없다 보니까 해보고 싶었다. 그런 캐릭터가 공감을 불러 일으키기에도 좋은 인물이지 않나. '레이스'는 대본 자체가 재미있었다. 어디에나 있을 수 있는, 회사 안에서 일어날 법한 일들로 구성이 되어 있다. 다양한 캐릭터가 나온다. 잔잔하게 흐르는 이야기에 인물들이 얽히고 설키는 점이 재미있게 나왔다. 윤조가 고난과 역경을 헤치고 앞으로 나아가면서 친구로서 동료로서 서로를 지켜주는 모습이 성숙해보였다.
-직장 생활을 간접 경험해보니 어떤가.
▶쉽지 않더라. 나는 규칙적으로 생활하는 직업은 아니지 않나. 각각 장단점이 있다. (배우는) 바쁠 때는 정말 눈코 뜰 새 없이 바쁘기도 하고, 그러다 나만의 시간이 주어지면 반대도 된다. 이제는 이런 생활에 익숙해져 있어서 그런지, 직장생활을 해본 적이 없어서 그런지 매일 똑같은 일을 정해진 시간 안에 해낸다는 게 결코 쉽지 않겠다는 생각을 했다.
-재민은 상사에게 할말은 다 하는 캐릭터인데, 실제 홍종현은 어떤가.
▶불합리한 일을 당해본 적이 거의 없다. 내가 인간적으로도 가깝다고 생각하는 상사면 이야기 할 것 같다. 재민이처럼 사람이 많은 곳에서 대들지는 못하고, 그래도 이야기는 해볼 수 있지 않을까.
-MZ, 기성세대 갈등 에피소드도 나오는데.
▶이 드라마 찍으면서 소위 말하는 '요즘 세대' 특징이 나오는데 '이렇다고?' 하는 것도 있었다. 가장 좀 공감이 어려웠던 점이 전화를 안 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한다. 통화를 싫어해서 전화는 안 받고 메시지로 답한다고 하더라. 그런 이야기를 처음 알았다. 신기했다.
-재민이 같은 후배가 들어오면 어떨까.
▶(후배보다) 내 성격이 중요할 것 같다. 워라밸을 중요시하는 것에 대해 뭐라고 할 것은 아닌 것 같다. 각자의 선택이니까 그렇다. 사적인 시간에 일을 끌어들이지 않는 걸로 뭐라고 할 수는 없는 것이다. 하지만 일적인 면에서 제대로 최선을 다하지 않는다면 그건 문제가 되지 않을까.
-일은 못하고 성격이 좋은 사람, 일은 잘하는데 성격이 나쁜 사람 중에서 더 잘 맞는 사람은.
▶상사라면 일을 잘하고 내게 독설을 해도 된다. 그게 내게도 더 발전이 되는 일일 것 같다. 부하 직원이라면 일을 잘하고 못하고는 상관 없을 것 같다.
-현장에서 홍종현은 어떤 선후배인가.
▶중간 위치의 연차다. 보통 선배들이 이끌어주시고 저는 따라가는 편이다. 나의 경우는 선배님들이 촬영 후에 맥주 한 잔 하자든지 그렇게 말씀해주시면 너무 좋다 . 내가 누군가에게 권했을 때 상대방이 거절해도 기분 나쁘거나 그렇지는 않을 것 같다.
-배우로서 더 여유가 생긴 것 같다.
▶이제 달리기 시작했다고 생각한다. 에전에는 빨리 가고 싶은 마음이었는데 지금은 즐기면서 오래 오래 가고 싶은 마음이다. (배우로서) 절반 정도 왔으려나? 아직 그 정도는 못 지나지 않았나 싶다.
-에이스 재민처럼, 홍종현에게도 이것만큼은 내가 에이스다 라고 할 수 있는 점이 있다면
▶될 때까지 묵묵히 하는 성격이다. 그게 내 장점이라면 장점이지 않을까 싶다.
-군 전역 후 티빙 '개미가 타고 있어요'에 이어 디즈니+ '레이스' 등 OTT 플랫폼 시리즈를 경험했는데.
▶OTT 만의 특징이라기보다 군복무 전후로 환경이 많이 바뀌었다고 느낀다. 방영 전에 촬영을 끝내니까 극의 정보를 더 많이 알고 시작할 수 있는 점이 특징이다. 시간도 더 잘 조율할 수 있게 된 것 같다. 지금은 OTT 드라마만 해봐서 다른 플랫폼과 비교하기는 어렵지만 전반적으로는 비슷한 분위기이지 않을까 싶다.
-배우로서 직업관은 어떤가.
▶가만히 생각해보니 나 혼자 할 수 있는 일은 아무 것도 없더라. 다른 일도 마찬가지겠지만 이 일은 특히 그렇다. 어릴 때는 일을 더 하고 싶어 하거나 잠깐의 시간이 나면 다른 작품도 촬영하고 싶어서 욕심도 부렸다. 지금은 작품이 정해져서 촬영을 하면 그 안에서 함께 한다는 생각이 든다. 나 혼자 할 수 있는 게 없다는 걸 알게 돼서 마음이 편해진달까, 그런 편이다. 현장에서도 소통을 더 많이 하게 된다. 작품을 함께 만든다는 느김을 느낀다.
-군 공백의 영향도 있을까.
▶쉬지 않고 일을 하다가 아무 것도 안하고 내 시간을 보내는 시간이 생긴 것이 아닌가. 타지에서 지내다 보니까 평소에 안 하던 생각도 하게 되고, 조금이나마 나름 열심히 살려고 했다. 규칙적으로 생활하려고 했다. 그동안 건강하지 못한 생활을 하다가 군대에 가니까 몸도 건강해지고 체력도 좋아지더라. 물론 전역 후 다시 촬영을 시작하면서 예전 생활로 돌아갔지.(웃음)
-이번 작품을 하면서 느낀 점은.
▶이런 연기가 처음이다. 결과물을 보면서 나도 처음 보는 내 모습이니까 주변에서 해주는 이야기도 많이 달라졌다. '이런 모습 처음 보는데 편해보이고 좋더라'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좋았다.
-앞으로 '레이스' 관전포인트는.
▶윤조를 보면서 재민이도 변화를 겪는다. 자극도 받고 성장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