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칸=뉴스1) 고승아 기자 = 피아니스트 겸 배우 유선희(40)가 이탈리아 거장 감독 난니 모레티(Nanni Moretti)의 새 영화이자 제76회 칸 국제영화제 경쟁 부문 초청작인 영화 '어 브라이터 투모로우'(Il Sol Dell'Avvenire, A brighter Tomorrow)를 통해 생애 처음으로 칸을 찾았다.
한국에서 태어나 이탈리아로 유학을 떠난 뒤, 피아니스트로 활동해온 유선희는 연기를 배워본 적 없이, 우연한 제안으로 '어 브라이터 투모로우'를 만나 연기의 길로 들어섰다. 한국인으로선 최초로 이탈리아 영화에 출연한 것이기도 하다.
유선희는 25일 오후(현지시간) 프랑스 남부 칸 팔레 데 페스티벌에서 '어 브라이터 투모로우'의 공식상영과 기자회견 일정을 마치고 뉴스1과 만났다.
칸에서 공식상영을 마친 유선희는 "영화는 이탈리아에서 3번 정도 보고 왔다는데, 관객들의 반응이 이탈리아에서보다 훨씬 더 좋더라"며 "이탈리아보다 더 많이 웃고, 영화가 끝나고 기립박수도 10분 넘게 이어져서 배우들 모두 정말 감동을 받았다"고 소회를 전했다.
난니 모레티와의 만남에 대해 묻자, "배우를 하는 아는 친구가 자신이 속해 있는 에이전시에서 아시아 계통의 배우를 찾는다고 권유를 해줬고, 저는 아무 생각 없이 '그냥 뭐 한번 해보자'고 했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처음 오디션 제안온 게 난니 모레티 감독님의 작품이었고 오디션을 봤다, 에이전시를 통해서 감독님께서 저를 좋아한다고 전해 들었는데 그 후에 한 달 동안 소식이 없었다며 "알고 보니 계속 캐스팅 오디션을 보셨고, 그러다가 결국 제가 발탁이 된 거였다, 작년 3월 크랭크인 때 저도 시작해서, 마지막 촬영 날인 그해 6월에 저도 같이 끝났다"라고 회상했다.
'어 브라이터 투모로우'는 난니모레티가 연출과 주연을 맡았으며, 영화는 1950년대 정치 영화 촬영을 앒둔 감독의 이야기를 담았다. 유선희는 극중 한국인 통역사 역할을 맡아 성공적인 데뷔를 알렸다.
"모레티 감독님이 굉장히 까다롭고 원하는 게 많기로 유명하다. 그래서 마음을 단단히 준비하라고 가라고 들었는데 아무 생각 없이 갔다. 다행히 제가 클래식 음악을 했어서, 클래식은 늘 완벽을 추구하고 굉장히 연습도 많이 해왔던 분야였기 때문에 감독님이 여러 지시를 하고 바꾸는 게 많았어도 다 괜찮았다. 감독님도 만족하셨고, 신을 찍고 나서 이탈리아어로 '브라보 선'이라고 정말 잘했다고 칭찬해줬는데 그럴 때마다 감사했다."
모레티 감독의 영화로 배우 데뷔를 알린 유선희는 올해 초 이탈리아 영화에서 악역으로 분해 촬영을 마쳤고, 현재 이탈리아에서 넷플릭스 드라마를 촬영하며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그는 "처음엔 기회가 주어져서 하기 됐는데 오디션 제안이 계속 들어와서 도전을 하고 있다"며 "제가 이탈리아에 오래 살았지만 뿌리는 한국인이기 때문에 제 정체성에 대해 많이 생각하고 있다, 그래서 뭔가 인생의 숙제처럼 두 가지의 완전히 다른 세계를 넘나 들면서 나만의 균형을 찾아가는 게 나의 길이라 생각하고 그러다 보니 배우의 기회가 왔을 때도 한번 해보자고 생각한 거고, 병행해 나가려고 한다"고 밝혔다.
한국 관객에게 어떤 모습을 보여주고 싶냐는 질문에 "우선 한국인으로서 설 수 있다는 것에 대해 굉장히 자부심을 느끼고 감사하게 생각한다"라며 "제가 조금이나마 한국을 알릴 수 있는 기회가 생겼고, 또 한국이 K-팝, K-드라마, K-영화까지 여러 면에서 많이 알려지지 않았나, 그래서 제가 티끌이지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된다면 영광이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저도 이탈리아 살면서 한국 드라마와 한국 영화를 많이 보고 있다. 송중기가 나온 드라마 '빈센조'를 이탈리아에서 많이 봤는데, (칸에 와서) 반갑더라"며 "특히 한국 영화는 칸에 자주 초청되는 걸 보면 한국인으로서 정말 좋고 자랑스럽다"며 미소 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