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릉 급발진 의심사고 할머니 "저만 살아남아서.. 죄인"
춘천지방법원 강릉지원 민사2부는 지난 23일 급발진 의심 사고 차량 운전자 A씨와 가족들이 제조사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의 첫 변론기일을 진행했다.
앞서 유족들은 “자동차의 결함으로 발생한 급발진 사고였다”라며 지난 1월 10일 민사소송을 제기했고 사고 차량 제조사인 쌍용자동차 측에 손해배상액 7억6000만 원을 청구했다.
이날 법정에 선 A씨는 "사랑하는 손자를 잃고 저만 살아남아서 미안하고 가슴이 미어진다"라며 "제 과실로 사고를 냈다는 누명을 쓰고는 죄책감에 살아갈 수 없다"라며 급발진 사고라고 주장했다.
이어 "저는 죄인입니다. 손자가 살았어야 했는데…"라며 목이 메어 말을 잇지 못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이날 재판에서 원고 측은 이번 사고가 차량의 결함으로 인한 급발진 사고라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원고 측 소송대리를 맡은 하종선 변호사는 “이 사건은 급발진의 전형적인 4가지 요소를 지니고 있다. ‘웽’하는 굉음과 머플러(소음기)에서 흘러나온 액체, 도로상 타이어 자국과 흰 연기가 있고, 블랙박스 동영상에는 차량의 결함이 있음을 나타내는 운전자의 생생한 음성들이 녹음돼 있다”라며 “약 30초 가량 가속 페달 오조작 가능성에 대해서는 인체공학적 분석과 경험칙에 반한다”라고 설명했다.
제조사측 "국과수 감정결과 확인뒤 반박하겠다"
피고 측 소송대리인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의 감정 결과를 확인한 뒤 상세히 반박하겠다'라는 뜻을 전하며 "사건을 맡은 지 얼마 되지 않아 구체적인 서면을 준비 중이다. 최대한 신속히 제출하겠다"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소장을 1월에 접수한 점과 3월에 변론기일을 통지했던 점을 들어 "피고가 신속히 대응하지 않은 측면이 있어 이로 인한 불이익은 감수해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한편 해당 사고는 지난해 12월 6일 오후 4시쯤 강릉 홍제동의 한 도로에서 발생했다. A씨가 몰던 SUV 승용차가 도로 옆 지하통로에 빠지면서 손자가 목숨을 잃었다. 이 사고로 A씨는 교통사고처리 특례법상 치사혐의로 입건돼 지난 3월 경찰조사를 받았다.
yuhyun12@fnnews.com 조유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