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진 카카오TV 예능·드라마…2년만 초라한 퇴장

입력 2023.05.21 09:22수정 2023.05.21 09:22
[초점]사라진 카카오TV 예능·드라마…2년만 초라한 퇴장
(출처=뉴시스/NEWSIS)

[서울=뉴시스] 최지윤 기자 = 카카오TV 예능·드라마를 더 이상 볼 수 없게 됐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지난달 카카오TV 유료콘텐츠 제작·서비스를 중단했다. 이미 지난해부터 사업을 접는다는 얘기가 공공연하게 들려왔는데, 2020년 9월 카카오TV 오리지널 채널 론칭 후 2년6개월 만에 초라하게 퇴장했다. 그동안 선보인 드라마 총 21편 중 박하선 주연 '며느라기'를 제외하면 성과를 낸 작품은 손에 꼽기 힘들다. 더욱이 세 작품은 촬영을 마친 지 오래지만, 공개를 하지 못해 난감한 모양새다.

카카오엔터는 올해 1월 버추얼 걸그룹 오디션 '소녀 리버스'를 카카오페이지와 유튜브를 통해 공개했다. 유재석의 '플레이유' 시즌1(2022)은 카카오TV로 내보냈지만, 시즌2 격인 '플레이유 레벨업'은 카카오페이지와 유튜브, 티빙에서 선보이고 있다. 지난해 '며느라기2'와 '결혼백서' '어쩌다 전원일기' 방송 후 새 드라마도 내놓지 않았다. 최지우 주연 '소름'은 소리 소문없이 영화 '뉴노멀'로 바꿔 개봉을 앞두고 있다. 2021년 캐스팅 소식이 전해진 후 2년 여 만이다. 최지우의 결혼·출산 후 복귀작이자,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별'(2017) 이후 6년 만에 출연한 작품이다. 그나마 '곤지암'(2018) 정범식 감독이 연출해 영화로 방향을 틀 수 있었다.

'빌린 몸'과 '아쿠아맨' '청와대 사람들' 등 총 세 편은 아직까지 방송 채널·날짜가 정해지지 않았다. 빌린 몸과 아쿠아맨은 각각 남윤수와 그룹 '펜타곤' 홍석이 주연을 맡아 10~20대 시청층을 이끌 수 있는 게 장점이지만, 웹드라마 성격이 강해 지상파·케이블채널에 편성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한 관계자는 "내부에서 카카오TV 유료콘텐츠 사업을 접기로 결정한 지 오래"라며 "이미 제작한 작품은 손해 보고 헐값에 팔 수는 없으니 계속 공개 여부가 미뤄지고 있는 것"이라고 귀띔했다.

청와대 사람들도 상황이 좋지 않다. 청와대를 배경으로 한 정치 풍자 시트콤으로 차인표가 대통령 '고한표'를 연기했다. 지난해 5월 공개할 계획이었지만, 윤석열 대통령이 청와대를 떠나 용산에 집무실을 마련하면서 난감한 상황에 놓였다. 다른 OTT 채널 등과도 편성을 논의했는데, 방송이 여의치 않다는 전언이다. 다른 관계자는 "청와대 사람들은 공개가 쉽지 않아 보인다"면서 "배우들이 출연료를 다 받았지만, 고생해서 촬영한 결과물을 대중에게 공개하지 못해 속상할 것"이라고 했다.

업계에선 카카오TV 오리지널 콘텐츠 사업 중단은 '예상된 결과'라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카카오TV 오리지널 콘텐츠만의 정체성과 차별점을 갖추지 못했기 때문이다. 기존 지상파·케이블채널과 웹드라마 중간 성격을 띠었고, 넷플릭스, 디즈니+ 등 막대한 자본을 투입한 OTT 작품과 경쟁에서도 밀렸다. 스스로 '미드폼 특화 OTT로 자리 잡았다'고 자평했지만, 틱톡을 시작으로 인스타그램 릴스, 유튜브 쇼츠까지 1분 이내 숏폼 콘텐츠 인기가 높아지면서 입지는 더욱 흔들렸다. OTT 플랫폼으로서 한계도 꾸준히 지적됐다. 카카오TV는 콘텐츠를 회차별로 공개했으며, 일주일까지 무료로 이용 가능했다. 이후 유료로 전환, 회당 500원씩 결제해야 해 이용자 입장에서 번거로울 수밖에 없었다.

카카오TV는 펀&웹툰, 연예, 추천·인기 오늘의 숏 영상 등 무료 숏폼 콘텐츠만 제공하고 있다. 오리지널 콘텐츠 서비스를 종료해 이용자가 줄고 있는 만큼, 카카오TV 채널 자체가 사라질 가능성도 없지 않다. 카카오엔터는 올해 1월 해외 유수의 국부펀드로부터 약 1조2000억원을 유치 받은 상태다.
자사 웹툰·웹소설 지적재산권(IP)을 활용해 해외시장 문을 두드릴 계획이다. 또 다른 관계자는 "쿠팡이 OTT 쿠팡플레이를 출범하며 세계 1위 전자상거래기업 아마존처럼 이커머스와 콘텐츠를 연계, 시장 지배력을 높이려고 했지만 녹록지 않았다"며 "카카오TV 콘텐츠도 처음에는 국내 최대 메신저 서비스인 카카오와 시너지 효과를 내는 듯 보였지만, 결국 여러가지 한계를 드러냈다. 다른 채널 힘을 빌려 콘텐츠를 선보이는 게 효율적이라고 판단했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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