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노 강사 무릎 꿇리고 동영상 찍은 학부모의 충격적 만행

입력 2023.05.15 10:17수정 2023.05.15 13:06
피아노 강사 무릎 꿇리고 동영상 찍은 학부모의 충격적 만행
(온라인 커뮤니티 갈무리) /사진=뉴스1
[파이낸셜뉴스] 한 학부모가 자신의 8세 딸을 혼낸 피아노 강사의 무릎을 꿇리고 그 모습을 동영상으로 촬영했다는 폭로가 나왔다.

지방의 한 피아노 교습소 강사 A씨는 지난 14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학생에 대한 저의 대처에 화가 난 학부모가 교습소에 찾아와 3시간 넘게 무릎 꿇고 빌라며 소리 지르고 가셨다"라고 주장하며 학부모와 자신의 대화 내용이 일부 담긴 녹취록을 공개했다.

A씨에 따르면 사건은 지난 4일 발생했다. A씨의 학원에서 피아노 수업을 받던 B양은 이날 수업 도중 "하기 싫어"라며 피아노 연습을 거부하고 교재를 던졌다. 이에 A씨가 "연습실로 들어가"라고 소리쳤다.

B양은 울먹거리며 연습실로 들어갔고, A씨는 따라 들어가 달랬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후 B양이 연필로 피아노 건반에 낙서하기 시작했다. 이에 A씨는 "이게 지금 뭐 하는 거야"라며 재차 언성을 높였다. B양은 다시 울기 시작했다. A씨는 우는 학생을 다시 달랜 뒤 하원시켰고, 학부모에게 당시 상황을 설명하는 메시지를 보냈다. 이때 학부모가 전화 통화로 "피아노 건반 까진 곳은 없냐. 배상해야 할 부분 있으면 하겠다"라고 사과해 A씨는 상황이 마무리된 줄 알았다고 전했다.

하지만 며칠 뒤 B양의 학부모는 딸을 학원에 그만 보내겠다고 알렸고, A씨는 메시지로 레슨비와 교재비에 대해 안내했다. 그러자 학부모가 돌연 교습소에 찾아와 "어이가 없다. 친구랑 연락하는 것도 아니고 누가 학부모한테 이런 식으로 메시지를 보내냐"라고 따졌다.

피아노 강사 무릎 꿇리고 동영상 찍은 학부모의 충격적 만행
(온라인 커뮤니티 갈무리) /사진=뉴스1
이에 A씨가 "기분 나쁘셨으면 죄송하다"고 사과했지만 학부모는 "(딸이 혼난 당일) 당신이 소리 지른 건 왜 얘기 안 하고 내 딸만 잘못된 것처럼 얘기하냐"라며 "당신 때문에 우리 애가 트라우마 생겼다. 애 자존심 상하게 왜 다른 애들 다 있는 데서 뭐라고 하느냐. 밖에 나가서 따로 얘기했어야지"라며 무릎 꿇고 사과하라고 요구했다.

이에 발끈한 A씨는 "제가 무릎을 왜 꿇어요? 어머니는 집에서 훈육 안 하세요?"라고 맞받아쳤고 "녹음하고 있으니 말씀 조심해달라"고 말했다. 학부모는 A씨의 휴대전화를 빼앗으려 몸을 밀쳐 넘어뜨렸고, 계속해서 소리 질렀다는 게 A씨의 주장이다.

다른 피아노 강사들의 만류로 A씨와 학부모 간 몸싸움은 그쳤지만 학부모는 아이를 불러와 직접 사과하게 했고, A씨와 학생은 울면서 사과를 주고받았다. 하지만 학부모는 "둘이 있을 땐 또박또박 말대답을 하더니 주변 사람들이 오니 나를 나쁜 사람처럼 보이게 하려고 우는 척한다"라고 비난한 뒤 "당장 무릎 꿇고 사과해. 나한테도 무릎 꿇고 빌고 내 딸에게도 무릎 꿇고 사과해"라고 소리쳤다.

이어 학부모는 "너는 을이야. 내가 갑이고. 나는 학부모야. 너는 내가 뭐라고 하든 가만히 있어야 해. 너는 네 엄마, 아빠가 뭐라고 해도 대드는 스타일"이라고 모욕적인 언사도 이어갔다고 한다.

결국 A씨가 무릎을 꿇자 학부모는 그런 A씨의 모습을 동영상으로 촬영하며 "행동 똑바로 해라. 내가 어떤 사람인지 알겠냐? 부모한테 배우려면 제대로 배우고 와라"라고 말했다.

이후 A씨 아버지도 나서서 직접 학부모에게 전화해 사과드렸음에도 학부모는 "지가 잘못했는데 감히 어디서… 우리 아이 정신 상담센터 다니게 해서 비용 청구하겠다. 소송할 테니 알고 있어라"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학부모가 말하는 제 잘못은 일이 일어났던 당시에 전화로 설명하지 않고 메시지를 보낸 점, 그만두겠다고 메시지 보낸 어머니께 친구처럼 메시지 보낸 점, 학원에 찾아오신 어머니께 인사 안 하고 바로 (아이의) 교재를 찾으러 간 점, 어머니는 훈육 안 하시냐는 말, 아이에게 소리 지르고 다른 사람들 앞에서 자존심 상하게 한 점"이라고 정리했다.

이어 "어머니께서 원하시는 대로 다 해드렸는데도 소송까지 걸겠다고 하니 분노나 수치심을 넘어 이제는 두렵다"면서 "정말 제가 아동학대로 소송당할 만한 일을 한 건지 억울하고 괴롭다. 제 대처가 그렇게까지 잘못된 거냐"고 토로했다.

jhpark@fnnews.com 박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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