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기를 축복해달라며’ 프란치스코 교황에게 반려견을 내민 여성. 교황은 참지 못하고 해당 여성을 질책했다. ‘많은 아이들이 굶주리고 있는데 나에게 작은 개를 데려왔다’는 이유에서였다.
12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 교황청 관영 매체 ‘바티칸 뉴스’ 등의 보도에 따르면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날 이탈리아 로마에서 열린 한 회의에서 이러한 경험을 소개했다.
교황에 따르면 그는 2주 전 바티칸시국의 일반알현에서 한 여성을 만났다. 교황은 “나는 그 여성을 맞이했고 그는 가방을 열며 ‘내 아기를 축복해 주세요’라고 했다. 그건 작은 개였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교황은 “나는 참지 못하고 그 여성을 나무랐다”라며 “많은 어린이가 굶주리는데 나에게 작은 개를 가져왔느냐고 얘기했다”라고 털어놨다.
교황의 이러한 발언은 선진국을 중심으로 경제적 부담으로 인한 출산기피 현상이 확산하는 현실을 경고하는 와중에 나온 것이다. 앞서 교황은 지난해 1월 일반알현 행사에서도 “요즘 사람들이 아이를 갖지 않거나 한 명만 갖기를 원하면서도 개와 고양이는 두 마리씩 키운다”라며 “이는 이기주의의 한 형태”라고 말한 바 있다.
이날 회의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탈리아가 ‘인구통계학적 겨울’에 처했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교황은 “아이들의 탄생은 희망을 측정하는 주요 지표다. 태어나는 아이가 적으면 희망이 거의 없다”라며 생활비와 부족한 보육 여건, 집세 상승 등 문제 때문에 많은 남녀가 아이 갖기를 포기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관련 소식을 접한 서방 누리꾼들은 교황의 입장에 대해 반발하기도 했다. 한 누리꾼은 “교황은 수많은 여성들이 자신의 삶, 야망, 미래 소득을 모두 포기하고 교황이 원하는 것을 하기만을 바란다. 교황은 이런 것을 포기하는 것을 꿈도 꾸지 않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또다른 누리꾼은 “교황이 도대체 언제 은퇴하는 것이냐? 그는 진보적이지 않고 이전 다른 교황들처럼 보수적이기만 하다”라고 꼬집었다.
아이를 낳지 않는 것이 집값 상승 등 구조적인 문제 때문이라는 지적도 있었다. 한 누리꾼은 “교황은 절대 지주들에게 집값을 내리거나 회사들에게 임금을 올리라고 말하지 않을 것이다. 대신 그는 이민자들이 자국민들을 대체하기만을 원하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sanghoon3197@fnnews.com 박상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