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촌놈' 찐노동이 준 뜻밖의 재미…아쉬운 건 시청률뿐

입력 2023.05.13 08:01수정 2023.05.13 08:00
'부산촌놈' 찐노동이 준 뜻밖의 재미…아쉬운 건 시청률뿐 [N초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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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촌놈' 찐노동이 준 뜻밖의 재미…아쉬운 건 시청률뿐 [N초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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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장아름 기자 = tvN '부산촌놈 in 시드니'(이하 '부산촌놈')가 뜻밖의 재미와 공감으로 호평을 끌어내고 있다. 지난 4월23일 첫 방송을 시작한 '부산촌놈'은 시드니에서 벌어지는 부산 사나이들의 국내 최초 워킹 홀리데이 버라이어티로 '부산 출신의 배우 허성태와 이시언, 안보현 그리고 여행 유튜버 곽튜브가 출연한다.

스타들이 해외에서 촬영한 예능은 그 변별력을 가늠하기 어려울 정도로 과도하게 제작되고 방송 중이라는 비판과 직면해 있다. '부산촌놈'이 방송 중인 tvN에서만 해도 최근 종영한 '서진이네'를 비롯해 '텐트 밖은 유럽' '아주 사적인 동남아' '장사천재 백사장' 등을 해외 각지에서 촬영했다.

해외 촬영 예능이 넘쳐나는 흐름 속에서 시청자들을 사로잡을 수 있는 비결은 오히려 작은 차이에서 비롯되기도 한다. '부산촌놈'은 타 예능에서 보기 어려운 조합을 위해 '부산 사나이'들로만 출연진을 구성했고, 이들이 호주 현지에서 노동을 하는 과정으로 재미와 볼거리를 차별화했다.

'부산촌놈'이 보여주는 장면들은 타지에서의 환경이 전혀 익숙하지 않은 출연진의 고군분투다. 허성태는 출근 첫날부터 지각을 피하고자 조금도 쉴 틈 없이 카페를 향해 내달리고, 그곳에서 마주한 낯선 상황들에 어쩔 줄 몰라 하며 눈치를 보는가 하면 연신 동공이 흔들리는 모습으로 시청자들의 공감을 자아냈다. 현지 직원이 "뭐라도 하라"고 재촉하지만, 뭘 해야 할지 몰라 난감해하는 모습부터 주문을 받는 과정서 언어 장벽에 부딪히는 모습까지, 연예인들은 예능으로 돈도 벌고 해외도 가서 좋겠다는 시청자들의 부러움을 날릴 만큼 리얼한 노동기로 시선을 사로잡았다.

이시언은 한국인이 사장인 청소 업체와 케밥 집에서 노동을 시작했다. 그는 여기저기 기름때가 가득한 레스토랑에 '멘붕'이 온 것도 잠시, 숨 돌릴 틈 없이 청소에 매진했다. 이후 이시언은 파리알이 넘쳐나는 쓰레기장 청소에도 나섰다. 그 과정에서 이시언은 뜻밖의 일머리를 보여주는가 하면, 비위가 좋지 않은 환경에서의 성실한 모습으로 또 한 번 새로운 모습을 마주하게 했다. 또한 안보현과 곽튜브는 중국인들이 일하는 농장에서 청경채와 근대, 오이 수확 노동을 시작하지만 능숙한 일꾼들과 달리 일에 서툰 모습으로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곽튜브는 세계 어디서든 소통이 통하는 유튜버로 활약해 왔지만, 영어를 전혀 하지 못하는 중국인과 짝을 이뤄 몸짓으로 점차 호흡을 맞춰가는 모습도 보여줬다.

제작진이 포착한 건 호주의 낭만이 아니다. 이들이 호주에서의 여행을 즐기기 위해 돈을 벌어야 하는 과정에서, 노동에서 오는 고생과 관계에서 비롯된 다양한 상황들을 포착했다. 여타 해외여행 예능보다 더 공감할 수 있고 출연진이 보다 친근하고 가깝게 느껴지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시청자들 역시도 "아르바이트 첫 출근 생각난다" "아르바이트 첫날 PTSD 온다" "리얼한 워킹 홀리데이 간접 체험" 등의 댓글로 '부산촌놈'에 깊이 공감했다는 반응을 나타냈다. 특히 이들의 퇴근길마저도 친숙하다는 점도 눈길을 끌었다. 제작진이 마련해준 차로 이동하는 것이 아닌, 대중교통을 타며 퇴근길 풍경을 공유한다는 점도 그들이 노동한 뒤 느꼈을 다양한 감정에 공감하게 했다.

이들의 노동기로 점차 쌓여가는 서사는 적응기에 접어들면서 또 다른 재미를 안기고 있다. 허성태는 시드니의 인기 카페에서 쉽지 않은 노동을 이어가지만, 유능하면서도 친절한 한국인 선배의 도움을 받아 점차 성장해 간다. 유일하게 언어가 통하는 한국인 선배에게 의지하며 배우려는 모습에서 묘한 동질감도 느끼게 된다. 또한 호주인 직원들과도 점차 대화를 나누면서 한결 편해지는 표정은 시청자들도 절로 미소 짓게 한다. 이시언과 안보현, 곽튜브도 자신들이 맡은 노동을 해내면서 성취감을 느끼고, 임금을 받으면서 보람을 느끼기도 한다. 이후 이 부산 사나이들이 귀가해 하루 일과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 또한 더욱 깊어진 유대감을 보여주기도 한다.

'부산촌놈'은 지난 2020년 방송됐던, 차태현 이승기 주연의 로컬 버라이어티 '서울촌놈', 차태현 조인성 주연의 시골슈퍼 영업일지인 '어쩌다 사장'보다 더 도전적인 예능으로도 보인다.
차태현과 조인성 이승기와 얽히는 또 다른 스타들의 라인업으로 안정적인 포맷을 꾸렸다면, '부산촌놈'은 예능에서 시도되지 않았던 조합의 스타들의 워킹 홀리데이에 온전히 초점이 맞춰져 있어서다. 아쉽게도 시청률은 1회 2%(이하 닐슨코리아 전국 유료방송가구 기준), 2회 2.1%, 3회 1.8%를 기록 중이지만, 시청자들은 색다른 시도의 값진 가치에 주목하고 있다. '부산촌놈'이 더욱 입소문을 타면서 기대 이상의 반향을 끌어낼 수 있을지 더욱 주목되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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